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빛|ㅣLight in the Dusk|2006

특유의 유머가 사라진 카우리마스키의 영화는 재미없었다.
그런데도 화장실 한 번 안가고 다 본 건 좀 신기하지만.
집념이나 끈기는 없는 적당한 참견의 인연.
가장 현실적이면서 새로운 관계였다고나 할까.
설득력없는 매력의 팜므파탈.
운명적 환타지를 위해 `낯선 여자`에게 더 끌린다는 것 이상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이렇게 만날 것을 왜 그렇게 돌아가야 했을까.
파랑새를 찾아서-인걸까...?

동네살인사건

일하러 가는 동네인 화정에서 어제 변사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성폭행 후 살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사체는 3개월 쯤 되어 보인다고 한다.
강간살인-슬프게도 처음 듣는 종류의 살인사건은 아니다.

끔찍한 인종청소에도 늘 동원되는 강간살인.
얼마 전엔 성폭행을 하려고 추격하다 피해자를 추락사 하게만든 가해자가 살인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오늘은 16명의 성폭행 가해자인 고교생들을 지적장애가 있는 여중생 피해자가 충분히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구속입건했다는 뉴스를 봤다.
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category=mbn00009&news_seq_no=1006940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8903

죽도록 저항해서 죽어도 죽은 사람 책임,
거부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모자라게 저항한 사람의 책임.
전국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조두순 사건 재판 얘기까지 더하니 할 말이 없다.
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category=mbn00009&news_seq_no=1006940

참 병신 검찰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제도를 우수하게 통과한 선택받은 사람들의 결정과 처신이
대한민국의 교육제도가 병맛이라는 현실을 온몸으로 증거한다.
그들에게 부족한 많은 것 중 하나-철학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건,
어쩌면 생각보다 복잡한 사회저항운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소멸을 선택하는 것 이상 간편한 저항은 없으니까.


고양이 요람|Cat's Cradle|커트 보네거트

"생각해봐요." 브리드 박사가 말했다.
"스물여섯 사람이 그의 양심에 올라타고 있었소!"
"마음이 비틀거리겠죠."
-스물여섯명을 살해한 어느 사형수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원자폭탄 같은 걸 만드는 걸 거든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무죄한 사람일 수 있겠소? 또 세상에서 가장 마음씨 곱고 아름다운 여인이 사랑과 이해의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을 때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소?"
..."이따금 그가 죽은 채로 태어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살아있는 것들에 그렇게 무관심한 사람은 만난 적이 없소. 가끔 나는 그것이 바로 세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 돌처럼 차갑게 죽어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말이오."

"그 더러운 개자식들이 저희들이 죽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나 알았을까!" 그가 흐느끼며 말했다.
-생명을 희생자의 숫자가 아닌 인생으로 바라보게 하는 재키의 절규

보코논에 따르면 랭-랭이란 자신의 삶을 예로 보여줌으로써 사색의 궤도를 줄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 궤도에서 이탈하여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게 만드는 사람이다......특히 내 귀여운 고양이에게 한 짓을 본 뒤로는, 허무주의는 내가 취할 태도가 아니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내가 허무주의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었다. 그 사상에 미혹되지 않게 하는 것이 크랩스의 사명이었다. 알았든 몰랐든 잘했소, 크랩스 씨.

근육은 바벨이나 스프링기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키울 수 있으며, 단순히 한 조의 근육을 다른 한 조와 경쟁시키는 것만으로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찰스 애틀러스의 믿음이었다.
좋은 사회는 선과 악을 경쟁시키는 것으로만, 그리고 둘 사이의 긴장을 늘 높게 유지하는 것으로만 건설될 수 있다는것이 보코논의 믿음이었다.
...'파파'가 나쁘지 않다면
어떻게 사악한 보코논 노인이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착하게 보일 수 있겠나.

뉴트의 그림은 작고 시커먼 사마귀들이 할퀴어 놓은 것만 같았다....그 자국들은 거미그물 같은 모습을 만들었는데 나는 그것이 달도 없는 캄캄한 밬에 말리려고 걸어놓은, 인간의 부질없음으로 짠 끈끈한 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자라서 미치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죠. 고양이 요람이라는 게 두 손 사이의 X자들에 불과한데도 어린애들은 그런 X자들을 보고 또 보고 하는데.......빌어먹을 고양이도 없고, 빌어먹을 요람도 없으니까요."

"그 사람은 무엇때문에 추방된 겁니까?
"그 사람 스스로 생각해낸 거요. 그는 메케이브에게 자신을 추방하고 자기 종교도 불법화하라고 부탁했지. 인민의 신앙생활을 좀 더 열렬하고 짜릿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소. 덧붙이자면, 그는 그 일에 관해서 짧은 시를 하나 지었소."
...하여, 나는 정치여 안녕 했다네.
그러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댔지.
정말로 좋은 종교는
반역이 되어야 하는 거라고.

호랑이는 사냥해야 하고
새는 날아야 한다.
인간은 앉아서 "왜, 왜, 왜?"하고 궁금해해야 한다.
호랑이는 자야 하고
새는 내려앉아야 하고
인간은 자신에게 알았노라고 말해야 한다.

나는 내가 대장이 되기로 동의함으로써 프랭크에게 자기가 그 무엇보다도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할 자유를 주었음을 분한 마음으로 깨달아야 했다. 자기 아버지가 했던 것, 그러니까 인간적인 의무는 회피한 채 명예와 물질적 쾌락을 누릴 자유 말이다.

...나는 천년 왕국은 권력의 자리에 성자가 있는 것만으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거기에는 모두가 먹을 좋은 것들이 충족해야 하고, 모든 사람이 살 근사한 집도 많아야 하고, 모두를 위해 좋은 학교들과 좋은 위생과 유쾌한 시간이 있어야 하고, 모두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야 할 것이었다. 그것들은 보코논과 내가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므노, 선과 악은 이후로도 계속 따로 지내야 했다.

"나도 자리를 샀어. 누나가 그 바람둥이 남편을 산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뉴트가 그 러시아 난쟁이와 케이프코드에서 보낼 한 주를 산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미합중국과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도 그걸 가진 것이 분명했다. 미국은 인디애나폴리스에 당연하게도 전기울타리와 독일산 세퍼드들로 둘러싸여있는 공장을 소유한 앤젤라의 남편을 통해 입수했다. 소련은 뉴트의 연인, 우크라이나 발레단의 애교있는 매춘부를 징카를 통해 입수했다.
-그들에게는 인생 최고의 절실함이었지만, 남이 볼 땐 인류의 멸망과 비교할 수 없는 이런 이유들로 과학자의 3남매는 아이스9을 거래했다.  
만약 우리가 산로렌조의 1백명의 죽은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조의를 표하고자 한다면 그들을 죽인 것, 즉 모든 인간의 어리석음과 사악함을 경멸하는 것이 이 날을 보내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알려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것을 알고서도 전보다 현명해지지 않은 사람을 조심하라. 그런 사람은 그처럼 어렵게 무지를 손에 넣지 않고도 무지한 사람들에 대해 살인적인 원한에 차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해 거짓말을 할 절실한 필요성과 현실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의 가슴 아픈 불가능성 말이다.
난쟁이, 난쟁이, 난쟁이, 얼마나 우아하게 걸으며 윙크하는가.
그는 사람은 자신이 희망하고 생각하는 것만큼 크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약국잡화점들을 사들이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약국잡화점 체인과 식료품점 체인과 가스실 체인과 범국민적인 게임을 가지고 우리의 공화국을 시작하자. 그 다음에 우리의 헌법을 쓸 수 있다.

모든 종교는 바신을 포함해 거짓에 기반한다는
나름 양심적인 보코논교의 등장.
절망에 빠진 신도들을 이끄는 보코논은 책임감도 소명의식도 없었으며
그 자신이 유희로 조각상이 되기를 선택하듯 사람들의 선택을 대신 결정했다.

산로렌조공화국을 무대로 종교지도자와 독재자, 순수과학자 등
다양한 지도계층들의 '순수한'의도와 노력이 만드는 거대한 재앙에,
악의적이지 않더라도 나빴던 자신의 행위에 대한 성찰 없는 유죄선포.
인상깊은 연설을 했던 민턴대사와 그의 아내는
거짓말장이 세상에서 멸종되어가는 정직한 사람들 처럼 우아하게
'살아남으려 발버둥치치 않기'를 선택해 죽어갔다.
'원형극장의 관객들'처럼 모여있다가 아이스9을 삼킨 군중들의 모습은
읽는 것만으로도 충격.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화두를 던지고 가는 놀라운 인물열전도 그렇지만,
가상의 정치, 종교와 문명을 망라한 판이 큰 풍자에도 입이 떡 벌어진다.
페이지가 잘 안넘어가던 전반부에 비해, 중반부터는 스릴만점.
굉장하고 재미나는 이 분을 참 늦게도 만났네.....

마담 드|Madame De..., |1953


연애하는 여자, 익명의 마담 드, 같은 귀걸이를 세 번 사게 되는 장군의 아내.
처음부터 결혼선물이라는 의미있는 물건이었지만
그것은 아쉽기는 할 지언정 내다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애와 상처와 자신의 굴레의 한계를 깨달은 뒤
다른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얻고 싶은 간절함이 생긴 뒤에
그녀는 자립적으로 귀걸이의 주인이 된다.
거짓말의 형벌로는 좀 가혹하다 싶지만
그 거짓으로 다친 진심의 상처를 생각하라는 뜻일까.
그녀 나름의 성취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 못한다.
가장 열심히 움직이고 모든 것의 원인이었던 그녀만이 불행해진다는 것이
자연스런 귀결일지도 모르겠지만.

스캔들이 부끄러워 여행가겠다는 아내에게
거짓결혼이라는 생각이 거짓이라며
곁에 있어주기를 부탁하는 남편.
허위일지는 몰라도
서로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진심이 있는 한
나쁜 결혼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모든 애정도 거짓말 앞에서는 생명을 다 했다.
비밀이 맞물려 어쩔 수 없이 넘어갈 것 같았던 상황에서
남편은 비밀을 지킨 채로 당당하지만
아내는 결국 만천하에 까발려진다.
정확히 알 수 없던 그녀의 거짓말 동기는
일견 대접받는 것 같아도 어쩔 수 없었던 그 시절의 반영인 걸까.

세번째 마크 오퓔스의 영화는 두드러진 화면구성이 매력적이었다.
댄스장면이 계속 연결되면서 드레스가 바뀌다가 처음의 드레스로 돌아오는 동안,
그들의 댄스데이트는 4일-2일-24시간동안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남자의 대사로 이어지고
`항상 마지막까지 춤춘다는` 악단의 불평까지 잘 버무려진다.
창밖으로 날리는 편지조각들이 눈이 되면서,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는 것도 신선했다.
달랑 본 세 편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기차역과 기차는
미지의 여인...에서는 특색있는 데이트장소였던 놀이공원의 여행열차와
연인과 아들과의 예기치 않은 이별을 하게되는 공간으로 시작과 끝을 보여주었고,
탐욕에서는 전혀 다른 두 세상을 이어주는 공간,
마담 드에서는 두 번 다 뜻대로 되지 않는 연애에 지친 연인들의 이별장소였다.

슬픔은 다 상상일 뿐이야-
실연한 아내를 뒤로하는 말로는 괜찮았던.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Letter From An Unknown Woman|1948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열정을 수줍음에 덮고 있다가
미끼(?)를 만나면 폭발질주를 시작하는'시골처녀'들의 왕언니(^^)
 
도시의 `시골처녀` 리자는
얼핏 엘비라 마디간이나 테스를 떠올리게 하지만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끈이 없이는 쥔 끈을 놓지 않는 가련함을 떨치고
쿨~한 도시스러움을 보여준다.

가진 것을 버리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여자가 되고 싶었으며,
오랜 연정의 기억에 홀대받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낸
씩씩한 `현대여성`.
제대로 엿먹이기 위해 욕망을 희생시켰다고 할 수 있을까 ㅎ ㅎ  

짝사랑영화의 고전이 아닐까 싶은.  
지금의 이야기로 옮겨온대도 어색하지 않을 법한.
몇몇 연극세트 같은 장면도 있었지만
60년도 더 된 옛날 로맨스영화에서 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화면의 짜임이 놀라웠다.
색다른 로맨스영화라길래 냅다 지른 Max Ophüls 3부작.
예상만큼의 만족^^

차라리 이것도 없는 게 나을지도

천안함 의혹에 대한 언론검증이라는 것이 있었고,
그 결과, 가장 결정적인척 하던 버블제트가 없었다는 공식발표가 났다.
그런데...
이 기사에 있는 그대로
"언론검증위원회의 발표 내용은 충격적이었지만,
그 내용을 접하는 언론의 태도는 더욱 충격이었다."
하지만 종이 신문을 보지 않는 현재로 봐서는
포탈들에게도 화살표를 돌려야 하겠지.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233

안젤리나 졸리네 애기들 따라다니는 파파라치만큼도 성실하지 못한 쪼다같은 직업정신.
목숨 걸 일도 아닌데 참 쉽게들 사리시네.
한때는 기자라는 직업도 꽤 멋지고 존경스런 직업이었는데,

마더나이트|Mother Night|커트 보네거트

나는 이 책을 내가 아는 단 한 사람에게 바치고 싶다.
..자신의 악행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나의 깊은 내면에는 아주 선한 나, 진짜 나, 천국에서 만들어진 내가 감춰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헌정할 만한 단 한 사람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는다. 나 자신의 이름밖에는.
그러니 나는 다음과 같은 헌사로 나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이 책을 하워드W.캠벨 2세에게 바치노라. 그는 너무나 공공연하게 악에 봉사하고 너무나 은밀하게 선에 봉사했다. 이것은 그의 시대가 낳은 범죄였다.
 
미합중국 육군과 해군에 소속된 군인, 그리고 공화주의 정부와 공작에 종사하는 이들의
사기와 신념과 용기를 훼손하기 위해 적과 공모한 죄,
국민에게 언론의 자유를 허락한 국가는 애국가의 가면을 쓴 적에게 취약하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언론과 출판의 자유에 편승하고 그 권리를 이용 및 남용하여 반국가적인 사상을 유포한 죄,
정직한 비판인양 가장하여 공화주의 정부의 적절한 기능을 방해하고 훼손하고 분쇄하고 파괴하려 한 죄,
미합중국 육군과 해군에 소속된 군인과 국민의 신념과 용기를 꺾어 정부를 취약하게 만들어서
외부의 무장세력과 내부의 반역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수호할 정부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 죄.

-하지만 지금은 자네가 간첩이든 아니든 신경쓰지 않는다네. 그 이유를 아는가?
...자네가 우리 독일에 봉사한 것만큼 적에게 봉사하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일세.

도덕적 재무장운동은 절대적인 정직, 절대적인 순수, 절대적인 이타심, 절대적인 사랑을 믿는 겁니다.

존스는 완전히 미치지 않았다. 전형적인 전체주의 사고에서 당황스러운 점은 사고기계를 돌리는 어느 톱니바퀴든 그 원주 위에는 제멋대로 갈려버린 톱니 말고도 갈리지 않고 멀쩡하게 남아 제대로 작동하는 톱니도 있다는 것이다.
...톱니바퀴의 톱니를 일부러 갈아버린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정보를 일부러 무시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존스, 킬러신부, 크랩타우어 부회장, 흑인지도자로 이루어진 말도 안되는 가족이 비교적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나의 장인이 하나의 마음으로 여자 노예에겐 냉담하고 푸른색 화병에는 지극정성를 쏟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아우슈비츠의 지휘관 루돌프 헤스가 확성기를 통해 위대한 음악돠 시체운반원 소집 명령을 번갈아 내보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나치 독일이 문명과 광견병 사이의 중요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내 사고기계의 톱니를 일부러망가뜨린 적은 없다. 단 한번도 스스로에게 "나는 이 사실을 외면해도 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악이 어디 있는 줄 아는가? 그건 무조건 적을 증오하고, 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신과 함께 적을 증오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잇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온갖 추악함에 이끌리는 것이다. 남을 처형하고, 비방하고, 즐겁게 웃으면서 전쟁을 벌이는 것도 백치 같은 그런 마음 때문이다.

아이들은 가능하다면 태어난 순간부터 실제 인간과 실제 사회를 통해 실험을 해야합니다. 만일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재료를 이용할 수 없다면, 그때 장난감을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장난감에는 조화로운 면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평화와 질서를 기대하고 자라나 산 채로 잡아먹힐 것입니다.
아이들의 공격성해소라는 면에도 나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이들은 나중에 성인세계에서 분출할 수 있도록 모든 공격성을 잘 품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들 중에서 어린시절에 안전밸브가 꽉 잠겨 속을 부글부글 끓이지 않았던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선전선동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힘을 만천하에 떨친 나치세력의 한 복판에 숨겨져 있었던 하워드 W.캠벨 2세의 전기-물론 가상의 인물이다.
이 인물의 폐해에 대해선 역시 가상의 편집자의 글(그가 작가였다는 말은 예술상의 필요만으로도 거짓말을 할 자격, 다시 말해 거짓말을 하고도 보복을 당하지 않을 면죄부가 주어진다는 뜻이다)이 잘 소개하고 있고,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괴벨스 이상으로 업적을 평가받는 나치선전요원이었던 동시에 유일하게 임무를 완수하고도 살아남은 유능한 미국 스파이라는 또 하나의 동아줄을 잡고 있었기에 그는 그 혼란과 학살의 시기에 누구도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만끽하기도 했다.

자신만이 인정하던 그 '선함'을 증명하기 위해 자살에 까지 이르는 그의 마지막 선택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과, 최소한 존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이라도 하는 악인을
어떻게 심판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한때 충성스런 장세동과, 그런 가신을 거느린 전두환의 '능력'이
그들의 악행-이란 말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만행-을 너머 사람들의 관심을 끌던 시절이 있었고,
여전히 박정희가 넘버원 지도자라는 설문조사가 나오니 말이다.
 
남의 고통을 즐기는 악당은
자신의 범죄희생자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뿐이다. 기록을 남기긴 하지만 결국 그들은 제거되고 잊혀진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자기자신을 합리화시켜 스스로도 믿게 만들고
심지어 시대정신까지 애곡하는 야심가 악당이야말로
말 그대로 '공공의 적'인 것이다.
나쁜 놈은 자신의 나쁨을 과시하며
늘 잔머리와 눈알을 동시에 굴리면서 남을 괴롭힐 궁리를 할 거라는 건
얼마나 순진한 '악'의 정의인지.

가지고 싶은 것, 가지고 있는 것을 너머
자기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게 하는 교육이란 정말 요원한 것일까.

어쨌든 흥미롭다, 커트 보네거트.
그래서 세번째로 넘어가는 '고양이 요람'.

마더나이트란 제목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따온 것으로,
어둠속에서 돌보는 손길이 있는 역설을 의미한다고 한다.

충녀|1972


신기했다.
지금봐도 범상치 않은 이 영화가
그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것보다
그 시절에 흥행했다는 것이.

인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데
대사들은 섬뜩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독특한 화면들도 신기했지만
당돌함과 백치미가 기묘하게 섞인 어린 윤여정의 얼굴이 정말 특별했다.
배두나와 문근영이 한 사람 속에 있는 느낌이랄까?
의외로 재미있어서 신선했던 '옛날 영화'.

우연히 등장한 재앙의 상징-설치류^^

업클로스앤퍼스널|Up close and Personal|1996

꽃중년들의 미모가 찬란하게 타오르던^^

요즘 같은 때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참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처음 봤을 땐
좋아하는 미쉘파이퍼의 매력과
금발바보를 새사람으로 조각해내는
(다시보니 학력위조에 경력조작에 참 골고루 했더군...)
비위상하는 러브스토리의 충돌로 그저그런 영화라는 인상이었는데도
이따금 그냥 남의 로맨스수혈이라도 필요한 꿀꿀하고 한가한 때면
가끔 생각이 나기도 하는 묘한 영화가 됐다.
성공한 남자 옆의 여자는 남자의 성공과 함께 행복해질 수가 있는데
(흔한 스토리는 성공전의 과거까지 묻어버리고 싶은 남자들의 배신이지만ㅎ)
성공한 여자 옆의 남자는 왜 항상 자신을 증명 못해 안달하며 불행해질까.
심지어 그녀의 사기행각을 묻어가며 그녀의 성공을 열심히 밀어준 이 남자 조차도.
딱하게스리...

이만수의 미국구단체험기도 그렇고
언젠가 'Someone you know'보다 'Someone knows you'가 중요하다는
미쿡의 취업추천풍토를 들기도 했기에
전처럼 '비위상하는' 스토리는 아닌데
마침 불거져주신 장관딸스토리가 떠오르면서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불쌍한 도덕관과
폭좁은 업무능력평가방식의 한계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글자 그대로의 뜻에 집착하게 만든다.
'능력'이라는 것은 또 어디까지 일까-도.

우연히 TV에서 아웃어브아프리카의 끝자락을 보다가
생각난 김에 돌린 DVD.
하룻밤에 두번이나,
죽는 로버트 레드포드를 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