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J.D.샐린저


네가 지금 뛰어들고 있는 타락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그건 무서운 타락이다. 타락해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가 부딪혀서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가기만 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야.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환경이 자기가 바라는 걸 도저히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단념해버리는 거야. 실제로 찾으려고 시작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 버리는 거야.
 
진실 중에서도 변하기 쉬운 게 순간의 진실이라면
그 순간의 진실에도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마음에 와닿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하품이 나올 수 있다든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리워질 수는 있다든가.
감정은 논리의 하위기관이 아니니
이해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거나,
좋아한다고 다 이해하게 되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그대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피비가 말 걸어주기 전까지는 스스로에게 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 섬세한 소년에 대한 유일한 불만이다. 
주변에 홀든 같은 녀석이 있다면 그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조금 궁금해지기는 한다.
상징과 은유에 무게를 두는 우리문화권에서 상처받은 사람은 어떤 면에서 위로를 받을 지도.
제대로가 아니라면 다 맘에 안드는 듯이 말하다가도
맘에 드는 무언가에는 제대로가 아닌 구석을 아예 찾아보려고도 않는 홀든을 통해 
치기가 살아 있으면서도 냉소와 조롱을 피해간 샐린저의 독특함이 맘에 든다. 
(책 안의 홀든은 그리 맘에 들지 않지만^^)
그 또한 은둔으로 결론내린 섬세한 영혼 중의 하나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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