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국립발레단



몇달 전 예매할 땐 몰랐는데 시작전 갑자기 정명훈이 등장.
영화처럼 크레딧이 등장하더니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이름이 보였다.

만약 내가 매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관객이라면
오늘 공연은 참신하고 새로운 감동의 공연이었을 것이다.
미니멀하고 기능적인 무대,
내면묘사를 하는 듯한 무용수들의 움직임.
하지만 아직은 고전발레-내 기준엔 동작이 극의 기능적 역할로서 보다는 
동작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를 좀 더 보고 싶은 내겐
퓨전과 크로스오버와 모던이 넘쳐나는 시절에
굳이 국립발레단까지 새로운 해석 버전을 보여준다는 것이  
불만으로 남았다.
명성을 확인시켜주는 정명훈과 서울시향과 영화같은 연출 덕에
한편으로는 
서울시향과 함께 하는 발레가 아니라
발레와 함께하는 서울시향의 프로코피예프 완주 처럼도 느껴졌다.

시작 전엔
로미오와 줄리엣이니만큼 
박슬기가 줄리엣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농염하기도 하고 로미오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것 같은 장면도 있어서 
오늘의 줄리엣은 노련함이 필요한 역할.
다만 처음 등장할때 입고 있던 가운이 심히 노티나서
김주원이 워낙 유명한 얼굴이기 망정이지
잠시 캐퓰렛 부인인 줄 알았다--;;

전체적으로 폭풍감동의 공연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눈에 띄는 한 사람은 있었으니.
오늘은 유모.
첫 등장의 짧은 독무대도 혼자 꽉 채운 개성만점의 캐릭터였다.
인형같은 움직임과 동작으로 나타나는 표현들이 왠지 풍성하게 느껴지던.
---캐스팅을 보니 박슬기^^

***국립발레단 홈페이지에 보면 전에 무척 재미있게 봤던 신데렐라와 
오늘 로미오와 줄리엣이 같은 안무가의 솜씨란다.
뭔가 오늘의 불만이 말끔하게 설명되지 않는 느낌--;;

드라마스페셜 82년생 지훈이

오랜만에 몰입해서 보고 있던 단막극인데
지훈이부자 갈등의 클라이막스에서 갑자기 아버지가 TV를 켜니
뉴스가 흘러나온다.
1026서울시장선거 관련내용이다.
선거독려 차원인가 했더니
박원순의 900억 의혹과 나경원의 다이아반지가 나온다.
조용할 땐 나경원의 해명과 선거유세가
두 부자가 고래고래 소리지를 땐  나경원의 의혹과 박원순의 유세가
길게 깔렸다.
기계적인 배분은 공평할지몰라도
의혹의 무게감도 다른 걸 배치하는 것도 그렇고
효과적으로는 매우 불공정했다.
무엇보다도.
극에서 매우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뉴스가 거슬려서 드라마를 놓쳤다.
이 드라마의 연출자, 드라마를 생각하고 이펙트를 넣는 건가?
여러모로 작가 짜증나겠다.
오늘 돌린 보도자료도 짜증나겠던데...

나는 꼼수다23회-홍준표대표초청 관훈토론회

최초의 삐리리가 삽입된 버전.
방송사상 최장길이.
이러저러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또 몇 개를 더한 특집방송이 된 23회.

17대일보
털보일보
누나일보
양돈일보

당당한 찌라시들.
아무래도 낯가리는 유일한 사이이다보니 기척이 자주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김용민이 유난히 호방하게 웃을 땐 분위기가 100% 유지된다.
그리고 홍준표.
정치인이다-고문료 '좀'이 얼마든 다달이 돈 들어오는 '일'에 이름을 올려놓고 몇년간 '깜빡 잊'을 수가 있거나 '깜빡 잊'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다-외로운 거 싫어하고 미움받기 싫어한다.

연극|우어 파우스트|Ur Faust


지난 번 오이디푸스 이후 명동극장에 대한 신뢰가 생겨 더 기대가 되던 오늘.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도 배우들의 움직임과 공간 그 자체를 자신만만하게 활용하는
젊은 감각이 돋보였던 무대였다.
하지만.
원작을 모르기에 어디까지가 괴테의 진심인지도 알 수 없지만,
도대체 이 비극은 무엇을 향해 달리는 것인지 의아했다.
당당하게 거래하는 듯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휘둘리는 파우스트는
베르테르의 나약함과 지식인의 자기연민이 조합된 매력제로의 인간이었고,
가볍고 일상적인 악마에서 공포로 넘어가지 못한 채 혐오수준의 악이었던 
메피스토도 설득력이 없었다.
이따금 지킬과 하이드처럼 보이기도 했던 둘이지만
같이 등장할 땐 오히려 관계가 모호해보였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그레첸의 설정인데
약간 실험극 처럼도 느껴지는 극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지게도
마녀사냥 이전 시절의 순결이데올로기가 결정적인 갈등의 기폭제가 된다는 것이
참...짜증스러웠다.
정규수의 역할이 신인 줄 알았는데 바그너였다니-헐.
기본없이는 볼 수 없는 극이었던 모양인데
그런 줄 알았으면 당연히 안봤을걸...

오늘의 보석은 주얼리 정-이 아니고^^
발렌틴 역의 윤대열.
발렌틴은 어딘가 '해변의 여인'속 하정우캐릭터를 생각나게 하는 인물인데
이남희가 전형적인 '연극배우'스타일의 연기라면
어느 무대에서나 자연스럽게 보일 연기를 연극무대에서도 존재감있게 보여주었다.

이래저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공연.
명동극장이 아니라 국립극단에 신뢰를 보내야 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