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평화상단 소라젓

뜻에 동참하고자 주문하기로 맘을 먹고서도
혹시 맛없으면 뜻에도 동참하기 싫어질까봐
소심하게 소라젓 하나만 주문했다.
원래 휴가차 며칠 집을 떠날 계획이어서
발송을 미뤄달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강정상단은 매주 화요일에 모아서 발송해서
수요일에 받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고맙게도 하루 당겨 부쳐주겠다고 전화가 왔다.
더운날씨에 관리실에 방치되는 것이 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이 날씨가 도와줘서 무사히 밤에 받았다.
그런데....
200g한병을 맥주 안주로 한입에 다 먹어버림--;;
처음 먹어보는 소라젓은 
젓갈이라기보다는 그냥 무침같은 맛인데
오독오독 씹히는 조미료기운 없는 믿음직스러운 맛!
두려움 없이 더 주문하겠어~~!

한가지. 
화려한 아이스팩포장이 아닌
소박한 버블캡에 우체국 배송이라
더운 날씨라면 조큼 걱정.....

공연|YB초심유지인증콘서트 '청춘'


10분 늦은 공연장에서는 '88만원의 Losing Game'의 클라이막스(^^) 인 8.10.8의 10.8 부분이 
무한반복되고 있었다. 
왠지 감이 좋은(ㅎㅎ) 시작이다 싶었는데 
뒤이은 곡은 백만년 만에 들어보는 '이 땅에 살기 위하여'!
YB가 윤도현밴드이던 시절 
'성실함'이 느껴지는 특이한 목소리와 음악에서 느끼던, 
설명할 수 없는 한국적인 감성에
뭔가를 더해주던 인상깊은 곡이었다.
참 처절한 가사를 전달하는 절규형 랩인데
묘하게도.
신.나.서!
귀엽게 생긴 윤도현이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에 반했었지만
이 곡으로 윤도현밴드의 음악적 색깔과 재능의 냄새를 맡았다고나 할까.

YB를 찾은 건 거의 10년만이다.
사실 작년에 펜타에서 보긴 했지만 
YB 때문에 간 건 아니었으니깐...
요즘 깃발과 나는 나비를 반갑게 듣던 중이어서 공연을 질렀는데
신나게 놀다왔다.
내심 끝날 때쯤 '깃발' 한 번 더 질러주지 싶었는데
'빙글빙글'이 그렇게 신나게 마무리를 해줄 줄이야.
'돌고돌고돌고'는 조금 지칩디다....
어쨌든 연말 전석스탠딩 예고를 즐겁게 품고 왔다.
그땐 마실 것 준비에 만반을 기하겠어^^! 
후반사운드 같은 재앙은 또 없기를...

YB의 친구 STERANKO.
사운드만으로는 YB보다 더 신나기도 했는데
노래보다는 체력장에 몰두하는 보컬 덕에
대체 보컬 목소리가 기억이 안나--;;
참아줘서 고맙다는 마지막 인삿말이 인상적이었다. 
펑크락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음악은 무척 흥겹던.
찾아다니진 않을 것 같은데 
만나면 좋을 친구^^

올림픽공원 공연은 
전후로 사람을 참 지치게 하는데
특히 후가 더 심하다.
몰려있는 지방전용 택시들-그렇게 한몫 바라고 죽치느니
어디로든 달려가시는 게 즐겁지 아니할까요...?
밀고 들어갈 틈없는 버스와 지하철-계단까지 줄선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다음엔 아무 버스나 타고 일단 탈출해야겠어.

소녀시대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덕분에 지하철 일회권을 끊는 범 아시아 팬들로 일대가 더 붐비던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다.
조폭 SM이 양성하는 18개의 허벅지의 엄청난 파워.
하긴 꿈을 이룬 소녀들은 멋지고
누군가들은 또 즐거운 하루를 보냈겠지.
그 많은 인파 중 누구도 공연의 감동을 얘기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악인|悪人|Villain|2010



진실의 뒷면을 한치의 예외없이 반듯하게 드러내주는 
단정한 영화, 악인.
모든 등장인물을 사랑하지 않는 게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집중력을 몰아부치는 리듬이 힘있어 보인다. 
이상일 감독은 전에 신나게 본 적 있는 식스티나인의 감독.
피와뼈의 감독인 줄 알고 어쩐지 명성에 비해 안 무섭다 했더니만--;;

재미대가리없던 슬로우댄스라는 드라마 이후 
다시보는 츠마부키 사토시와 후카츠 에리.
후카츠에리는 대사없는 순간의 무게를 표정에 실을 줄 아는 배우다.
참 눈에 안 띄는 얼굴 같은데도
어떤 드라마나 영화든 한 장면은 꼭 던져주고 가는 배우.
점점 단단해져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쁜 사토시에 푹 빠져 있던 한 때가 있었지, 크하하...
그때도 거슬리던 입 삐죽거리기 버릇이 많이 사라졌다.
놀라운 사실은 
이젠 그지같이 하고 나오면 정말 그지같이 보이기도 하는 것!
드라마에선 둘의 존재감이 비슷해보였는데
영화에선 둘의 거리가 꽤 있어뵌다, 아직은.
그래도 이쁜이가 쑥쑥 자라 배우가 되어가는 것을 보니 즐거운 걸.


여행냄새

넉넉한 양에 저렴함을 자랑해서 
여행갈 때면 팔다리용 썬크림으로 애용하는 니베아 썬크림.
잠깐 문 밖을 나설 땐 얼굴용 썬크림을 아끼려고(^^)
+ 썩기 전에 쓰려고
바르고 나가곤 한다.

오늘도 한가한 마음으로 야트막한 정발산을 걷는데
갑자기 휙 지나가는 '여행냄새'.
정체는 바로 여행 때마다 바르던 물건 냄새와 나무, 흙의 풍경의 조화였다.

예전, 연극 '19그리고 90'에서 귀여운 할머니가 
'예술에서 천대받는 후각을 위한 기계'를 소개할 때
처음으로 후각을 위한 예술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데,
혹시 후각이야말로 너무나 선동적이어서 
감히 건드리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표적인 환각제들이 코를 통해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버터냄새에 미친듯이 빵집으로 달려들어간다거나
음식의 모양보다도 냄새에 더 이성을 잃는 것도 그렇고
아, 그래, 그 유명한 소설 '향수'도 있었다.
학생시절 행사준비를 하던 기분이 냄새로 기억나기도 해서
나는 지금도 공연장을 가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긴장을 하기도 한다-누가 날 부를 일이 생길까봐^^
내 나름대로 이름붙이기로는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 냄새^^

냄새와 두뇌는 좀 더 빠른 길로 연결되어 있는 건지도.
사진을 볼 때보다 
더 자유롭게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느낌이 더 살아있도록.
놀러가고 싶은 충동이 더 자극되기도 하지만.


우리 의사 선생님|Dear Doctor|2009



침 인상좋은 소아과 의사 였던 모습이 기억나는데
여기서도 주민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의사였던 쇼후쿠테이 츠루베(난이도 최상의 이름--;;),
풋풋함으로 기억하고 있는 에이타.
보기 좋은 앙상블이었다.
비교해보면 신정아의 악마버전이 미스리플리,
천사버전이 우리의사선생님?
마지막의 의리는 깜찍했지만
적당히 밍숭맹숭한 휴먼드라마.

가끔 '완전한 전문직'이라고 생각했던 직업들에 대한
새로운 구멍에 충격을 받는다.
하긴 허준도 한의대에서 배운 게 아니니까.

고백|Confessions|2010

정말 정직한 제목 '고백'


아이들의 문제는 사실 부모일 때가 많다.
아무래도 권장할 수는 없는 엄마의 복수래도
그렇게 해서 속이라도 풀린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유코의 복수는 결국 피해자를 늘리고 말았다.
자기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한다는 이 사람의 생각으로는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않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렇다.

깨달음까지는 좋았지만 
궁지에 몰린 아이들은 손에 피를 더 묻히고 말았으니.


문제를 꿰뚫는 유코의 한마디 한마디는 
통쾌하고 신선하고 무섭다.
결국은 아픈 아이들을 상대로 한 참 험한 싸움.

수상한 고객들|2011

대단한 승범 옆의 대단한 임주환

대단한 승범 옆의 파워풀한 김수미


어떡해, 너무 좋은 승범씨~!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극장에서 안본 후회영화 1순위.
승범을 위한 영화인지는 몰라도
승범의, 승범에 의한 영화임은 확실하다.

후비는 것 같은 비탄의 대사들에도 불구하고
달콤하게 녹아버린 결말은 좀 허무하지만
보기 좋은 걸 어쩌리.
센스있는 승범의 졸업선물까지
땀방울로 달려가는 코미디.

류승범이 자꾸 멋있는 남자가 되어가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빠져든다.
근데 시사회에서는 왜 당황한 걸까.
궁금하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