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한국연출3색 3-손진책 연출 '벽속의 요정'



새 세상을 배우고 배운대로 행하며 꿈을 이어가던 한 청년정신이
벽장에 갖혀서야 살아남았다.
그 청년이 벽장속에서 맞이한 세상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실성하고 다시 삶을 다지도록,
옆에서 서서히 정든 어린 색시는 아내가 되고 벗이 되고 보호자가 되며
좌절의 시대를 살아낸다.
온전치 못한 가족이었다고 늙어버린 청년은 가족 앞에 속죄했지만
시대에 당당하며 가족을 사랑한 멋진 아버지임을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역시 그렇다.
양심은 양심이 자랄 텃밭을 가진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어서
어떻게 저러고 사나 싶은 사람들은 갈수록 심장 밭을 뻔뻔하게 차지하며 살고,
꼭 안 그래도 될 것 같은 사람들이 그 마지막 자리만은 양보안한 채 속죄를 한다.
화가 치미는 현실이지만 한편 그렇게 양끝을 잡아주며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걸 거라고,
그래서 아름다움이 아직 남아있는 거라고 믿는다. 

-내게 큰 빚을 진 사람들이오!
-그러니 당신만 죽으면 그 빚이 없어지잖아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사람이니까요.

사람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덕이 엄마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다.
그녀는 이렇게 자식을 키우고 남편을 돌보고 사랑하며 격랑을 지났다.
요즘 공교롭게도 이런 비슷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람들이 나를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니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에 감사하라거나,
원래 불행한 것이니 행복을 감사하라거나...
자유와 사랑과 소통의 정의가 사람 숫자만큼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으면서도
그 다양한 정의들을 관통하는 아주 일반적인 요소가 있다면
이렇게 우울한 배경을 깔지 않고서도 세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놀랍게도 스페인 내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희극을 각색한 연극이라고 한다.
감정의 흐름이 깨질 법도 한테
친히 '옆구리'문을 통해
스르륵 객석을 끌어 무대로 올라가신 노련함과 우아함이 멋지던 김성녀. 

배우는 몸도 쇠할 수 없다.
네살배기 꼬마의 몸짓부터 분노 어린 장정의 노래에 할머니의 손짓까지
두 시간 동안 쉬지않고 혼자서 여럿의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배우의 무한도전장.
놀랍게도 네살배기 김성녀는 정말 귀여웠다^^
내년에 10주년 공연이 있다고 한다. 그땐 엄마랑 보러가야 겠다.
다음 세대 이 연극을 이어할 배우가 있을까, 그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PS1.최서방 주제가 중 2월의 노래-그런 달은 왜 있는지^^
      별거 없는 가사인데 김성녀의 천연덕스런 최서방스타일에 객석이 빵 터졌다 ㅋㅋ
PS2.모시 웨딩드레스와 우산-보기에 멋지던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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