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피에르 부르디외와 한국사회|홍성민


 
 

 

읽어보면 공감되는 새로운 관점들이 압축되어 있다.

같은 중산층이라도 추락한 상류계층과 상승한 하류계층의 행동양식이 다르다든가 예술감상의 선호도 같은 것에도 계급적 구별짓기가 있다거나...

90쪽짜리 알찬 내용은 전부 다 밑줄감.

인문|한국인코드|강준만


성찰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이기심과 복잡한 자기욕구를 극복한 도인같은 이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는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주로 해당된다. 그런데 단순히 생각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남에 대한 관대함을 키울때 성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성찰성을 갖추었을 때 옳고 그름, 잘한 일, 못한 일, 절대선, 절대악의 이분법적 규정이 훨씬 덜해지고, 피해의식과 방어의식, 심한 우월감과 열등감에서 산대적으로 자유로워진다.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힘은 성찰성에서 온다고 믿는다(인용문-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권인숙). 
 
그들(맥러플린과 데이비드슨)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믿음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때때로 비현실적인 이상주의를 낳고 사람들에게 엄청난 기대감을 준다며, 그 부작용을 지적했다. 사람들이 그와 같은 기대대로 살지 못했을 때 분노를 자아내며,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만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또한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 완전히 책임지는 것을 미루게 하고, 철저하히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전시키는 것을 회피하게 한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괴롭히는 자존감을 '자해적 자존감'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와 유사한 자존감으로 자신의 고립, 고독을 과장해 비장미에 빠져들고자 하는 자존감도 있다. 이 경우는 자해 수준은 아닐망정, 외부의 적을 실제이상으로 과대평가하는 동시에 협력할 수 있는 일마저도 적대관계로 만드는 '자기이행적 예언'을 통해 자신의 독선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한 자존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왜곡된 자존감을 지키고자 하는 심리는 과격한 공격성으로 변질되기 쉽다.
 
파란만장한 역사의 질곡에 휘둘린 사람들일수록 권위주의적 성격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권위주의적 성격의 핵심은 삶의 모든 것이 외부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신념이기 때문이다(행복을 얻는 유일한 길은 이러한 힘에 복종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A.애들러). 내면적가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밖에서 몰아치는 격랑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늘 밖과의 비교와 관계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이게 바로 한국 사회에 각종 '신드롬'을 양산하는 심리적 기반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살펴볼 때 가족주의가 강한 나라일수록 부정부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부정부패가 가장 덜한 것도 그 나라들의 가족주의가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가톨릭국가들이 프로테스탄트 국가보다 부패가 더 심한 것도 가톨릭 국가들은 가족중심적인 반면 프로테스탄트 국가들은 개인주의와 자립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입양 문화도 가톨릭 국가들보다는 프로테스탄트 국가들이 앞서 있다. 같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가족에 대한 의무를 더 강조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앙아시아 국가들보다 부패의 정도가 한결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실상이 낱낱이 밝혀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뜨겁게 분노한다. 그러나 뜨거움을 잠시 누르고 잘 살펴보면 그러한 부정부패의 이면엔 거의 대부분 인간적인 연고와 정실 같은 것들이 개입돼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물론 가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끈끈한 가족주의도 가세하고 있다. 꼭 사악한 탐용만이 부정부패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는 말이다.
연고주의, 정실주의, 가족주의는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갖고있거니와 일상적 삶에서 치열하게 실천하는 것들이다. 그 누구도 그걸 감히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한국에선 연고와 정실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이 여러 번 찾아가도 안 될 일을 그런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전화 한 통화로 가볍게 해결할 수 있다. 이걸 부정부패라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가벼운 '새치기'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새치기'에 브레이크가 있는 지 의문이다.   
그렇다. 한국인들은 법에 의해 적발공개된, 큰 부정부패에 대해서만 분노할 뿐 부정부패 그 자체에 대해 분노하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는 내 처지에 비추어 본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이다.
 
이어 고승덕은 "뇌물죄는 민간이 공무원을 접대하는 경우 뿐 아니라 공무원이 다른 공무원을 업무상 접대하는 경우에도 엄연히 성립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감사기관이나 예산부서에서 하는 이른 바 '관관접대'는 뇌물죄의 사각지대에 있다. 뇌물죄가 사정기관과 국회는 피해가고 하위 공무원만 단속하는 식이 되어서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이 신드롬(情신드롬)이 사법부에도 만연되어 있는 탓인지는 알 수 없어도......공무원의 뇌물수수가 5천만원이 넘을 경우 징역 10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받도록 되어 있지만, 1974년 이래 20년간 10년 이상의 중형을 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고  실형선고비율도 20%를 넘은 적이 없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사는 들쥐의 일종인 레밍(Lemings:일명 나그네쥐)은 종족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 떼지어 바닷가 절벽으로 밀려가 뛰어내린 뒤 죽을때까지 헤엄친다고 한다......그래서 디지털레밍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는 레밍처럼 사이버상에서 떼로 몰려다니며 집단행동을 하는 이용자들을 가리킨다.
 
황희의 이런 태도는 줏대가 없는 태도라는 이유로 곧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나, 이수원은 이 일화가 옳고 그름의 시비를 초월하여 중용의 방법을 좇아 갈등을 해결하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았다. 갈등의 해결방식엔 '분배적 해결방식'과 '통합적 해결방식'이 있는데, 중용은 통합적 해결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수원은 시비나 호오는 개인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개인의 이해관계가 사물을 지각할 때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걸 설명하기 위해 굴원의 '어부사'를 제시했다. 굴원이 초나라의 관직에서 쫓겨나 창랑의 강가에서 우수와 탄식으로 세월을 보낼 때 한 어부를 만나 신세타령을 했다고 한다. 세상은 모두 혼탁한데 자기만이 홀로 깨끗하다고 굴원이 탄식하자, 어부는 한 수의 노래를 지어 들려줬는데 그것은 "창랑의 물이 깨끗하면 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더러우면 내 발을 씻으리로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노래에서 사물은 사람들이 그것을 어디에 쓰려는가에 따라 달리 지각된다는 것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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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궁금해지는 한국인의 특성.
나의 어디까지가 공동체적인 특성이고 어디까지가 개인적인 특성인지 궁금한만큼이나,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의 어디까지가 남들과의 부분집합이고 여집합인지.
처음엔 뭔가 싹 정리되는 느낌이었지만 나중엔 다시 혼란상태.
그래 남의 손으로 코닦기는 역시 어려운 일이야^^
많이 쓰는 것이 곡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강준만.
여전히 사람을 부글거리게 만드는 파워가 있다.
워낙 많이 읽는 사람이다 보니 자기가 쓴 건 아니래도 읽을만한 인용문들을 잘 골라주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
그러나 룸싸롱사건의 실망감을 아직 잊어버리지는 못하겠다...

인문|나만 모르는 내 성격|오카다 다카시


성격장애자가 필사적으로 발달시킨 적응전략은 남다르고 그 사람만의 독특한 인식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낳는다(문장 좀 이상함--;;). 이 독특함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 대단히 '개성적'이라고 파악할 수도 있다. 성격장애자는 유년시절부터 겪어왔던 삶의 고통을 줄이는 특별한 능력을 익히고 이를 연마해왔다. 그래서 자기능력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아동상담소에서 일하는 분에게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학대를 받았던 영유아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았는데도 직원들에게 애교섞인 웃음을 보낸다는 것이다. 좀 더 성장하면 반응이 더욱 복잡해 진다.
나는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한테 마음이 끌렸다. 열악한 양육환경에 놓인 아이들은 그 상황의 비참함과는 달리 이쪽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언가를 발산한다. 이는 애정어린 보호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충족된 광채와는 또 다른 광채다. 
 
최근에 널리 알려지게 된 아스퍼거증후군(Asperger Syndrome)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위주로 행동하기 때문에 대인관계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아주 비슷한 데가 많아 혼동하기 쉽지만 다른 점 중 하나는 분열형성격장애가 초월적인 존재나 비논리적인 사고에 익숙한 데 비해 아스퍼거 장애는 객관적이고 관찰적인 경향을 띠어 해부학적이고 실험적으로 사물을 본다는 데 있다. 오해받을 지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관념론적 지향과 유물론적 지향의 차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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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성격장애 유형의 원인, 특징, 그런 사람과 잘 지내거나 치료에 도움이 되는 대처방법.
자기진단설문지가 들어있다.
하지만 대답하기 곤란한 설문지의 질문들.
임기응변에 능하고 미래보다도 현재에 만족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의 경우  "미래보다도 현재에 만족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임기응변에 능"한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그래서 재미있게 덤비다가도 결과는 늘 반쪽이다...

베트남 먹고놀기

 

마지막 만찬이었던 사이공의 스프링롤. 베트남에서는 넴(Nem)이라고 부른다.

이 넴은 후에스타일이라는데 얇은 쌀국수로 만든 것 같은 피 속에 해산물을 말아 튀긴 것.

 

Nem Qua-Qua는 `게`. 가위로 잘라준 넴을 차가운 국수에 담가 같이 먹는다.

 넴 때문에 찾아간 곳이지만 저 차가운 국수도 정말 맛있었다.

 

후에에서 먹은 바나나쌈: 좀 묽은 떡에 양념을 해서 바나나잎에 싼 뒤 기름에 지진 것.


 


평범한 쌀국수들도 맛있었지만 유난히 쫄깃쫄깃 맛있던 후에의 국수

 

전국구 맥주가 없는 베트남-이건 호치민 상표
 
이건 후에상표-담배는 전국구인데 말보로보다 나은 맛

 

캄보디아로 가는 배위에서 먹은 캄보디아 맥주

씨엠립에서 파는 캄보디아 맥주


 

호치민의 커피전문점: 베트남커피 풀코스^^

드래곤프룻: 참으로 오묘한 맛. 허기질때도 도움이 될 듯.

람푸타(?): 리찌같은 맛인데 향이 덜하고 안에 큰 씨가 들어있다.

하드처럼 먹을 수 있게 깎아서 파는 베트남 파인애플~

[본문스크랩] 형사(Duelist) 일본 팜플렛 사진

렛 표지.



슬픈눈






남순이




안포교




병판대감













애기 같이 나온 슬픈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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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하노이 명소들

하노이 호수가의 사원

하노이 신시가지의 아침

호아루 감옥박물관

하노이 노틀담성당

 

베트남|하노이-여성박물관


 




여성박물관 컬렉션들
 
 
여성박물관이라..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름이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전시물은 성공한 베트남 여성의 활동상황에 대한 사진들, 전사들의 유품과 전쟁영웅들의 어머니, 부족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에 배우, 미녀선발대회까지 베트남 여성에 대한 모든 것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드물게 4층 계단 앞에는 전신거울이 있어서 참 오랜만에 처음으로 거울을 봤는데, 그 얘기를 해주니까 아니카 왈, 아마 너도 컬렉션이라는 뜻이었을거야- 한다.
정말 그런 뜻이 숨어있는 걸까? 
관람객 중에 남자도 한 명 있었는데^^ 

베트남|하롱베이


2.500개의 작은 바위섬들이 운치있게 흩어져 있는 하롱베이.
첫날은 앞이 거의 안보여서 태양을 바랬지만,
맑은 하늘 아래 푸른 섬들이 드러난 둘째날이 되어서는 수묵화 같던 첫날의 느낌이 하롱베이에는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맛있던 4끼 식사에 반하고, 축구광, 아이스하키광, 화제가 끊이지 않는 브라질커플,
그리고 이날 이후로 단기여행동지이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은 친구가 된 아니카와 보낸
즐거운 1박 2일.
 

 

흐렸던 첫날

 

맑았던 둘째날 

 

 
그래도 나름 여러 국적이 모인 덕에(나는 여행 중에 처음보는 브라질커플이 신기했는데 그 부부는 내가 그랬는지 궁금한 게 많았다^^ 하긴 아직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이냐 북이냐를 대부분 묻는 실정이니 오죽 신기할까...) 그 나라사람 맞추기 게임을 했는데, 브라질 사람이라면 축구선수로만 50명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축구광 영국청년-유일하게 아는 남한사람이 안정환이란다, 지난 월드컵 이탈리아전 헤딩슛에 힘입어. 남한의 안정환과 북한의 김정일이 우리가 탄 배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아 그 많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명사들은 언제나 일반명사처럼 되려나--;;
칼루이스가 캐나다 사람이고,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다만 안타까왔던 건 싱글여인네 둘이 내심 이 배의 꽃미남으로 찍은 프랑스청년들이 끝내 합류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러고 보면 미남스탠다드는 다 똑같나 봐?
   

 
베트남판 견우직녀 전설을 가지고 있다는 자연산 조각상
 
몇몇 섬에 있는 자연동굴 중 하나
 
 
성수기는 아니라는데도 하롱베이는 꽤 여러척의 배들로 붐볐다.
여기서도 여지없는 월드컵열기는 선실의 TV앞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는데,
골하나 터질때마다 골목이 들썩거리듯이
여기서는 여기저기 흩어진 배에서 동시에 환호가 터져나온다.
밖에 나와 그걸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이 달을 구경을 하려고 차붐도 모르는 섭섭한(^^) 독일처자 아니타와
꽤 훌륭한 배안의 침실을 버려두고 갑판에 이부자리를 폈다.
이웃배들의 불빛이 끼어들긴 했지만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모기도 별로 없고...
하롱베이를 찾는 모두에게 권해주고 싶은 별다섯개짜리 숙소^^
 

늠름하게 발로 운전하는 우리배의 선장^^

[링크스크랩] 차붐@월드컵 7 나에게 축구는 '전투'였는데 아들 두..


뉴스 : 차붐@월드컵 7 나에게 축구는 '전투'였는데 아들 두리는 '행복한 생활'인듯

 
차붐@월드컵 7 나에게 축구는 '전투'였는데 아들 두리는 '행복한 생활'인듯
[중앙일보 2006-06-19 06:37]    
[중앙일보] 한국에서 우리 부자의 얘기가 화제라고 한다. 도대체 뭐가 재밌다는 건지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 갈 뿐이다.

젊은 세대, 그들의 생각과 감각을 이렇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내가 그들과 함께 몸을 섞고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는 일인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요즘 TV에 나와 정신없이 떠드는 녀석이 하나 있다. 노홍철이라고. 몇 년 전,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이 친구가 왔다. 큰딸(하나) 대학 동기의 남자친구라고 하면서. 쓸데없는 얘기지만, 딸의 대학 동기는 유로 상공회의소를 거쳐 G그룹의 경영전략실에 근무하는 멀쩡한 재원이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 남자친구를 보자 기가 막혔다. 그런데 아이들은 재미있어 좋다고 했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세대차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상황이 노홍철이를 처음 봤을 때만큼이나 곤혹스럽고 불편하다.


나는 10년간의 독일 분데스리가 생활 중 선발로 못 나온 게 딱 두 번 있었고, 중간에 교체돼 나온 게 한 번 있었다. 그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줄 알았다. 내가 얼마나 심하게 낙담을 했으면 감독이 그 다음 경기 전에 나를 불러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다음부터 너를 빼려면 미리 말해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뛰어라!"

그 당시 나에게 축구는 생활이 아니라 '밀리면 끝나는 전투'였던 것 같다. 그런데 아들 두리는 확실히 다르다. 축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생활'인 것 같다. 축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은.

그러니 TV 해설을 하면서 이놈은 "전 그때 후보라서 잘 몰라요"라고 멀쩡하게 얘기하는데 옆에 있는 내가 진땀이 났다.


내가 두리에게 배우는 게 하나 있다. 언젠가 자전적인 글에도 썼던 적이 있지만 '남의 행복이 커진다고 내 행복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이 녀석은 항상 여유가 있다. 늘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남을 인정하는 여유가 없는 나에 비해 두리는 동료를 인정하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 두리의 삶이 나보다 더 즐거운 모양이다.


'행복이'.

두리의 e-메일 닉네임이다. 굳이 그런 이름을 쓰는 걸 보면 천성이라기보다는 행복하고 싶어 스스로 하는 노력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연예인들을 얘기하듯, 외국 축구선수들의 사생활까지 줄줄 꿰는 두리가 옆에 있으니 든든하다. 스페인의 황태자비가 화면에 잡히자 '예쁘죠?'하는 말이 하고 싶어서 혼났다며, 중계를 마치자마자 황태자비의 전력에서부터 사생활까지 쫙 얘기해 준다.


두리와 함께 해설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한때 '기자'를 꿈꿀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두리에게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전처럼 유럽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축구의 흐름을 읽는 거야 자신이 있지만, 선수들의 현재 상황을 팬들에게 현실감 있게 설명해 줄 경험과 정보가 부족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리는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또 나와 다른 요즘 아이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친구들의 얘기를 하는 것이니 내가 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본인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축구선수이면서 베컴의 자서전을 머리맡에 놓고 잠들거나 지단에게 가서 공에 사인을 받고는 즐거워하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였어도 나에게는 한번 붙어 보고 싶은 경쟁자일 뿐이었다.


우리 시대의 삶은 '성공'에 모든 것을 두었다. 그러나 두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행복과 즐거움'이 그들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부럽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그들에게 물려준 우리 세대가 자랑스럽다.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 중앙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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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멋들어진 오버헤드킥을 실패하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발딱 일어나 달려가던 두리,
이쁘게 태극기로 머리를 싸매고 경기장을 달리던 두리.
그런 두리도 없고 동국이도 없고, 황선홍도 없어서 재미가 덜한 월드컵이었지만
이렇게 새로운 즐거움이 생겨서 좋다.
드라마틱하고 기적같은 승부로 전율을 일으키는 선수들도 충분히 멋있지만,  
언젠가는 배고파서, 죽기살기로가 아닌 좋아서 신나서 뛰는 선수들로 가득한 한국팀이
투혼보다 실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빌 날이 오겠지? 
실축하고 나서도 이제는 죄인처럼 주눅들지 않고,
웃으며 머리를 쓸던 조재진, ㅆ-한번 내뱉는 안정환도
그래서 좋았다.

베트남|사파


호치민, 캄보디아, 하노이의 땡볕과 습기를 잊게 해준 쾌적한 마을 사파.
이 날씨를 씨엠립으로 가져가서 다시 앙코르왓을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땐 너무 더웠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밤에는 제법 두꺼운 이불을 당겨 덮게 되고 샤워할 때도 온수를 찾게 된다. 5층 꼭대기의 내 숙소는 오르내릴 때마다 등산하는 기분이지만 전망이 괜찮고 문을 열면 나름 발코니도 있어서 맘에 든다.

거리에 나서면 전통복장을 한 아이, 어른(모두 다 여자다)들이 여행객을 에워싸고 물건을 팔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한산한 동네에 유일하게 바쁜 풍경이라고나 할까. 대도시에서는 오토바이기사들이 만들던 번잡함을 여기서는 이 사람들이 대신하고 있다. 관광객 한명마다 서너 명이 에워싸고 지나는 모습 같은 건 아주 흔하고 밥 먹을 때도 눈만 마주치면 말을 걸어와서 좀 머쓱하다. 그래, 나야 좀 불편하다 마는 거고 저쪽은 먹고 사는 문제니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불편하긴 하다......
 
오늘 갔던 마을들. 대부분 산길산책이긴 했지만 마을 방문한답시고 남의 집에 막 들어가서 여기 저기 들여다보고 사진 찍고. 가이드가 배 하나 건네는 걸로 봐서는 여행사들이 집주인한테 딱히 주는 것도 없는 모양이다. 길눈이 어두우니까 가이드 비용이야 그렇다 치고, 투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등산할 거 아니라면 그냥 읍내에 상시 대기 중인 오토바이 아저씨랑 개별적으로 돌아다니기 추천. 아저씨들도 길은 귀신같이 잘 알 테니깐.

오는 길에 논둑에 너무너무 심심하게 앉아 있는 꼬마가 있길래 껌종이로 종이학을 접어줬는데 반응이 무지 좋았다. 사실 여기 아이들은 나뭇잎이나 돌 가지고는 별 걸 다하고 노는데 종이접기는 좀 신기해한다. 덕분에 코리아 땡큐 소리 까지 들었다--;;

보기에는 예쁜 계단식 논이지만 농사짓기는 참 어렵겠는 사파

 

사파마을의 낮풍경
 
반벌거숭이로 씻지도 않고 호기심어린 눈을 빛내는 아이들을 찍는-허락은 받고-동행들을 보면서 작년에 몽골에서 만났던 어느 한국처자의 얘기가 떠올랐다. 같은 아시안이어서 그런지 왠지 비슷한 점들이 먼저 보여서 연민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내가 현지 사람들을 찍을 때 갖는 순간의 느낌과 별로 다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서양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느낌은 마구 의심하고 있다.  
가난한 모습들인 건 사실이고, 새로운 돈벌이재미에 열성인 것도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가진 것에 익숙하게 살아온 태가 남아있어서인지 아직까지는 그래도 편안한 표정들이었는데. 오늘 찍은 동행들의 사진 속에 그 편안함도 같이 찍혀있기를.

쾌적하고 편한 곳이지만 생각은 바빠지는 사파.
그러나 생각이 몸에 지는 나이가 되다보니 날씨에 취해 하는 것도 없이 벌써 나흘째. 토요일 밤기차를 타기로 해서 아직 이틀이 더 있다. 토요일 아침장이 볼만하다고 해서 낮기차를 밤기차로 미뤘는데 또 그냥 ‘바이 프럼 미’ 퍼레이드이기만 해봐......
 
PS. 오늘 사파시장 입구에서 순대 발견. 튀겨서 좀 더 느끼하긴 했지만 비슷한 고향의 맛이었다. 하하...이러면서 개구리와 뱀장어 먹는 서양애들을 놀렸네^^
 
PS2. 사파의 토요시장은 상인이나 상점이 아니라 그냥 손님만 많은 날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의 주말 여행지인 덕에......장날을 생각한다면 박하를 가라고 한다. 올해는 이만 총총, 다음기회에...가 되고 말았지. 

사파마을의 밤

사파 하이킹 코스

베트남|두번째 하노이


인솔자의 빽으로 한국단체관광객 틈에 끼어서 하노이 개괄정보를 들으며 시내에 입성, 하노이 최고 호텔의 꽤 널찍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9년 전에는 이 대우호텔주변이 다 논밭이었다는데 대단한 안목이었긴 했다, 이런 호텔을 지은 것은. 가이드북의 평가도 최상. 음. 하노이에만 오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네, 어째.
 

한 장에는 담을 수 없는 하노이대우호텔의 럭셔리 룸
 
별다섯개짜리 아침부페를 먹고 하룻밤 동거인 J씨(파리의 즐거운 두 처자에 이어 이 분도 부산처자-특이한 점이라면 나보다도 연상이었다는 것--;; 언제부터인가 여행 중에 연상을 만나는 확률은 거의 “0” 이었는데)와 인사하고 배낭을 호텔 맡기고 기차역을 찾아 땡볕에 한 네 시간은 헤맸나. 지도 보며 시도한 워킹투어인데 하노이는 호치민과 비교도 안 되게 넓다. 게다가 가는 길에 발견한 박물관은 무조건 다 휴관. 월요일이었다.
 

지나는 길에 들어간 커피집. 저 기계에 넣으면 이 귀여운 뚜껑이 덮여 나온다.
 
기차표에는 표시되어 있지도 않은 부가세 때문에 좀 찜찜했고, 맛있다는 스프링롤 집 퀸넴을 찾아가던 길에 만난 오토바이 기사 때문에 밀린 피로가 확 몰려왔고, 기차역으로 다시 갈 때 길도 잘 모르던 오토바이 기사와 기차 출발 직전까지 간 실랑이에 완전히 뻗었다.
덕분에 하드슬리퍼 좌석에서도 잘만 잤다.
 

이것이 하드슬리퍼-잘만 했다.
 

오늘의 교훈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일단 협상은 먼저 할 것.
몸을 너무 고된 상태로 몰아가지 말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노이를 다시 온다면 절대 택시를 타리라!
 
짐 가지러 다시 돌아간 하노이 대우호텔. 기차여행을 준비하며 별다섯개짜리 화장실에서 이 닦고 세수도 하고, 한국단체관광객 어르신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한국말 못 알아듣는 척하고 로비에 앉아 담배도 피우고 나왔다.
그 화려한 호텔에서 맨발에 그나마 한쪽 끈은 끊어진 샌들을 질질끌며 배낭을 메고 나오려니 다들 어리둥절한 눈으로 본다. 좀 당황들 했을 거야^^ 

캄보디아|기억해두기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은 이제 내게 고민 없이 와닿는 말이다.
하지만 가난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을 남루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끝내지 못했다.
가난은 죄도 잘못도 아니지만 또 모든 것의 변명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이 나의 진도상태이다.
 
사람들의 욕망으로 만들어지는 도시.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언제쯤 그 욕망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나의 현재 상태는 가진 것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취하는 사람들, 앞서는 호의로 차 한잔을 쉽게 권하는 초라한 입성의 사람들을 동정하지 않고 얼만큼은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당장 그렇게 살기로 결심하기엔 적지 않은 망설임이 가로막고 있는 정도.
그래서 지나는 길에 만나는 현지인들이 자신의 가난을 이름표처럼 달고 당당하게 뭔가를 요구해오는 것은 너무나 불편한 일이다.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에 대해 나쁜 느낌을 갖게 되면 죄책감이 생긴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보다는 훨씬 많다는 것이 내가 첫 배낭여행에서 배운 가장 큰 것이고, 세상은 목표를 위해 사는 사람들로 인해 변화(혹은 발전)하지만,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유지되며, 외면하고 싶은 나쁜 뉴스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가 아직 살 수 있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좋은 뉴스들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때면 내 일정이 너무 짧아서, 내가 준비가 부족해서, 혹은 내가 운이 나빠서라고 이유를 찾아본다, 그래도 깔끔이 정리되진 않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라고 믿으려 노력할 때 어디선가 믿고 있던 그들이 나타나주면 그들을 만날 수 있었던 운에 감사하게 된다.
 
씨엠립은 구석구석이 전부 다 타워팰리스 앞의 꽃동네 같은 풍경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원에 감탄하고 사람들 때문에 탄식하며 마음아픈 곳으로 기억하는.
그 마음 힘든 동네를 좀 더 편하게 기억하도록 만들어준 짧지만 반가운 인연들에 감사한다.

엄청수줍음 타더니 카메라앞에서는 제법 모델스러운 포즈까지 보이는 막내

곧 일어가이드가 될 앙코르왓의 오토바이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