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맛집 둘-안국동 상해 삼선짬뽕, 남포면옥 평양냉면

안국동 상해 삼선짬뽕

백반이 먹고 싶었는데 시간도 없고 해서 맛있게 생긴 간판을 믿고 그냥 들어간 중식당, 상해.
짜장면이 먹고 싶다가도 막상 주문할 때가 되면 항상 짬뽕을 외치게 되는 이상한 징크스(^^)덕에 오늘도 짬뽕.
동네와는 비교도 안되게 심히 단정한 첫모습이었다.
면은 특별할 거 없었고,
하얀 냉동오징어, 너무 싱싱한 건지 안 싱싱한 건지 암튼 뭔가 다른 새우,
홍합과 야채가 삼선급이라 보기엔 양이 적었는데
요즘 같은 때에는 이렇게 적당한 양이 오히려 안심이 된달까.
나중에 뒤 쪽의 다른 손님들이 짜장이 비싸다고 하는 바람에 얻어들은 설명은
삼선이 세 가지 해물이 들어있다는 뜻이고
이 식당엔 그냥 짜장면은 없다는 것.
암튼 푸짐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맛은 깔끔했다.

   
남포면옥 평양냉면

먹기 힘든 종목이라 읍내 나들이 간 김에 가까운 곳을 검색해 찾아간 냉면집이다.
꽤 오래된 듯한 간판,
입구에 늘어선 동치미 항아리 등등 역사가 쌓인 것 같은 분위기의 식당.
일하시는 분들도 식당과 꽤 오랜 인연 같아 보였다.
금방 나온 물냉면.
우리 동네보다 쫄깃한 면이 푸짐해서 냉면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
무 하나 고추 하나 띄운 동치미는 별로 특이한 맛이 아니었고
냉면 국물도 밍밍-사이다를 좀 넣어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따뜻한 육수를 한 컵 주는데 그건 약간 조미료 맛이 나서 뒷맛이 남았다.
냉면국물은 깔끔 했지만 이곳의 평양냉면이 진정 최고라면
사이다 한병 가지고 가서 넣어 먹어야 할 듯....
참, 한 점 올려준 고기는 맛있어서
수육은 좀 기대할만 할 것 같았다.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2013(스포일러 가득)

갑자기 든 생각.
화이는 '아버지'만 죽였다,
'아빠'들은 죽게 했을 뿐. 

영화를 찍는 것은 괜찮고 보는 것은 안 된다니,
자기 표정이 무엇을 던졌는 지 여진구 청소년만 모르겠구나^^

아버지의 상징은 권위, 이길 수 없는 라이벌, 숙적.
화이는 모르는 채 생물학적 아버지를 죽이면서 괴물로 다시 태어나 
생물학적 엄마를 보호할 힘을 자각했고
무려 다섯이나 되는 키워 준 아버지들을 죽이면서 
키워 준 엄마를 지켰다.

넌 나 처럼 살지 마-아버지
 화이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두뇌를 얻었다.

 딴 거 필요없는 돈 아버지
화이는 풍족했다.

세상과 싸우는 기술을 가르쳐준 아버지
화이는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살아남고 지킨다.

또 하나의 기술과 정 아버지
화이가 목숨을 유지하면서 사람답게 울게도 해주었다. 

화이는 처음부터 물었다, 왜 절  키우신거에요?
하지만, 아버지들은 누구 하나 우리한테 왜 이러니 라고 묻지 않았다....
그들이 아버지이긴 했던 것 같다.

아버지들이 화이의 총부리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건 화이를 아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사랑 덕에 화이는 아버지들을 모두 처치할 수 있었다.


"자, 내 가족들을 소개해 드리지요.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모두 내 새끼들이지요.
그러니 내가 죽어버리면 대체 누가 저 애들에게 사랑을 베풀겠습니까?
반대로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저 애들 말고 누가 나처럼 추악한 인간에게 사랑을 베풀겠습니까? 
이것은 나 같은 부류의 모든 인간들을 위해 하느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위대한 사업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 같은 인간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도스또예프스끼>

사람의 눈이 아니라던 석태는 외롭고 두려운 나머지 괴물을 가장한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쓸쓸한 아버지들의 초상.
하지만, 그 긴 기다림과 눈물나는 고백에도
화이는 돌아가지 않았다.

아무리 진심으로 사랑한다해도 괴물은 사람도 괴물로 키우고 만다는 
어떻게 보면 잔혹동화 같던 화이.
살인, 강도 뿐 아니라
사기, 거짓말, 각종 불법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부모들에게 가장 큰 형벌은 
똑같은 방법으로 자식에게 배신당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다른 개성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면서도 합이 하나도 어그러지지 않던 
기묘한 에너지의 힘,
강력한 쾌감질주였던 화이-아빠들의 추격씬,
거친듯 진하게 남는 여운이 그 낭자한 피를 덮고도 남는다.
마지막에 석태 아부지가 너무 심하게 순식간에 무너져 당황했지만^^
유쾌 상쾌하고는 애초에 담 쌓은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묵직하게 개운하다.
마지막은 해피엔딩 같기도...


 완전 싸이코 같은데 하나도 튀지 않던 김성균, 
정말 짠하던 조진웅,
오랜만에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장현성,
김윤석 아니면 누가하리 김윤석.
멋지다.

 번외편 놀람-박용우가 특별출연이래.....그럼 안되지 않나.
나중엔 욕까지도 명대사 같던 박용우.
박용우의 이런 모습 또 보고 싶다.
사납게 돌아가신 이경영과  그 부인께도 명복을...
머리가 으깨져 돌아가신 문성근 회장님-왠지 속으로 즐겼을 것 같은 느낌 ㅎㅎ
임지은은 왜 스틸도 없는 것일까...
거친 화면도 그렇고 심하게 적은 숫자의 스틸은 왠지 저예산 영화 분위기^^

 하지만 이 영화는 화이의 영화다...!

PS. 화이는 나중에 커서 레옹이 되었습니다...이려나^^
스토커의 인디아랑 소개팅을 해도 좋을 것 같고 ㅎ

PS. 평소에 아끼는 평론가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화이' 평
http://magazine.movie.daum.net/w/magazine/film/detail.daum?thecutId=6491

PART 2
결국 두번째 보고 말았다.
액션호러폭력물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못봐서
무려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와 신세계도 안봤는데
내가 맷집이 좋아진 걸까...
이태리 타올을 가지고도 그렇게 잔인한 연출을 했던 장준환이
사실 장면만으로 보자면 더 끔찍할수도 있었을 장면들을 조금은 살살 다뤄준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아님, 말구....암튼 반복관람 가능한 이상한 잔혹영화.

오동진의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화이가 악이 되어 악을 더 확실히 처단하는 괴력을 보여주었으니까.
악을 더 잘 알고 악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존재가 악을 처단할 짐을 지는 것도 공평한 것 같다.
선택한 건 아니더라도 그 악의 유산을 누리며 살아온 것도 사실이니까.
악의 속성도 그렇다.
악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선을 해친다.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봉인된 양심이 언제 괴로와질 지 모르니.
화이의 괴물은 처음엔 늑대같았는데
사라질 땐 근영이의 방 모빌에 있던 반짝이는 고래모양이었다.

두번째 보는 석태의 사랑은 더 쓸쓸했다.
악도 외로움은 못이기는 구나...
엔드크레딧 이후의 임지은 클로즈업은 아마도 고생한 여배우에 대한 감사의 표시^^
추격씬은 더 보고 싶을만큼 매력만점.
이런 영화 만들면서
만드는 사람들은 사악(^^)한 기운을 대방출 했을 것 같은 생각이...

PS1. 화이, 볼 일 보고 손도 안씻어....
PS2. 아빠들 14년 간 동결된 외모...총잡이 아빠는 대체 몇살인가...!
PS3. 문성근이 화이 보충촬영 했다는 트윗을 본 것 같은데
         세 번 중 어떤 게 보충촬영이고 어떻게 바뀐 걸까...
PS4. 엊그제 극장들이 일년에 단 두번 의자청소를 해서
의자에 진드기가 장난아니고, 엄청 더럽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의 마지막은 극장 다녀와서는 옷을 세탁하라 였는데,
그 얘기 읽고 났더니 영화보는 중에도 왠지 온 몸이 근질근질...
골동품 같은 페브리즈를 오랜만에 꺼내썼다.....
근데 정말 1년에 두 번은 너무 한 거 아냐?!

이제사 인터뷰 같은 인터뷰들이 등장..

PS4. 푸하하!요절복통 김윤석 석태 '파더' 인터뷰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174489

PS5. 읽으면 즐거운 장준환 인터뷰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174984

PS6. 헐...인디아랑 소개시켜주면 안되는 거였구나....씨네21을 벗어나니 오히려 괜찮아보이는 황진미
http://www.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2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