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단편선|Chekhoy's Short Stories|김순진 옮김|일송북

굽은 거울
모든 것을 굽어보이게 만드는 멀쩡하지 않은 거울의 멀쩡한 활약기.
거울을 통해서만 미인이 되는 아내와 아내가 찾아낸 아름다움을 기꺼이 즐기는 남편.
단 자신의 얼굴은 거울로 보지 않는 한에서.
행복은 진실이 아니라 믿음에 있다는 실용적인 교훈.

어느 관리의 죽음
기침 한 번에 대한 사과에 목숨을 바친 하위관리.
하위관리의 진정어린 사과와 고위관리의 현실적인 짜증이 어울려
웃기는 상황 속의 슬픔(--;;)을 연출한다.
소심에 대한 도발적인 접근-내가 생각하는 '체홉스러움'.
 
꿈에 그리던 굴을 먹게 되지만
정작 먹을 줄 몰라 껍질채 먹고는 괴로워하는 가난한 아이와
적선을 구할 좋은 기회를 놓친 아버지.
오래 바랬어도, 오래 꿈꿨어도
다가온 행운을 찬찬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의 체홉은 참 못됐다^^
 
실패
계획된 결혼을 성사시키려다가 맹세의 그림을 잘못가져가는 바람에 잡았던 바람둥이 사윗감을 놓치는
어느 부부의 결정적 실수.
뭐 불행한 결말 같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좋은 것 아니겠어요....

농담
죽어도 다시 타기싫을 만큼 무서운 썰매타기에서 사랑의 고백을 듣는 여자.
하지만 썰매타기가 끝나면 시치미를 떼는 남자때문에 그녀는 결국 거듭거듭 썰매를 타고
나중에는 혼자서까지 썰매를 탄다.
결국 바람소리에 고백을 실어 마무리해주는 남자의 친절로
그녀는 혼자만의 행복을 간직한다는 겨울용 그녀만의 환상동화.
읽고나면 잔인한 제목.  
 
남들을 동원하는데에는 망설임없이, 그러나 정작 자신의 작업은 핑계가 많은 어느 삼류작가의 작업일지.
남의 일 같지 않아. 반성할 만한 사람들 많을 거야....
 
슬픔
충격적인 슬픔을 겪은 마무.
한번쯤 그 슬픔을 입밖에 내어보고 싶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의 말 밖에는.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났다.

아뉴타
불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고분고분한 여인 아뉴타.
일단 여섯번째 남자에게서 버림받는 것은 조금 미뤄졌지만
그녀의 불안한 일상과 남들의 평범한 일상이 대비된다.
하지만 마지막 등장인물의 차마시기 대화는 대체 뭔 소린지요...

함정
한번 만나면 벗어나지 못하는 기괴하고 신비한 매력의 여인...

티푸스
병마에 시달리며 사선을 넘나들다 돌아온 현실. 다시 태어난 듯한 개운한도 잠시, 그를 기다리는 슬픔은..? 이것도 슬픈.

자고 싶다
너무나 자세히 묘사된 열 세살 유모의 고단한 하루.
찰나로 이루어진 시간의 띠 속에 순간순간은 언제나 일탈로 갈 법한 균열이 있다.
 
내기
깨달음을 얻은 인간의 선언마저 치졸하게 구기고 마는 탐욕의 품위없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그대들의 책은 내게 지혜를 가져다 주었다. 지칠 줄 모르는 인간의 사고능력으로 몇 세기에 걸쳐 이룩해 낸 모든 것들이 내 두개골 속에서 작은 언덕으로 쌓였다.내가 그대들 누구보다도 현명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또한 나는 그대들의 모든 책을 경멸한다. 이 세상의 모든 행복과 지혜를 경멸한다. 그 모두가 싯하고, 무상하며, 신기루처럼 공허하고 기만적인 것들이다. 그대들이 아무리 오만하고 현명하고 아름답다고 해도, 죽음은 그대들을 마루 밑의 쥐새끼들처럼 지상에서 쓸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의 자손과 역사, 천재들의 불멸의 업적들은 얼어붙어 버리거나 아니면 지구와 함께 불타 없어질 것이다.
그대들은 분별을 잃고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 그대들은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추악한 것을 아름다움으로 잘못받아들이고 있다. 만약에 사과나무나 오렌지나무에 무슨 일이 생겨서 열매 대신에 개구리나 도마뱀이 열리게 된다면, 혹은 장미꽃이 말의 땀냄새를 풍기게 된다면, 그대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하늘을 땅으로 바꾸어버린 그대들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진심으로 그대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

:내 두개골에도 저런 언덕이 쌓였으면 좋겠다. 뭐라도 좀 쌓여보란 말이다--;;
지식인의 깨달음보다도 은행가의 치졸한 뒷처리가 백미^^

사모님
부패의 척도는 싸모님들의 적극적인 경계선 넘기라고나 할까...
너무나도 재미없는 소설을 들고 와  굳이 읽어주는 여자를 죽이고 절규하던
다른 소설의 주인공이 생각나는 결말.

상자 속의 사나이
보이는 틀이 아니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결국 권태의 원인은 틀의 견고함은 아니다.
그들은 또 변함없이 다른 두드러진 틀을 재물삼아 불평하며 별 다른 재미 없이 살아갈 것이다.
오히려 상자속의 그는 진심의 삶을 이기적으로 잘 산건지도.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결국엔 그런 거짓말을 참아 내는 사람이 바보 멍청이라고 놀림을 당하게 되죠. 모욕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자신은 성실하고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스스로 주장하지 못하고 그저 참고 미소지으며 스스로를 기만하는 그런 행동은 결국 한 조각의 빵과 따뜻한 잠자리, 아무 가치도 없는 지위 때문이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겠어요."

:딴지일보 김용철변호사의 인터뷰에서 공직자들이 주는 봉급만 받고 폼나게 살아버리면 얼마나 무서운(위엄있는) 집단이 되겠냐던 구절이 인상 깊었었다. 초연 이상의 결계는 없다...로다.

사랑에 대하여

"어째서 펠라게야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예쁜 외모에 걸맞는 잘생긴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하필이면 제멋대로 생겨먹은 니카노르(여기서는 모두 그를 '얼굴이 무기'라고 부른다)에게 반했을까요. 두 사람을 보면 사랑에 있어서 개인의 행복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 정확한 답을 랑 수 있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없는 것 같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이해하나 봅니다.
사랑에 대한 얘기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아요? 그런 수많은 말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사랑은 위대한 신비'라는 거. 이 말 빼고는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쓴 것 전부 사랑에 대해 물음표만 더할 뿐, 사랑이 무엇인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그래서 사랑이라는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나 봅니다. 어떤 특정한 경우에 어떤 설명이 잘 들어맞는다 하더라도, 그 설명을 다른 많은 경우에 적용시켜보면 금세 어긋나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에는 공통분모가 없다, 하나하나의 사랑이 그 자체로 소중할 뿐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이 병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듯 말이죠."

'우리의 사랑을 방해했던 모든 것은 실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으며, 거짓된 것이다'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흔히들 생각하는 행복과 불행, 선과 악의 잣대로 당신들의 사랑을 판단하지 말라. 훨씬 더 중요하고 훨씬 더 고귀한 것으로 당신들 사랑의 높이를 재어 보라. 그렇지 않다면 아예 판단하려 들지 말라'

:어울리지 않는 연인들, 정당한 도덕심으로 오래 감춰둔 사랑이야기로 들려주는 체홉의 사랑에 관한 웅변.

대학생
삶의 보석이란 스스로를 격려할 만한 작은 보람을 직접 찾아내는 순간.
회의적인 미래 뿐이던 한 대학생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감동으로 스스로의 감동을 찾아가는
교훈적(^^) 이야기.

농부들
도시로 상경했다가 다쳐 도시빈민이 되기 전 시골로 피난하지만 목숨을 잃고
남은 가족은 결국 다시 도시빈민으로 향하는 산업화 일지.
가난에 현미경을 들이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들의 고단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무지까지 웅변으로 변명해주는 체홉...

귀여운 여인
왜 이 얘기를 모파상의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었을까.
기억속의 그녀는 정말 제목 그대로 귀여운 여인이었으며
나와는 거리가 멀되 나름 장점이 있는 여인 이었건만
다시 본 그녀에게서는 체홉이 풍겨주는 냉소의 향기가 가득한다.
사실 그렇다. 나도 이런 사람과 친하지 못하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아직은 사랑이 남아있는 동안에, 아니, 실은 그 정도가 아니라
접었던 사랑을 애타게 다시 찾아 막연한 희망을 꿈꾸는 순간에
갑자기 시선은 유체이탈하여 그들의 밝을 수 없는 미래를 당연한 듯 툭 던져놓는다.
외도에 대한 끈적임 없으면서도 비관적인 시선과 남자주인공의 캐릭터 좀 특이했던.

골짜기
어느 마을의 어느 가족의 짧은 연대기. 참 알 수 없는 아들네미야...그외에는 자업자득의 인생.
그리고 가여운 아기 한 명의 불행 유전.

"새의 날개는 두 개 뿐이지 네 개가 아니잖소? 그것은 말이지, 두 개만 있어도 날 수 있기 때문이오. 그런 식으로 사람도 전부 다 알 수 없는 거요. 절반이나 4분의 1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알면 되는 거요."

:행복한 인생을 위한 필요조건. 하지만 인간은 고양이를 죽일 수 있는 호기심의 소유자....
 
약혼녀
결혼을 앞에 두고 새 인생을 살게 되는 약혼녀의 이야기. 끈이 있는 동안에는 놓을 수 없지만 준비된 사람은 끈이 날아가버린 뒤에 혼자 설 수 있게 된다.

"인생 전체가 프리즘을 통하는 것처럼 흘러간다는 것, 그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란다."
"바꾸어 말하면 의식 속에서, 인생을 일곱 가지 원색처럼 제일 간단한 요소로 분해한 다음 그 하나하나의 요소를 따로따로 연구해야 하는 거야."

자세한 내용을 적어두면 나중에 느낌을 되새길 때 장애가 될까봐
원래 영화든 책이든 내용 같은 건  잘 적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써놓고서도
무슨 얘기였길래 이렇게 썼지-? 궁금해지는 상황이 발생.
최근에 웃겼던 건
하얀면사포 끝에 '충격적 결말'이라고 써놨든데
그 결말이 기억이 안나는 거돠--;;
(충격이 다 가셨나봐-)
재미있게 읽었더라도 기억에 엄청난 한계가 있는 단편집은 특별히

귀찮더라도 좀 적어가며 보기로 한
다.
매일 2만개씩 죽어도 죽을때까지 80%(인가?)가 유지된다는 뇌세포.
내 껀 쓸만한 놈들만 2만개씩 죽어나가는 거 아냐...?

고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 열한번째 정기연주회 (안녕! 아프리카)

참으로 앙증맞던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포스터라 아쉽다는^^


아.프.리.카 라는 네 음절에 끌려 그냥 예매를 해버렸던 공연.
끕끕한 날씨였지만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쾌적해졌다.
아슬아슬하게 입장을 해서 앉자마자 공연이 시작됐다,
하얀 드레스와 양복을 입은 소년소녀들의 합창.
판소리나, 오페라 같은 사람소리감상에 인색했던 지라 별로 기대도 흥분도 없었지만
조금은 연약하고 조금은 불안정하되 사람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는 해준 것 같다.
노래 좀 못하면 어때, 귀엽던 걸~
어찌나 귀엽던지 앉는 순간 나도 학부모 모드^^

내가 기대했던 것은 2부로 예정된 아프리카 타악그룹의 공연이었다.
처음엔 아프리카 그룹인 줄 알고 흥분했다가,
나중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그룹인 것을 알고 좀 실망했다가,
그래도 북소리가 중요한 거니까-정도의 흥분으로 타협했었는데
웬걸, 전신에 흥을 도배한 두 아프리카 꾼들이 등장했다.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잘 논다.
온몸에 리듬을 감고 태어나는 사람들처럼
움직임 하나하나가 생기있고 흥겹다.
섣불리 누군가 따라한다면 외설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아마도
뱃속에서부터 느끼고 들으며 함께 어울리던
모태흥겨움의 현신이 그저 신나는 감정만을 몸밖으로 불러내 주는 거겠지.
합창단원들의 가족들이 대부분이었을 관객석도
들썩들썩했다.

기대이상의 흥분을 끌어내던 이들의 공연뒤로는
아프리카틱한 복장의 귀여운 소년소녀합창단이 다시 등장해서
아프리카 노래들을 불렀다.
약간의 연기와 가무가 곁들여져 좀 어설프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귀엽던 마지막 무대.
아쉬움이라면 뱀으로 사자를 잡는다는 아프리카의 흥겨움에서
바로 노예시절 부르던 영가로 넘어가는 바람에
안녕 아프리카라는 깜찍한 제목이 좀 무색하더라는.
게다가 마무리는 찬송가라서 더더욱.

좀 늦게 나왔더니 로비는 출연진들과 가족들이 어울리는 만남의 광장이 되어있었다.
이 어리고 귀여운 친구들은 듣기만 하는 음악보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즐거움을 부쩍 느꼈을 것이다.
여러모로 미안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인데
무대에서 직접 느껴보는 흥분과 설렘이 남다른 경험이 되겠지?
그런 이쁜 너희를 위해서라면
다시 한번 소수의 유료관객 중 하나가 기꺼이 되어주마~

[단독인터뷰] 베론 “한국은 거친 팀, 경계 대상이다”

일간스포츠 | 입력 2010.06.15 09:33 | 수정 2010.06.15 09:35

 
[JES] 한국전을 앞두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맏형 후안 베론(34·에스투디안테스)은 "한국을 조직력을 강조하면서도 거친 팀이다"며 경계한다.

그의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이 뛰어 우승을 차지했던 1986 멕시코 월드컵 때의 한국팀 역시 생생히 기억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한국은 같은 스타일이다. 대표팀의 맏형답게 후배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이어 16강에 오를 것 같은가.

"4팀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 다만
나이지리아는 예전 같지 않다. 그리스는 유로 2004 챔피언의 위상이 사라졌다. 한국은 강한 조직력을 지니고 있다. 작년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 대표팀과 비슷한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아주 거세게 대항해 우리가 고전했다. 그 때의 기억을 잊지 않겠다."

-한국의 중심은 박지성이다. 어떤 선수로 평가하나.

"훌륭한 선수다.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팀을 잘 안다. 아무나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

-1986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물론이다. 열 한 살 때였지만 TV로 본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은 아주 거친 팀이었다. 아주 빠르고 대인 방어가 강했다. 한국은 아주 위험한 팀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역습에 강한 팀이다.

-리오넬 메시가 마라도나급의 영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나.

"하늘 아래 축구팬은 두 축구의 신을 모실 순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바란다. 메시가 마라도나는 아니지만 1986년 멕시코 대회 때처럼 월드컵을 품에 안기를 기대한다. 마라도나와 메시, 두 사람과 함께 월드컵에 나간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메시는 대표팀보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더 잘 뛰는 것 같은데.

"바르셀로나와 대표팀은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메시가 더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선수 전원이 도와줄 것이다. 시간을 갖고 함께 발을 맞춘다면 메시의 플레이는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전망은.

"좋은 기회를 맞았다. 예선 때의 실망스런 경기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에서 우리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 있다. 나는 우리의 동료들을 믿는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후보라 생각하나.

"브라질·스페인은 정말 강하다. 잉글랜드·포르투갈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아르헨티나는 그 다음 레벨에 있는 팀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경기는 모두에게 공정하다."

-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표팀에 제외됐을 때 심정은.

"마음이 무척 아팠다.
대표팀 유니폼을 다시 입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하지만 선수를 결정하는 건 순전히 감독의 몫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에게 월드컵이란 어떤 의미인가.

"모든 축구선수의 꿈은 같다. 첫째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 그 다음은 월드컵 출전이다. 운 좋게도 1998 프랑스·2002 한·일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두 대회 모두 성적이 좋지 않았다. 프랑스 대회에서는 8강에 올랐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일 대회 때와 실망감은 별 차이가 없었다. 월드컵에 나서면 언제나 우승을 꿈꾼다. 하지만 축구란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 있는 세계다."

-마라도나 감독의 지도력을 평가한다면.

"마라도나 감독은 새로운 감독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고 믿는다. 유럽으로 건너가서 해외파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한다. 새로운 방식의 훈련을 개발하고 준비하는데 열중한다. 선수들에게 영감과 동기부여를 불어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매일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다. 선수시절 그토록 대단한 경험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마라도나는 어릴 적 당신의 영웅이었나.

"물론이다. 마라도나의 플레이를 보며 월드컵에 출전하길 꿈꿔왔다. 운명이었는지, 그가 감독을 하는 대표팀의 멤버로 월드컵에 나왔다."

프리토리아=다니엘 아베야네다 아르헨티나 '클라린' 기자


2002년.
몰려들었던 축구선수 정보들.
경기를 볼만한 애정은 없었기에
외모로만 분류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가장 압도적인 외모때문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베론.
불행히도 그의 경기는 유튜브에서만 봤다.
안 그래도 그의 경기를 좀 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은퇴한 줄 알고 있었는데
아르헨티나전은 꼭 봐야겠다.
전성기는 지났다지만 그래도 베론이니까~
외국기사 인터뷰라 그런지 말하는 것도 멋진 걸...

수원화성

토요일 오후에 행사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덕수궁 교대식 같은 걸 줄 알고 무시했는데
이런 신기한 줄타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원래는 어릿광대와 줄광대가 따로 있다는데
두 몫을 한번에 다 해낸 굉장한 젊은 광대.
정말 신기했다.

화성행궁은 생각보다 작았는데 유난히 나무들이 인상깊었다.
살아있는 나무들은 어린 녹색으로 창창하고
재료로 쓰인 나무들은 결이 참 예뻤다.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도 늘 쳐다보고 반하게 되는 지붕
시작지점이 나름 경사구역이라
만리장성 같이 걸을 생각을 했던 나를 좀 실망시켰지만
곧 천천히 에둘러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났다.
살짝 오르락내리락도 하는 것이
서너시간 산책으로 제격.
수원시민들은 참 멋스러운 길에서 운동한다^^
걷던 중에 동춘서커스 천막을 발견했다.
없어졌다고 얼마 전에 TV에서 본 것 같은데.
어릴 적에 한 번 봤던 서커스는 동물의 냄새와 기괴한 외모의 사람
(지금도 무서운 '목이 긴 여인'--;;)때문에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진 않지만
평생 몸으로 익힌 재주는 참 아깝다.  
적당히 화창하던 날씨.
시내 한복판의 수원성은 인상적이었다.
징글징글하게 대한민국의 도시임을 증명해주는 아파트 밀림들로
수원성에서의 전망은 별 거 없었지만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수원성을 내다볼테니 그쪽 전망이 훨 나을 것이다.
사대문과 성벽이 남아있다면
서울의 운치도 살아있었을텐데.
500년 고도라면서 새 것 밖에 없는 서울이 참 불쌍하다.
얼마전의 덕수궁은 제법 운치 있어보였지만
수원의 파릇한 나무들을 보니
먼짓밥의 흔적이 아닐까 싶은 덕수궁의 우중충함이 비교가 된다.
아무리 돈을 부어도 돌이킬 수 없는 게 시간인데
없으면 모를까, 있는 걸 밀어버리고 매끈함에 환호하는 그 가난함을
언제나 벗어버릴런지.

수원의 맛집이라던 갈빗집 가보정.
특별히 맛있는 맛은 아니었지만 반찬에는 만족했다.
호주산을 먹어서 그럴지도.
하지만 맛집이면 재료가 좀 후져도 맛있게 만들어줘야죠?

수원맛집의 감동은 수원천변에 있던 어느 통닭집이었다.
뼈가 하얀-즉 냉동닭이 아닌 중닭을 튀김옷 없이 통닭으로 내줬는데
가슴살까지도 퍽퍽하지 않던 놀라운 맛.
가마솥통닭인가 이름이 그렇던데
우리 동네에도 그런 통닭집 생기면 좋겠다.

닭이 맛있기는 했지만 순댓국 못먹고 온 게 너무 아쉽다.
놀러갔을땐 먹어도 먹어도 다 들어가도록 잘 저장되면 좋겠어......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Vicky Cristina Barcelona|2008

불가능한 사랑은 없다는 걸 인생으로 보여준 우디앨런이라서 그럴까.
단순하게 정리해버리면 좀 황당하기도 한 상황인데
정직하고 성실한 연애자 후안,
정열의 마리아,
자연스러운 크리스티나.
영화속의 모든 인물들이 다 사랑스러워보여서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떠나는 크리스티나에 대한 마리아의 분노는
더더욱 사랑스러워^^
하지만 그런 크리스티나이기에
그런 행복이 가능했겠지.

역시 사랑조차도 적성이 중요한 것이다.
설렘과 선택의 기로야
모두가 겪어야 하는 절차이지만
어떤 게 더 좋은가-이든
어떤 게 더 참을 수 없는가-이든
자기자신을 더 알아야 하는 문제.

해프닝으로 끝나버린 결말이
좀 안타깝지만
그들 모두
그들의 행복을 향해 열심히 움직였다고
인정해줘야겠지.

수다를 줄이고 사람에게 더 관심을 보이는 우디앨런이 좋아진다.
이제 그도 뉴욕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란 걸 느끼고 있나^^
나도 바르셀로나 가보고 싶다 ㅋ ㅋ

전형적인 정열의 연애-완성되지 않아 평생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짧고 강렬한 바람 같은 로망-비키는 비호감이지만 배우는 멋지다
불안정함까지 낭만으로 보이는 '연애'의 이상형
하지만 실은 이 연애가 가장 건강했을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