변호인|The Attorney|2013

드디어 떼관객에 합류^^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들을 때 
뭔가 더 어울리는 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요,
그 10년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두려움 없이 당당한 권력을 추억으로 쌓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게 21세기에 일어나는 일인가 눈을 의심하지 않고
저게 지금 사람이 한 말인가 어이없어하지 않으며
적어도 인간의 조건을 의심하는 일 없이
희망을 가지고 상식적인 비판을 할 수 있었던
당당한 권력이 그립습니다.
지금은 이런 그리움도 두려워할 엄청 겁많은 권력의 시절이라서요.

송변호사의 마지막 변론이 당연하지만 좌절당한 정의에 대한 애도가 아니라
겁먹은 정권을 향한 표효라서 좋았습니다.
미국을 사랑하기에 미국을 망치는 권력자를 지치지 않고 미워하는 마이클 무어를 부러워했는데
송변호사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두려워해야 하는 권력은 두려움만큼 자신의 정당성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죠.
진정한 좌절은 빨리 희망을 버리는 것에서 오는 것 같네요.
그래서 조금은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진우씨 덕분에 이제 그런 고문은 없어졌어요.
-게다가 이제는 국회의원도 진우씨와 똑같이 법정에 섭니다, 세상 이제 완전 평등하죠 ㅆ.
윤중위 덕분에 감히 진실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마침 어제 군에서 십여년 전 의문사가족에게 성희롱 한 것을 공식 사과했네요, 군 완전 민주화 ㅆ
차경감 덕분에 아직 남은 갈 길을 가늠하게 되네요.
-당신이 당신 아버지 처럼 처형당하지 않을만큼 민주주의가 발전했네요, 이건 진심.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건 어쩔 수 없다쳐도
 왜 항상 그 열매는 엉뚱한 사람들의 무릎위에 떨어지는지.

박변호사 덕분에 정의는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려구요.
송우석 변호사 덕분에 사람이 희망이라고 생각하려구요.
그래도, 순애씨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참 폼 안나게 입은 양복속에서 더 빛나던 '처음'의 마음
마지막 재판정에서 변호사들을 뒤돌아보던 그 눈빛 하나가 영화 한 편 같던
열연 송배우 
게다가 박찬욱-봉준호와의 의리도 멋있어요~

무대인사를 능가하는 거물 곽배우 
 그래도 마지막은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연극|한국연출3색 3-손진책 연출 '벽속의 요정'



새 세상을 배우고 배운대로 행하며 꿈을 이어가던 한 청년정신이
벽장에 갖혀서야 살아남았다.
그 청년이 벽장속에서 맞이한 세상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실성하고 다시 삶을 다지도록,
옆에서 서서히 정든 어린 색시는 아내가 되고 벗이 되고 보호자가 되며
좌절의 시대를 살아낸다.
온전치 못한 가족이었다고 늙어버린 청년은 가족 앞에 속죄했지만
시대에 당당하며 가족을 사랑한 멋진 아버지임을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역시 그렇다.
양심은 양심이 자랄 텃밭을 가진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어서
어떻게 저러고 사나 싶은 사람들은 갈수록 심장 밭을 뻔뻔하게 차지하며 살고,
꼭 안 그래도 될 것 같은 사람들이 그 마지막 자리만은 양보안한 채 속죄를 한다.
화가 치미는 현실이지만 한편 그렇게 양끝을 잡아주며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걸 거라고,
그래서 아름다움이 아직 남아있는 거라고 믿는다. 

-내게 큰 빚을 진 사람들이오!
-그러니 당신만 죽으면 그 빚이 없어지잖아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사람이니까요.

사람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덕이 엄마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다.
그녀는 이렇게 자식을 키우고 남편을 돌보고 사랑하며 격랑을 지났다.
요즘 공교롭게도 이런 비슷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람들이 나를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니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에 감사하라거나,
원래 불행한 것이니 행복을 감사하라거나...
자유와 사랑과 소통의 정의가 사람 숫자만큼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으면서도
그 다양한 정의들을 관통하는 아주 일반적인 요소가 있다면
이렇게 우울한 배경을 깔지 않고서도 세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놀랍게도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희극을 각색한 연극이라고 한다.
감정의 흐름이 깨질 법도 한테
친히 '옆구리'문을 통해
스르륵 객석을 끌어 무대로 올라가신 노련함과 우아함이 멋지던 김성녀. 

배우는 몸도 쇠할 수 없다.
네살배기 꼬마의 몸짓부터 분노 어린 장정의 노래에 할머니의 손짓까지
두 시간 동안 쉬지않고 혼자서 여럿의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배우의 무한도전장.
놀랍게도 네살배기 김성녀는 정말 귀여웠다^^
내년에 10주년 공연이 있다고 한다. 그땐 엄마랑 보러가야 겠다.
다음 세대 이 연극을 이어할 배우가 있을까, 그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PS1.최서방 주제가 중 2월의 노래-그런 달은 왜 있는지^^
      별거 없는 가사인데 김성녀의 천연덕스런 최서방스타일에 객석이 빵 터졌다 ㅋㅋ
PS2.모시 웨딩드레스와 우산-보기에 멋지던 물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