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스파르타쿠스|Spartacus|국립발레단|2012

이영철,김리회,이재우,박슬기 공연

다른 발레를 볼때도 발레리노들의 도약횟수에 따라 만족도가 좌우되는 나이기에 
발레리노들이 잔뜩나온다는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기대는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지난해였나 우연히 알게 된 남자무용수들의 폭력사건에 깜짝 놀랐는데
아마도 나같은 사람을 향한 것만 같은
최태지 단장의 '우리 괜찮아요'용 공격적인 작품선정.
하차투리안의 음악도 좋았고,
한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는 의상과 무대 역시 빛났다.
왕자호동보다는 훨씬 무용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좋았지만......

낯선 이름이 아닌데도 오늘에서야 인상깊게 본 김리회는 오늘의 보석!
원래 김주원인가 김지영이었다가 부상으로 바뀐 거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기대했던 발레리노 중에서는 스파르타쿠스 이영철이 단연 돋보였다.
처음엔 중년의 스파르타 같은 느낌이었는데 
중반부가 되어서는 맘껏 날아주시던.

그렇지만 뭔가 아쉽다.
당연히 멋있을 거라 생각했던 군무는 
일사불란의 아름다움은 전혀 없이 산만했다.
같은 안무인데 누구 건 아프리카 춤 같고
누구 건 고전무용같고
누구 건 발레였다.
내가 바라는 형식미의 발레와는 좀 거리가 있는.
관객들의 호응은 놀랍게도 좋았지만
(어째 공연과 상관없이 갈수록 열광적이 되어가는 느낌--;;)
이제까지 내가 본 국립발레단 공연 중 
가장 빈자리가 많았다.
처음 내 턱을 툭 떨궈주시던 파워를 빨리 되찾으시길 바래요.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안내책자를 샀다.
홈페이지는 너무 대충만 공연정보를 주기에.

아쉬운 마음에 방황하다가 youtube에서 이 동영상을 발견했다.
헐..제목은 꽤나 썰렁했던 차이코프스키의 삶과 죽음이 이런 공연이었다니...

생각해보면 멋진 장면들 많았는데
어딘가의 허전함 때문인지 꼬투리만 잡아놓고 만 느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스파르타쿠스의 최후와 크라수스의 등장만으로도
다음 스파르타쿠스 역시 보러갈 예정^^

기사찾기 놀이

먼길 돌아 연기파 발레리노로..'스파르타쿠스' 이영철

무대 위 옴므파탈,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주역 5인방을 만나다





PS. 남부터미널역 앞 덕암회관 냉면은 설탕이 주재료..
다들 부대찌개만 먹던 이유가 있었다.
마침 전철 내리기 직전 읽던 잡지 마지막 페이지가 함흥냉면이었던 
내가 운이 나빴다......

밍크코트|Jesus Hospital|2012

이걸 두고 왜 그 이상한 포스터를 썼을까....


극장에서 보려고 나름 노력했던 영화였는데 결국 다운로드로 보고말았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스'와 정확하게 같이 가는 선명한 저 구호가 스포일러라고 생각했을까.
개봉용 포스터에는 비사교적인 현순과 그 가족들이
완전 비호감으로 찍혀있다.
도대체 무슨 얘기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만들면서
배역들의 비호감을 강렬하게 뿜던 포스터에게
흥행성적의 책임을 물어야 하리라.

천재의 참 못된 영화였던 '브레이킹 더 웨이브스'와
몇 년 전 참하게 봤던 '걸어도 걸어도'가 생각났다.
낯선 얼굴들이어서 더더욱 실제상황같이 보이게 만든
배우들의 열연과
지루해질 틈 없이 끼어들던 반전들-재미있었다.

벌받기 전에 깨달을 수 없는 것을 슬퍼해야할지,
그나마 벌 받고 정신차린 것을 축하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따금 남들이 만들어주는 가족이야기 속에서
가시들이 튀어나올때
외롭지 않은 기분이 들다가도
좀 우울하다.
남들도 그렇구나 싶다가
왜 다 그럴까 싶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영화일 수 있는데
일단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괜찮은 가족드라마 한 편.
용감한 황정민에게 박수를!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봐도 봐도 멋진 포스터

이상하게도 당대 멋쟁이들의 철지난 사진은 
당대 촌뜨기들 보다 훨씬 촌스럽기 마련인데,
당대의 멋쟁이들이 활보하는 저 사진의 촌스러움은
어딘가 멋스럽다.
뜯어보면 맘에 드는 패션감각은 없는데
단체로는 좀 먹어주는 분위기랄까...

우리나라처럼 총도 못쓰는 나라에서 보는 
첫번째 마피아영화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족보와 각종 연-이 찐득하게 스며든
무척 한국스러운 분위기의 굿펠라스.
아무리 생각해도 
총이 불법인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건축학개론|2012



생각해보니 이상한 일이었다.
21세기가 된지 10년이 넘도록 
왜 '복고'나 '추억'의 자리는 70년대라고만 생각했을까.
언제나 액자속에 머무를 것만 같던 70년대를 치우고
90년대가 들어섰다.
나는 그들보다 몇년쯤 이른 90년대를 본 것 같은데도
그들의 90년대는 내 것보다 더 올드했다.
이제는 떨어져서 바라보는 거리감도 이유였겠지만
90년대의 아이템을 정확히 보색대비로 진열하는 촌스러운 디스플레이도 
큰 역할을 했다.


모두의 '쪼다 첫사랑'을 위한 진혼곡(^^).
없는 사람도 웬지 공감해줘야할 것 같은 
국민첫사랑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
딱 그정도.
모두에게 많이 모자라지 않지만
은밀한 특별함은 하나도 없는.
그래서 
남들의 열광에 나는 동참할 수 없다.
호기심에 불을 당겼던, 우연히 읽은 90년대에 20대를 보낸 남자기고가들의 
절절한 헌사들은 더더욱 이해가 안간다. 
그들의 특별한 기억은 이 영화속에 숨어있었던 걸까.

21세기 중학생들처럼 욕을 달고 살던 것은 좀 생경했지만
그 놀라운 리듬감에 박수를 안보낼 수 없는 조정석.
발연기는 오해였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한가인.
풋풋한 이제훈, 
더 풋풋한 수지.
이쁜 그림들이었다.
남자주인공이 아니었다면 특별출연이라고 봤을 엄태웅은 
역시 안 어울리는 옷.

하지만, 뭐 어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거니깐.......

전람회, '기억의 습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