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夏夏夏|2010

이 참...홍상수 특유의 적당한 헬렐레 씬?

웃음소리 하하하인 줄 알았다.
보는 내내 풋, 큭, 낄낄, 하하..가 반복되었기에.
예전엔 그 웃긴 애정행각의 한복판에서 정색하는 남녀들로 웃음을 주더니
이젠 아예 시간을 지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정리까지 해준다.
그렇게 되었을지라도
없어 허전한 것보다는 있어 행복했다-에 공감하게 만드는.

진짜 가이드같았던 문소리.
어쩌면 어중간한 사투리까지도.
좀 더 많이 등장한 유준상도 좋았고,
윤여정도 참 그녀다웠다.

하지만, 백미는 김강우^^
늘 안정감 있으면서 에너지의 기운도 슬쩍.
멋있었다.

연극|커튼콜의 유령|2010


배우들의 매력이 물씬 풍기던 오랜만의 연극.
제목에서 나오듯 커튼콜이 꽤 중요해서 
관객과의 호흡에 따라 더 폭발적인 분위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역시 원정공연에서의 한계가 좀 있긴한 듯.
갑자기 이승만의 멘트가 흘러나와 시대가 헷갈리던데.
뭘까, 그 전날 훌훌털고 떠난 유령들의 승천(^^)은.

쾌락|Le Plaisir|House Of Pleasure|1952

가면|Mask

가면을 쓰고 무도장을 찾아다니며 죽도록 춤추는 노인은
자신의 몸과 친해지지 못한 아름다운 사람들의 노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늘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미모의 주인공이 스스로의 노화를 인정하지 못해 생길 법한.
아내는 인정하고 남편은 가면속에서나마 즐겁다.
아무도 불행하지 않은데
불행해보인다.
특히 즐거운 파티가 끝난 뒤 잠나라 딴 세상을 헤매는 무방비상태의 남편의 얼굴은
너무나도 추해보였다.
지금은 얼굴 뿐이지만 언젠가는 근육도 신체도 수술이 될 지 모른다.
그 속에서 평생노동이 새겨진 몸의 품위란 사라지겠지.
이래서 철학자들은 끊임없이 미를 추구하는 것일까.



텔리에 부인의 집|Mme Tellier

사교와 연애와 섹스와 친교, 싸움까지 없는 게 없이 다 일어나는 텔리에 부인의 집.
조카성년식에 초대받은 텔리에 부인은 데리고 있는 `아가씨`들을 데리고 집을 비운다.
문닫은 것에 당황하고 분개하며 바보같은 싸움으로까지 이어지는데
감독의 일갈은 웃기면서 통쾌하다.
저렇게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라거나, 너무 심심해서 싸우게 됐다거나.
못마땅한 사람들의 눈에는 절대 감춰지지 않는 `천한 것들`의 모양새였지만
성스러운 의식에서 흘린 눈물로 사람들을 전염시키기도 하고
다시 돌아온 일터에서 다시 활기를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이
여과지 같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강단있어 보이는 씩씩한 처자들.

모델|Le Modéle

3개월 짜리 짧은 유효기간의 정열적인 사랑에 빠졌던 화가는
미친듯한 열정에 몸부림치던 모델의 결단으로, 그녀와 결혼-
조건으로는 완벽하게도 미인아내, 돈과 명성을 한꺼번에 거머쥔 화가.
그래서 행복하냐는 질문에
행복이 늘 즐거운 건 아니라는 답이 기억에 남는다.

로나의 침묵|The Silence of Lorna|2008

시작일 것 같았지만 끝이 나버린......

참 평화롭고 팍팍한 삶의 한 복판을 살아가는 그녀이기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변함없게도 표현없이 스스로의 삶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찬찬한 모습이 늦가을 같은 온도로
싸아하게 남았다.
몸의 가난이 불러온 마음의 가난속에서 엇갈린, 안타까운 사랑의 짝대기가 불러온 비극.
그녀가 처음 벨기에에 왔을 때 그랬든 폐허같은 집에서 다시 잘 시작할 수 있길.
수다도 없고 선동하는 음악도 없는 영화들을 볼 때 느끼는 적막감이
가끔 머릿속에 쉼표를 찍어주고 간다.
쓸쓸한 생각의 시간.

더콘서트|The Concert|2009

음악영화라기에 소리 때문에 보러갔고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좋았고
바이올리니스트 여배우 이쁘다.

좌충우돌 꼴찌들의 반란-얼마나 지겨울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설마 웃기라고 만든 것인지 미심쩍은 코미디 구조.
러시아에는 길바닥 한바닥 돌면
연습 한 번 없이 큰 무대에 올라도
폭풍의 감동을 일으키는 숨은 실력자가 쌔고쌨다는
민족차별주의적 영화.

음악만을 두고 보자면
오이스트라후의 실황공연 한 번 듣는 것이
좋은 대안.
얘기하다보니 이상하게 애 화가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