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식객|2008





요즘 섭생에 괴로움이 많은 것은 우리음식문화가 후져서가 아니라
식재료의 안전관리에 켜진 빨간불을 너무나도 오래 방치했던 때문인데,
우리나라사람들로 말하자면
납이 든 게를 정기적으로 먹었고,
나도 포르말린 콩나물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운 전력이 있으며,
최근에는 생쥐머리가 든 새우깡과
애벌레기름에 담긴 참치캔을 만드는 회사들도 변함없이 장사 잘 하고 있으니
오래 전 비식용유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전통의 라면회사를 망하게 할 뻔 했던 국민정서가
그리울 지경이다.
그런 나라에 광우병 소고기를 파는 미국이 미안해하기를 바라기가 미안하지.
어쩌면 한국사람들은 너무나도 단련이 잘 되어 있어서 뭘 먹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식당이나 시장이나 먹을 걸 사면서도 의심에서 완전 자유롭지 못한 이 불쌍한 시절에
식객은 정말 제대로 염장을 지른다.
수 십 년된 장이나 바닷물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조미료-빼는 것도 안바래, 그저 조금만 적게,
위생? 많이도 안바래, 대충이라도 농약 좀 씻어주고, 상하지 않고, 남이 먹던 거 아닌 거,
중국산? 다 싫은 건 아니구 물감 뿌리거나 속여서 비싸게만 안 받길-
바랄 뿐인데 이게 그렇게 많이 바라는 건지.
야밤에 식욕을 자극한다는 단점보다도
어쩐지 운암정의 외관처럼 궁궐 얘기같이 느껴져서 좀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 뜬구름 속 맛의 세계.
운암정 같은 집에 가서 밥을 먹기보다는 성찬식품의 단골이 되고파.
어이, 성찬총각, 우리동네는 언제 와...?

처음 두 회를 아주아주 재미있게 봤음에도 이빠지게 재방송으로 간신히 보던 식객을
마지막주에 제대로 마무리 했다.
내용은 한식의 세계이고 원작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전체 드라마는 살짝 일본 드라마 분위기.
아주 작은 계기로 개과천선하는 나쁜 놈들도 그렇고
(일본 드라마에서는 주로 허리를 굽혀 절하면 상황종료^^),
나쁜 놈들이 나빠봤자 아주 나쁘지도 못한 한계도 있고.
배우들의 표현방식이 오히려 한국적인 느낌을 살려줬달까?

마지막회 명대사의 주인공은 오봉주 조리사.

"나 외국나가기 전에 우리 운암정 식구들 다 같이
(파티? 아니면 한식당이니까 잔치?를 생각했는데..)
메주를 띄우자"

푸하하...
하지만 힘 좋은 청년들이 꾹꾹 눌러만든 메주는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맛있을 것 처럼 근사해보였다.
순식간에 곰팡이도 피었고^^

외곬수에 뻗대기만 하는 장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호기심과 배움을 멈추지 않고 또, 일을 사랑하고 즐기듯 사람에 대해서도 애틋하던 오숙수를
이따금 귀엽게도 보여준 최불암,
오랜만에 자리값, 인물값 반짝반짝 하고 나온 김래원,
이젠 오히려 시트콤이 안어울릴 것 같은 배우 권오중도 멋있었지만,
보는 동안 자주 눈길을 끌던 남상미가 제일 좋았다.
얼짱출신임이 무색하게 연예인동네에서는 오히려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얼굴로 자기 색을 찾아가는 것 같아. 나중엔 김래원과도 잘 어울렸고.
사진 받으러 갔더니 드라마홈피에서 짝짓기투표를 하고 있었다.
왜, 오숙수와 분여사는 명단에도 없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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