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2009

잊고 있었다, 토종 수퍼히어로로서 손색이 없는 도사라는 존재를.
이제 하나 끄집어냈으니 앞으로도 좀 더 나올까?
얘기잘하는 사람 최동훈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고
구석구석 주고받는 사람들의 호흡은 신난다.
그런데...
요괴마을 청계천도, 그림돈세탁도
찌를 것도 아니면서 어설프게 스치고,
요괴를 달래던 피리가 어쩌다가 요괴를 깨우는 피리가 되었는지,
무협지처럼 눈치도 안보고 마구마구 증폭되는 전우치와 요괴화담의 파워업 등등
이전의 영화들보다는 촘촘함이 줄어든 느낌이다.
어차피 신선들도 아무생각없이 숫자하나 잘못 세서 이렇게 된 거-삼천을 세다보면 그럴수도 있는거지^^
-라고 생각하면
좀 길다 싶긴 해도 지루하진 않다.

이런 영화에서 천덕꾸러기는 항상 여자.
아무리 찰나의 캣우먼이라해도
정말 존재감 없기는 하다, 임수정인데...도.
세계적인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요괴마을 주민들도 좀 빈약하긴 했다.
걔들도 다 이유가 있어 태어났을텐데 외모에 너무 신경 안써주시네~~~
와이어 전우치만큼도 매끄럽지 못한 움직임이라니.
현대로 넘어온 후로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옛날배경의 그림들은 많이 허전했다.
여백이 허전하지 않고 아름답게 보이게 하려면 역시 그림 좀 봐야되나 봐.
그림은 좀 그렇지만
이번에도 출연배우들의 에너지를 쭉 뽑아내는데는 성공.
노동집약형 영화의 인본주의 감독인가봐^^

완전 물만난 유해진
그 많은 대사를 그렇게 재미있고도 그렇게 잘 알아듣게 말해주다니~!
삼단변신에 배신까지 하느라 고생많았어, 초랭언니
귀여운 신선삼종세트
누가 더 귀염둥이인지 우열을 가리긴 너무너무 힘들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중견별 주진모
(믿으세요, 내가 찍으면 다 뜬다니깐!)
장화홍련 이후의 염정아는 완전 다른 사람
특별출연 종목에서 백선생님의 포스를 압도했다네
오래 살아야 별 거 없다-면서 오빠는 왜 그러셨쎄여
내가 누구인지 알고 사는 것도 참 힘든 일임을 보여주시는-
그래도 멋지옵니다
초라니 방정이라 하기엔 여전히 느린 말투지만
표정에 있어서는 선물세트를 하나 장만하신 동원군
입대선물 쌩유!
건강(^^)하지 못한 몸이라 술은 못따라준다...
하나로 만족 할 수 없는 욕심쟁이들을 위한 보너스 동동동...동동씬

연애론|스탕달

사랑의 탄생과 성장의 일곱단계: 감탄, 쾌락, 희망.
.사랑의 탄생-첫번째 결정작용은 의심이다
...두번째 결정작용
일에서 이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년이 될 수도 있다.
이에서 삼단계까지는 보통 한달정도 걸린다. 그러나 빨리 희망을 찾지 못하면 이단계에서 서서히 포기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삼단계에서 사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눈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다. 희망의 틀을 발견하는 순간 바로 사랑이 싹튼다.
사단계와 오단계는 거의 구분이 되지 않으며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결정작용이 시작된다.........
오단계에서 육단계로 진행되는 과정에는 열정의 강도와 성격의 완고함 정도가 영향을 미친다.......
육단계와 칠단계는 구분이 명확치 않으며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여기서 육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짧은 시간안에 끝나는 허무한 사랑이 되는 것이다..........
여자들이 수를 놓는 것은 그렇게 하릴없이 수틀앞에서 시간을 보내며 모든 신경을 그에게 집중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기병대라면 총알이 날아다니는 평원에서 말을 달리며 애인생각에 빠져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현재의 불행속에서 행복했던 과거를 돌아보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다.
감각이란 상대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은 상대의 특징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상상속에서 그의 매력을 카워내고 사랑해버린다.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로 사람을 파악할 뿐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을 보고 즐기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그렇게 열정적인 사랑을 퍼부었건만 상대는 너무 불공평하고 이기적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숱한 불행을 겪으며 의심이 많아진 사람들은 이런 영혼의 혁명같은 첫눈에 반하기를 겪을 수 없다. 사랑을 외면하는 것 역시 사랑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욕망의 반동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여자들은 치부는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면서 팔을 드러내는 것은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우리가 배운 수치심은 대부분 후천적이기 때문이다.
맹금류는 물을 마실 때 몸을 숨기는데 물을 마시려 몸을 숙이는 순간 무방비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두가지 불행이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정열과 절대적 공허함이 바로 그것이다.
남자들이 가식과 위장에 정신팔려있으면 여자는 오히려 강한 교태로 남자를 자신에게 집중시켜 자연스러움을 찾게 도와준다.
재기가 부족하고 둔감한 여자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는 둔한 여자 앞에서는 가식을 부리기도 쉽고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니 가책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자연스러움이 영영 사라진다.
예민한 남자가 감동을 받으면 그를 지배하고 있던 묵은 습관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감동이 없는 길은 더 이상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섬세한 남자들이 새로운 여자들에게서 뜻밖의 감동을 발견하면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의 운명이 달린 것 같아 잘하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상대에 대한 작은 의심은 사랑에 대한 갈증을 증폭시키고 사랑에 생명을 불러넣어 행복으로 발전시킨다. 이것이 사랑이 지속되는 비밀이다.
취미적인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으면서 강해지는 반면 정열적인 사랑은 식어간다.
사랑에 사로잡힌 마음을 털어놓기에 가장 좋은 상대는 어쩌면 자기자신.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질투를 느낀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예전에 질투를 느낀적이 있고 앞으로 질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는 비교적 떳떳하다.라 로슈푸코
정숙함이 불행한 것은 지루함 때문이다. 정열적인 사랑이 불행한 것은 절망과 죽음 때문이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 있는 연애할 때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의 뿌리.
응용을 잘하면 남녀탐구생활이나 남보원까지 확장 가능한? 핫핫~!
단박에 읽어지는 실전얘기들.
1827년에 쓴 책인데 아주 옛날 얘기 같진 않은 걸 보면
좀 우울하긴 하다.
뭐 책 한권을 쓸 정도로 열애에 집중했다는 점은 참 감탄할만 하지만,
그렇게 집중력 있는 내 애인이
여자들은 이런 걸 좋아해-라는 생각으로 내내 나를 일반화시키며 만나왔던 거라면
그 사실을 아는 순간, 정 떨어질 것 같다.
스탕달, 혹시 이 책 쓰고 그래서 차이지 않았을까^^
연애하는 친구에게 추천하라면 이 책보다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택하겠다...

Stendhal 본명 Marie-Henri Beyle 1783–1842)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외가쪽인 이탈리아가 좋아 옮겨 가서 살았고
나중에 스탕달신드롬-예술작품앞에서 깊은 감동으로 어지럼증 등등의 병세를 진짜로 보이는 현상-에도 이름을 남긴 작가. 밀라노에서 만난 백작부인 마틸데와 연애.

 
PS. 사랑의 기술도 번역제목이 좀 웃기긴 하지만 스탕달의 연애론도 원제는 그냥 사랑.

여배우들|2009

재미있는 수다 한판.

작정한 듯 일얘기는 별로 없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직장인들의 애환이라고나 할까.

뭐 그들의 애환이야 구설수만큼이나 많고도 무거움을 짐작했던데다가

박수만큼의 돌멩이라는 윤여정의 명쾌한 정리로 더 할 말도 없음이다.

나혼자 평상복 입고 왔다갔다 하면서 배우들의 파티를 곁눈질로 구경한 느낌이랄까.

연예인에게 관심없는 사람이라면 당근 재미없었을.

보기좋은 그림

 

언젠가 괜찮다고 해놓고 내 담배에 불편해하시던 한 어른이 생각났다.

나이먹어 간다고 다 어른 되는 건 아님을 나를 표본삼아 확인하는 처지지만

(더) 자라서 윤여정 같이 쿨한 어른이 되고 싶어진다.

얼마나 실제와 닮았는지 모르겠지만 김옥빈은 성격 참 좋게 나온다.

다만 산발에 민낯을 해도 이쁠 옥빈양을 어찌 그리 스타일마루타로 남용을 하셨던지.

하긴 따지고 보면 전생부터 화보걸이었을 것 같은 김민희를 빼고는

멋지다 싶게 스타일링 된 사람도 없었던 것 같긴 하다.

그 `여배우들`을 불러 놓고 말이지.

준비된 세팅에 배우들을 집어넣은 듯 어색했다.

외국분장사가 우리나라 사람 화장시켜 놓은 것 모냥...쯧.

하긴 이건 화보촬영품평이 아니라 영화지^^

 

아름다운 그녀들

 

처음부터 들이대던 고현정.

그렇게 이명박스럽게 연기하다가 김희애가 될까봐 좀 걱정됐는데

다행이 그대로 끝내진 않았다.

외로움 보다 외로움을 만드는 모든 적들과 전쟁중인 듯한

그녀의 씩씩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밀어부치기는 이제 그만~~

이 영화의 내맘대로 여우주연상.

수상자는 이-미-숙!

단 한순간도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흰머리가 의외였을 뿐, 외모는 흐트러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년배 남자배우들이 영화속에서 아버지로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

그녀들이 얼굴이라도 비출 기회가 더 적다는 것이 참 아깝다.

엘렌 그리모 리사이틀|Hélène Grimaud First Concert in Seoul

캐주얼한 차림-무대위에서는 음악을 위해 최대한 미모가 돋보이지 않도록 신경쓴다는 여유있는 미모의 소유자라니--;;-에 조금은 히피스럽기도 한 분위기인데 음악은 좀 예의범절 따지는 느낌이었달까.

구도자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친절한 세번의 앵콜.

사람은 참 좋은 것 같지만 유심히 보고 또 찾아갈 연주자는 아닌 듯.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2006

베토벤의 지휘장면을 생각하면

사실 재현도 아니고 그저 상상으로 만들어낸 장면일텐데도

음악가나 화가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감독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악과 음악가의 사이를 잘 걸어서 보여준 카핑 베토벤.

그의 음악을 듣고 대화를 한들 그 속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으니

그의 음악을 통한 모든 기억들도 베토벤의 표현을 카피하는 것일지도.

그걸 여자조수가 하건 남자조수가 하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휘장면이나 수녀원난동 장면들은 가상의 조수에게 너무 과하게 시간을 할애한듯.

베토벤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우리나라에서는 서태지라 할만큼 빛의 속도로 티켓을 매진시키는 예브게니 키신이 뉴욕에 있는 아파트에서는 이웃들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만 피아노를 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스비아토슬라브 리흐테르도 어느 시골마을로 친구와 피아노 연습하러 갔다가 이웃 아주머니에게 시끄럽다고 혼난 적이 있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베토벤은 진짜 이웃 복은 있었네^^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Emmas Glück|2006

내가 엠마였다면
부상당한 마크를 그렇게 능숙하게 치료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의 돈을 들고 용도를 정하며 기뻐하지 못했을 것이다.
증거를 없애려 차를 태우는 것-생각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생각 했더라도

실행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이런 사연을 두고 남자를 그렇게 스스럼없이 대하진 못했을 것이다.
특별한 그녀에겐 너무나 평범한 스토리.

사랑의 시간이 꼭 길어야 장땡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이 받아들일 만큼은 보여줘야지....

특이한 설정을 현실적인 척 풀어내다가 오히려 비현실적이 되는 또 하나의 재미없는 샘플.

하나의 수확이라면 딱 내스타일의 여배우 Jördis Trieb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