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블랙잭에게 안부를|ブラックジャックによろしく



무조건 열심히 사이토 센세이~
별로 열심히 할 거 없다는 타가사고 센세이~
귀여운 두 남자의 투샷


일본은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들이 많다.
인턴들의 월급이 꽤 적다는 것,
의료행위 외적인 조직적인 문제들,
행정편의적인 체제 같은 것들.
여기 나오는 인턴 사이토는 일명 열혈선생으로 모든 불합리에 저항하며
또 그만큼 괴로와하는 의사버전의 캔디이다.
불타는 정의감-스스로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으로 인해 기득권층을 불편하게 하고 동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또 피해도 입으며 위로도 받는.
사이토는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타협이란 없다.
될때까지 한다, 끝난 뒤 후회하더라도.
다행이 이것은 드라마이기에 사이토가 괴로와하며 후회하더라도
오히려 당사자들은 사이토에게 고마워하며 위로를 한다.
그래서 사이토는 또 다음을 위해 정의감을 불태울 힘을 얻는다.

병원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은 보통
엄청난 전문용어와 자막들, 극적인 상황들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거기에 적당한 의료인들의 로맨스가 곁들여지는 게 공식인 줄 알았는데
'블랙잭에게 안부를'은 로맨스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얘기가 가득한 이야기였다.
다른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따금 뒤통수를 치는 것 같은 대사들을 듣고 있으면
이걸 쓴 사람은 저런 기분까지 어떻게 알았을까가 궁금해질만큼 멋있었다.
아마도 만화가 원작이라 더 꼼꼼했을지도 모르지만
4회를 넘기면서는 다음회가 너무나 궁금해지면서
매회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재미있는 드라마.
내가 좋아하게 되는 일본만화들처럼 주인공의 갈등상황이 계단처럼 펼쳐지면서
각 단계를 아주 꼼꼼하고 진지하게 클리어해나가는 과정이 맘에 든다.
구도상으로는 사이토와 정 반대에 선 인물들이지만
그 인물들이 꼭 하나씩은 보여주는 그들의 장점들이 있어서
보는 내내 정말 정성을 들이는 구나, 정말 진지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얘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에서 반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다른 드라마는 보기 힘들었던 좋은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너무나 멋있는 소아과의 타카사고 선생, 정말 카와이~

화면캡처테스트1
화면캡처테스트2



DVD|인어공주


너무나 실망스런 DVD.
영화는 맘에 들어서 산 거니까 본편은 그렇다치는데 서플멘트들의 허접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별로 구미당기지 않는 감독의 인터뷰는 뭐 개인사정이라 치고, 새롭게 집어넣은 NG의 경우 무슨 기준으로 고른 것인지-설마 NG가 그것 뿐이었다면 차라리 NG컷은 굳이 넣지 않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촬영현장의 이해를 돕는 것도 아니고.
버리기 아까워서, 다른 DVD들이 다 하니까 그냥 집어넣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씬들이다. 뭐 얼마 안되긴 하지만.
편집에서 잘려나간 씬들의 경우는 내용의 이해를 돕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무리 커트된 씬이라고 그렇게 팍팍 잘라서 씬 바뀔 때마다 보는 사람 놀랄만큼 거친 편집을 할 이유는 없는 것인데.
하지만 압권은 코멘터리부분이다.
10분 이상 들어줄 수가 없다.
프로듀서, 전도연, 박해일이 함께 한 이 코멘터리.
다른 DVD타이틀에서처럼 촬영 뒷얘기라든가 장면에 대한 설명을 해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를 했건만, 추웠다, 추웠다, 추웠다, 박해일 배에서 쪼로록 소리가 난다, 그런 진지한 얘기는 보는 사람들이 지루해한다 등등 시작 10분 간도 견디기 힘들만큼 허접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감독은 과연 이 DVD 타이틀의 내용물을 끝까지 확인한 걸까.
이럴거면 그냥 염가로 알판만 파는 것이 양심적인 것 아닌가.
굳이 2만원이 넘는 가격을 책정해서 쓰레기 무단투기를 하다니.
영화의 만족도까지 소급해서 실망시키는 정말 어이없는 DVD였다.
코멘터리만 따로 추출할 수 있다면 쭉 뽑아서 세 참가자 및 감독에게 반송해버렸으면 좋겠다, 각성 좀 하게.

슬픔은 절제될수록 더욱 아프다[PiFan200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누도 잇신


[필름 2.0 2004-07-20 23:0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장애인인 조제와 평범한 대학생 츠네오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쓸쓸한 사랑의 감정은 큰 파도를 이루지만 이누도 잇신 감독은 오히려 그 순간 눈물을 참는다.

FILM2.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원작 소설도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소설을 영화화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누도 잇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전후 일본 작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소설가 중 한 명인 타나베 세이코의 20페이지 길이 단편을 영화화한 것이다. 원작이 조제와 츠네오가 서로 사랑하는 과정과 사랑이 시들어가는 과정에 국한됐다면 영화는 조제와 츠네오가 어떻게 서로 만났으며 또 결국 어떻게 헤어지게 되는지 까지를 모두 그리고 있다.

FILM2.0 영화는 주인공들을 감정을 매우 일관성 있고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누도 잇신 소설을 읽고 캐스팅이 끝난 뒤에도 1년 넘게 여성 작가와 각색 작업을 했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죽음을 생각하는 장애인 조제의 마음이 매력적이었다. 그건 장애인 영화라기보다는 그냥 처음부터 절름발이였던 슬픈 사랑 이야기였다. 그 감정을 담아내려 애썼다. 실제 촬영은 23일 밖에 안 걸렸다. 주인공들도, 나도 감정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FILM2.0 츠네오가 아침에 조제에게 인사를 한 뒤 무표정하게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다 오열하는 장면은 절제돼 있으면서도 슬프다.
이누도 잇신 사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제목 그대로 조제의 영화였기 때문에 시나리오에는 그 장면이 없었다. 하지만 촬영 당일 내가 직업 써넣었다. 아무래도 난 남자이고 영화 속에서 나의 20대 시절 바보 같은 사랑을 회상하게 됐다. 슬픔은 절제됐을 때 더 아프다.

FILM2.0 영화 속에서 감정을 아우르는 방식은 ‘눈물 없는 슬픔’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누도 잇신 맞다. 눈물을 흘려버리면 그건 관객의 상상력을 차단하고 슬픔을 중간에 끊어버리는 것이다. 실컷 울어버리면 그만 아닌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조제가 그토록 아끼던 물고기를 맛있게 굽는다. 그 안에는 맛있는 물고기라는 희망도 있다.

영화|모터싸이클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

에르네스토, 알베르토 그리고 포데로사

풍경속으로도 여러 번 빠져들었던...

멕시코의 제임스딘이라는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정직해 보이는 얼굴

 
모터싸이클다이어리는 내가 모르던 두 개의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체게바라가 아직은 에르네스토 게바라 였던 그의 청춘의 세상과 언젠가는 꼭 가 볼 남미대륙.
그의 청춘이 삶에 대한 열정의 이면에 많은 의문을 품고 있었듯이 그가 사랑한 그 아메리카도 푸르고 아름다운 자연과 빼앗기고 소외된 슬픈 사람들의 풍경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이미 50년 전의 이야기였다.
 
운동선수들이 올림픽 같은 경기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있다면, 체게바라는 그의 인생을 통해 인간의 한계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인물이다. '인간'이라는 단어를 정의하는 범위를 위쪽으로 한뼘 높인.
사는 동안 피가 좀 뜨겁던 시절에는 누구나 한번쯤 개인적인 원한이 아닌 공적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 분노의 힘으로 내달려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중 다수는 절망으로 돌아서고, 더 나아갈 힘이 남아있는 소수라 하더라도 그것에 인생을 걸기로 결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 그리고 그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분노는 희석된다. 이런 인류의 전설이 남아 다수의 선택이 최고가 아님을 상기시켜 주는 순간은 괴롭지만 또 그래서 위대하다.
 
그가 그의 인생을 결정지었을 그 시간의 일부는 결론도 없고, 하이라이트도, 클라이막스도 없었지만 시간의 변화를 읽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할 수 없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인간이었다는 점이 새롭게 부럽다.      
 
춤을 못추는 것으로 나오는 체게바라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면 파티씬이 있다.
나이 대에 따라 추는 춤이 완전히 달라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거동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다 같이 어울려 춤추는 그들의 풍경이 보기 좋았다. 맘보니, 탱고니 꽤나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춤들을 그냥 음악 나오는 대로 출 줄아는 사람들한테서 꼭 배워보고 싶어졌다. 

 
 

실화영화에서 배우만한 미모를 가진 유일한 실제인물이 아닐까

영화|첫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s

드류베리모어가 제일 예쁘게 나온 장면
 
이제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싫증 잘 내는 남자의 이상형은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여자였던 것이다.
설정이 너무나 현실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어서 재미없던 초절정 판타지.
사랑천당, 불신지옥^^

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멋진 여자 쿠미코 겸 조제
(카나이 하루키와의 대면)
 

언젠가 그대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야..
..라고 베르나르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 다시 고독하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거기엔 또다시 흘러가버린
1년이란 세월이 있을 뿐인 것이다.

'그래요,알고 있어요'라고
조제가 말했다.

 
조제는 이제 빤짝이 옷 같은 것도 안 입고
가발도 안 쓰고
머리도 단정히 묶게 되었고
침대밑 이부자리에서 나왔지만
그녀의 예견대로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미리 걱정하지 않고 미리 슬퍼하지 않는 용감하고 멋진 조제.
그리고 착하게 잘생긴 귀여운 저 녀석.
이쁜 영화였다.
 
시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겠다.
 

어째서 다른 지 설명하지 못하는 츠네오^^

 

 

갑자기 순진해진 츠네오
 
 
사랑스러운 표정들의 퍼레이드
 
 
...

영화|연인|十面埋伏|House Of Flying Daggers

맘에 드는 장쯔이의 저 표정
 
친절해진 장예모의 화려한 중국자랑.
그도 역시 중국영화인이었던지 80년대 나를 홍콩영화에서 떼어놓던 뻥액션장면들이 경쟁적으로 대거 등장한다. 꽤 멋있게 찍기는 했지만.
젊은 배우들은 부지런히 순수청년 역할을 맡도록 노력해야겠다.
악역은 나이들수록 기회가 많을 모양이니까.
유덕화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나조차도 금성무의 귀여운 자태에 마음이 기울고 말았으니.
뭐든 목숨걸고 해야 하니까 하나하나 절실할 수 밖에 없는 무사들의 세계.
그래서인지 무협멜로는 아귀가 딱딱맞지 않아도 왠지 아련하게 남는 묘한 매력이 있다.
벌판이며 대숲이며 큼직큼직한 땅덩어리 풍경은 아주 멋지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 생각하고 극장에서 볼 걸 하는 생각도 잠시......  
 
맘에 드는 포스터 한장 더


영화|수퍼스타감사용


영화보다도, 예고편보다도 맘에 드는 포스터와 카피


객관적인 평가보다 
올려다보며 노력하는 것만으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대로 희망적인 메세지.
뒤늦게 그걸 집착이었다거나 미련이었다고 통탄해 할 사람들에게는 
아주 위험한 메세지.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진 않아도 이쁘장하게는 보였고 
이미 그 후의 결말을 아는 나로서는 
그래도 꿈의 구장에서 공을 던져본 것이 그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을 거란 생각에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는다. 
그를 냉정히 프로선수로 봐야만 한다면 
결국 맞지 않는 꿈에 집착한 실패일기일 뿐이겠지만.

이런 얘기를 좀 꼼꼼히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그 시절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내 눈에는, 
사실재연에 완전히 실패한 안쓰러운 신경식의 다리벌리기와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었던 프로야구선수들의 규격과는 거리가 먼 보조캐스팅, 
그때의 것이라고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세련된 비디오플레이어 같은 것들이 거슬렸다.
주요배우들도 그렇다. 
야구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영화인데 
몸만들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기장면을 대강은 좀 흉내낼 수 있도록 연습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든 야구경기 장면들이 심히 어설퍼서 무성의해 보인다. 
달리는 장면빼고는 전부 다 어색만땅. 
승리자만이 중요한 인생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면서 
영화에서는 작은 것들도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나쳐버리다니.
실패한...이야기라는 것과 얼추 가까운 과거라는 점 때문인지 
살인의 추억을 좀 연상시키도 하는 영화였다. 
디테일에 좀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영화 좀 잘 만들어 주지,
재미있게 보고 싶은 얘기였는데. 
어쨌든 감사용은 1승을 거두었다니..기쁘다.
기대했던 윤진서는 시종일관 들뜬 목소리. 
얼굴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영화였다, 편들어 주고 싶어지는.

베스트장면-구단버스에 탄 감사용이 
우르르 몰려가는 OB팬들 뒤로 
달랑 두명의 꼬마가 손으로 쓴 
조악한 '삼미화이팅'피켓을 들고 가는 것을 보며 
미소짓는 장면

영화|8명의 여인들

포스터는 너무 재미있게 생겼었는데...
 
 
여자가 8명이나 나오는데 맘에 드는 여자가 한명도 없다.
이기적이고 뻔뻔할 뿐더러 나중에 보면 결국 진심이었던 사람도 고작 한 명 뿐이었다.
살인혐의를 벗으려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까지 서로 까발려대는 것보다는 
별 거 아니래도 비밀을 지키기 위해 죽는 주인공이 더 매력적이겠다.  
왠지 주인공들을 가지고 노는 느낌-그닥 유쾌한 구경은 아니었다.
영화라기보다는 연극무대 같았던 배경들도 썰렁함에 한 몫 하고.
 
에마뉴엘 베아르가 등장하는데 마농의 신화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카트린느 드뇌브는 여전하던데.

남자|임재범


사진 정말 너무 없다, 이 남자....
 


옛날의 연예가중계는 지금같지 않게
당시로서도 언더였던 헤비메탈밴드들의 공연소식 같은 것도 전해주곤 했었다.
그때 종종 볼 수 있었던 그룹은 백두산, 시나위, 블랙홀--인가;; 등등이 있었는데
어느날 외인부대라는 그룹이 나왔다.
헤비메탈=긴 머리+헤드뱅잉 이던 그 시절 머리를 빡빡 깎은 모습의 보컬은
목소리만큼이나 인상깊었다.

몇 년이 흐른 뒤 임재범은 위 아래 가죽옷을 입고 10년인가 5년인가
-숫자에 너무너무 약한;;- 됐다는 낡은 가죽부츠를 신고
임성훈이 진행하던 가요톱텐에 나와서 '이밤이 지나면'을 부르며 솔로신고식을 했다.
1집이 얼마나 성공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왜냐면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 그는곧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한참 뒤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2집이 나왔다.
사실 임재범은 가요톱텐 1위 가수도 아니었고, 음반판매 1위 가수도 아니었으며,
1집에서의 히트곡이라야 이밤이 지나면 하나뿐이어서 난 정말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2집을 떡-하니 낼 수 있는 가수였다니.
좀 놀라웠다.

그리고 또 몇년이 지나서 그는 고해가 담긴 새 앨범을 가지고 나왔다.
아는 사람들은 꽤 좋아했지만
나는 애걸복걸하는 가사스타일이 임재범하고 전혀 안어울린다는 생각에
고해를 별로 좋아할 수가 없었다. 별 활동도 없었고.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지 않은 임재범의 음반.
요즘 강력한 권유에 따라 고민중인.

그리고 다시 몇년 뒤.
이번에는 꽤 큰 바람을 몰고 돌아왔다.
비상이라는 음반.
그 다음에 그는 베스트 음반을 하나 내고, 결혼을 하고, 형제를 찾고,
마야랑 같은 녹음실인지 연습실인지를 쓴다는 기사에 이름을 올리고는 또 사라졌다.
 
임재범이 가끔씩 불쑥 나왔다 사라진 공백기간에 임재범의 많은 아류들이 등장했었다.
노래 좀 잘하고 목소리 굵으면 다 제2의 임재범이라고 불렀다, 짜증나게.

노래를 잘한다는 것.
참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들으면 쉬운 얘기다.
내 기준으로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 잘한다"는 "높은 음은 잘 올라간다"이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듣는 것은 피곤하다.
엄청난 과시형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나 노래 너무 잘하지--! 이러는.
(저 말은 옛날에 신해철이 셀린느 디옹한테 썼다, 늬앙스는 좀 다르지만)

좋아하는 음악이나 그룹이나 가수는 여럿 이어도 그 중에서도 임재범과 이승철의 경우.
(이승철은 부활재결합해프닝 이후로 싫어하게 됐지만)
영어권에서, 아니 유럽에서만 태어났어도
세계적인 락커로서의 경쟁력이 충분한 보컬이라고 늘 생각했다.
하지만 이승철이 김태원을 만나 꽤 많은 명곡들을 리스트업 했던 만면
임재범이 시나위를 일찍 떠난 건 너무 슬픈 일이다.
'비상'의 노래들은 듣기 좋고 근사하지만,
임재범이 그릇이라면, 솔로 이후 그가 부른 노래들은
그릇 어딘가에 빈자리를 남기는 음식 같은 느낌이 든다.

한동안 또 소식없던 임재범,
10월에 새음반을 낸다고 한다.
십 몇 년만에 공연도 한댄다.
이번에는 그 2%를 채워줄까.
어쨌든 나는 음반을 살 거고 공연도 갈 거지만.





이제 임재범은 이런 라이브를 하지 못한다.
그게 임재범 혼자만의 아쉬움이 아니란 걸 꼭 알아주길.

남자|한석규




한석규의 얼굴들 by 박상훈(조이뉴스24)

 
한석규를 처음 본 것은-나중에 알고보니-꽤 옛날이었다.
우리들의 천국 후반부에서 기억나지 않는 어떤 여배우와 CC로 출연했는데, 

지금 마흔으로 안보이는 저 얼굴이 그때는 20대로 보이지 않아서, 
장동건, 김찬우 등 당대의 꽃미남들을 스타덤에 올린 그 청춘드라마에서 
꽤나 겉돌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 이름도 유명한 '아들과 딸'에서 문성근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비중이 커진 

후남이의 남편역으로, 엄마들이 탐내는 일등사윗감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초록물고기-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시나리오만 보고도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칭찬했는데, 

솔직히 나는 잘 알 수가 없었지만 그런 생각은 들었다-
한석규가 이제 상을 하나 받고 싶구나.

닥터봉과 은행나무침대가 성공을 거둔 뒤였던 그때 한석규는 이미 
'시나리오 읽는 배우'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는데, 
닥터봉은 배우들이 잘하면 되겠다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한석규는 그 영화로 상을 좀 받았다.

한석규는 자연스러움을 잘 보여주는 배우다.
일상적인 대사들도 그를 통하면 평범하지 않아진다.
주홍글씨 기사를 찾다가 남완석이라는 평론가의 얘기 중에 이런 걸 읽었다.
"한석규에 대한 내 느낌은 ‘선이 가늘다’는 건데, 

배우로서 한석규는 뭔가 동물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더라고".
그를 스타덤에 올린 것은 부드러운 남자였지만 

그가 스크린에서 펼친 연기들은 그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숴버린 역할들이었다.
저 선이 가늘다는 말은 맘에 안드는 표현이지만-디테일에 관한 것으로 이해했다-, 

동물적인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말은 와닿았다.
한석규는 매번 자신을 한계에 몰아넣고 그 경험을 즐기는 배우니까.
내가 본 지금까지의 어떤 역할보다도 배우 한석규를 확실히 보여준 것은 

주홍글씨의 기훈이었다. 
오만하고 거칠것 없는 남성다움이 물씬 풍기던 도입부에서 
짐승처럼 끌려나오던 엔딩까지의 과정은 그로 인하여 볼만했다(이은주도 한몫했지만).

나처럼 디테일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그의 연기는 매번 베스트 였다.
박신양처럼 화려하지 않고, 최민식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은 그의 인물들이 정말 맘에 든다. 그가 반복해서 동물적인, 

때로는 악하기도 한 여러가지 인간의 본성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성의 그는 별로 한이 없는 모양인지 감정의 증폭이 좀 약해보였다.
초록물고기에서 다친 손가락을 쥐고 뒹굴 때 보다는 

철창에 부딪혀 뻗은 채로 웃는 넘버3나, 
무표정에 가까운 쉬리, 텔미썸딩, 아니면 접속의 엔딩이 더 꽉 찬 느낌을 준다.
주홍글씨의 엔딩에서 보여 준 그의 흐느낌도 잘 잡히지 않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엔딩 전, 피투성이로 강에 뛰어들던 그는 전하고 달라보였다.
한은 아니더라도 뭔가 던져내버리고 싶은 게 생긴 걸까.
언젠가 한 번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짐승처럼 울부짖는 진짜 짐승 같은 모습도.


내가 본 그의 출연작  

우리들의 천국(1991)
도서관에서 여자친구와 히히덕대던 모습이 조금 생각난다. 

한석규를 좋아하게 된 뒤에 그 역할이 한석규였단 것을 알았다. 
위에 쓴대로 적역은 아니었는데, 애정을 가지고 봤으면 좀 더 좋게 봤을지도^^   

아들과 딸(1992)
뼈대있는 법조집안의 아들. 

채시라의 유혹 따위는 차갑게 물리쳐 버리며 
김희애의 평생 고생을 한꺼번에 보상해주는 제대로 만든 왕자. 

파일럿(1993)
최수종과 함께 공군사관학교에 다니는 친구역. 

나중에 사고때문에 제주도에서 교관으로 남는 역할이었는데, 
명랑한 성격의 인물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사진을 다시 봐도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서울의 달(1994)
처음에는 최민식하고 역할이 바뀐 줄 알았는데, 

첫 회를 보고나서는 두 남자를 그대로 보게 되었다. 
최민식과의 콤비도 일품이었지만 
최민식에게 목매는 시골처녀 김원희도 귀엽게 인상깊었던 드라마. 
김운경작가의 드라마 중에서도 최고로 꼽고 싶다.   

호텔(1995)
야심만만한 동생 이진우의 약혼녀인 이승연을 짝사랑하다가 사랑을 얻지만,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호텔 사장역할이었다. 
다 가진 것 같은 남자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남자. 
제대로 다 보지 못했는데도 인상깊게 남는 이상한 드라마다. 
제목도 잊어버린 주제가까지 기억난다. 
전에 케이블에서 다시해주는 걸 한편 봤는데 안재욱이 웨이터로, 
옛날 투투의 멤버였던 O혜영이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로 나왔다.  

닥터봉(1995)
공짜표가 생겨서 보러갔던 영화였는데 예상을 깨고 정말 재미있었다. 

나중에 TV에서 해줄 때 다시 봤는데 극장에서보다 훨씬 안 웃겨서 이상했었다. 
뻔뻔하고 능글맞은 바람둥이 치과의사 봉. 
김혜수와 치고받는 대사들도 재미있었고, 둘의 오바연기가 일품이었다. 
이때의 김혜수는 정말 싱그러웠는데.  

은행나무침대(1996)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고민을 했었다. 

왜냐면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선전하는 영화들에 실망하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만 해도 '난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안봐'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었다. 
그런 사람들의 우려를 말끔이 씻어준 영화, 은행나무 침대.  

초록물고기(1997)
내가 꼽는 초록물고기의 베스트 장면들은 불행하게도 모두 편집되었다. 

하나는 미애의 집에서 같이 있던 날, 
잠든 미애 몰래 수족관 앞에 와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인데, 
그때도 이미 적지 않은 나이였던 한석규는 
'미애씨, 사랑해요' 대사 한줄을 한참 연습하다가, 
정말 스물 몇살짜리가 되어서 수줍게 고백해 주었다, 보는 사람마저 설레게. 
이 장면은 심혜진의 노출수위 때문이었던가 암튼 연결문제로 편집되었다고 들었다.  
또 하나는 장애인인 큰 형과 단둘이 가로등 아래를 걸어가는 장면. 
편집된 이유는 모르겠고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심은하와 단둘이 걸어가는 골목씬 같은 느낌이었는데 
따뜻해 보이고 장면자체로도 예뻤다.
원래는 막동이의 형들이 배태곤의 나이트클럽으로 복수하러 가는 장면도 있었는데^^
여기서 정진영이라는 배우가 연출부이자 한석규의 세째형으로 스크린 데뷔를 했다. 
한석규의 친형이 둘째형으로 출연했고. 
홍보카피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살고 하나는 죽고 하나는 남는다.  

넘버3(1997)
송강호의 스타덤이 더 큰 화제였던 영화. 

이런 영화가 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영화. 
독특한 대사들도 많았고 좋은 배우들의 영화였다. 
이미연의 성공적인 재기작이기도 했고.
제일 인상깊은 대사는 건달과 불한당. 그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그러고보니 배운 것도 많은 영화였네.

접속(1997)
야근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가까운 극장으로 보러갔었다. 

아주 잘 짜여진 독특한 로맨스. 
인상깊은 음악들. 
영화가 끝나고 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오면서 
시나리오 쓴 사람을 궁금해하고 부러워하고 그랬었다. 
추상미도 참 매력적이었고.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아직도 일하고 있던 선배의 한마디-"'접선' 재미있었냐".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제일 많이 본 한석규의 영화다. 

한석규와 심은하 두사람의 매력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조금 남아있던 어색함이 완전히 떨쳐진 심은하의 베스트.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정원과 
볼수록 사랑스러운 다림 때문에 앞으로도 몇 번은 더 볼 영화.

쉬리(1999)
은행나무 침대의 업그레이드. 재미있는 영화의 힘을 보여주었다. 

인생의 폭격을 맞은 불행한 남자역할. 아주 담백했지.
김윤진이 죽는 장면에서 놀라운 표정을 보여주었다.  

텔미썸딩(1999)
심은하와의 재회. 매달린 아이의 손을 쳐내던 심은하가 섬뜩하게 기억 남는 영화.

뒤늦게 깨달은 진실로 낭패를 보는 형사역할. 
한석규는 처음부터 별로 의욕적인 형사로 보이진 않았는데, 
서서히 사건에 몰입해가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뭘 알고 뭘 모른다는 건지 알고 모르고에 대한 논쟁이 
좀 시끄러웠던 영화로 기억한다.

이중간첩(2003)
처음 사열장면의 그 표정이 기억난다. 

내용도 나쁘지 않은 영화였는데. 이 영화부터 한석규의 '적'들이 설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 역시 한석규가 1년에 한 편 정도는 영화를 했으면 좋겠는 사람이지만 
이중간첩에 쏟아진 혹평이이야 말로 정말 과했다.
얼마전 연예프로그램에서 강제규감독이 한석규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었다. 
전체를 보면서 연기하는 배우이고 또 상대 배우를 돋보이게 만들 줄 아는 배우라고. 
내가 본 영화들의 기억을 더듬다 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다.
그러니 고소영은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 한석규하고도 이렇게 영화를 찍다니.

주홍글씨(2005)
연기로는 그의 베스트. 한석규의 기훈은 지금 잘 나가는 한국남자배우 누구도 

대신 연기할 수 없는 연기다.
지금까지는 그의 얼굴에만 집중했었다면 주홍글씨는 그의 몸까지 보게 만든 영화였다.
몸보다는 움직임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화면을 더 채워주는 연기를 본 것 같아서 
다음 영화가 빨리 보고 싶다.

한석규의 팬페이지 www.hansukkyu.org

한석규의 공식홈    www.hansukgyu.net

DVD|살인의 추억

  
모두가 환히 웃는데 유력한 용의자 박현규만은 무표정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한다

극장에서 보고 비디오방에서 보고 얼마전 DVD를 빌려서 한번 더 보고도 성에 안 차서 드디어 스페셜버전 DVD를 손에 넣었다.
영화를 만든 계기가 분노였다는데
같이 만들기로 한 배우들도 분노를 느끼며 출연을 결심했고 보고 난 관객들도 분노를 느끼게 되니
정말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송강호의 소름끼치는 연기야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다시 볼수록 빛나는 것은 박해일.
범인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보게 되면서도 범인이라고 믿어버릴 수 없는 그 모호함.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의 무당눈깔을 직시하던 박해일은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DVD 내용]

CD1
-봉준호감독과 송강호 김상경 박노식의 음성해설
-봉준호감독과 김형구촬영감독 류성희미술감독의 음성해설 


CD2 

1. 사건: 봉준호 감독의 화성사건과 영화제작 동기에 대한 이야기
봉준호 감독/차승재 제작자의 인터뷰

2. 현장
1) 490번의 오디션
조연배우들의 오디션 장면과 봉준호 감독의 설명, 합격배우들의 인터뷰인데 권귀옥 순경의 오디션장면이 재미있었다.

2) 활력, 스쳐가는 재미
스탭들이 다양하게 참여한 이 영화에서 연출부들이 연출한 커트와 단역부터 꽤 비중있는 조연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는 스탭들의 연기장면. 스탭들은 대박만큼이나 이 추억들이 소중하겠지.
 3) 박사, 천재 그리고 공무원
봉준호 감독에 대한 배우, 스탭들의 감상(!)문.
예상대로 칭찬일색이지만 그래도 표현은 다양하니까^^
4) 얼굴 없는 당신
영화에 몇번 등장하는 범인은 누구였는지, 영화속 범인 촬영에 대한 이야기.

5) 봉감독,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엔딩 촬영 뒷얘기

3. 자백
배우들의 배역설정과 연기과정

1) 시골형사와 서울형사: 송강호와 김상경 인터뷰
2) 구반장과 신반장 : 변희봉과 송재호 인터뷰
3) 워커발 형사와 여순경 :김뢰하와 고서희 인터뷰
4) 세 명의 용의자: 박노식, 류태호, 박해일 인터뷰

4. 진술 

1) 농촌스릴러
봉준호 감독이 생각하는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
'연쇄살인실화극'이라는 '수사반장'느낌의 부제가 붙었었지만 난 이 농촌스릴러라는 부제가 더 맘에 들었다.

2) 자랑스런 선수들
스탭 인터뷰

5. 현장보존
분야별로 신경쓴 부분들에 대해서 어려웠던 점을 얘기하는 스탭인터뷰인데 저런 것까지 신경썼구나를 알 수 있는 영화의 본격적인 뒷담화.
1) 미술/세트.소품
2) 분장/의상
3) CG

6. 감청- 봉준호 감독과 타로 이와시로 음악감독의 영화 스코어에 대한 인터뷰
영화의 기억이 선명해서인지 음악을 들으면 아직도 마음이 조여오는 느낌이 든다. 음악 자체도 맘에 드는데 영화를 보며 느꼈던 분노까지 다시 기억될까봐 OST구입은 잠시 보류.

7. 제보
- 현장 스틸 갤러리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를 보고 대체 무슨 영환지 알 수가 없게도 만들었네 싶었는데,
보고나서 '당신은 누구십니까'와 '미치도록 잡고 싶었습니다'에 무릎을 팍 치고 말았다.
나 역시 그런 기분이었으니까.

8. 증거불충분
- 삭제장면
삭제장면들과 왜 삭제했는지의 이유를 듣는 동안, 봉준호 감독은 정말 천재인가보다 생각했다.

9. 보도자료
- 극장예고편
- TV Spot
- 포스터 모음
- 시사회
박찬욱 감독의 인사가 인상적이었다-이런 영화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예의바르고 정직한 인사.

10. 명단- 메이킹과 스틸사진을 이용한 영화 크레딧

영화|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s



오, 절묘한 포스터 혹은 타이틀

 
굴뚝 청소를 한 두아이의 얘기가 생각난다, 검댕이 묻은 아이와 묻지 않은 아이 중에서 묻지 않은 아이가 검댕을 털었다는.
거짓말장이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결백을 외치지만 거짓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앤과 그레엄은 동양식, 서양식-이런 구분을 떠나서 범우주적으로 정직한 인종의 사람들이다.
100%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그들은 말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것 같으니까-, 정직지향적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거짓말은 그냥 육감으로 느낀다.
살아남기 어려운 인종이다.
정직한 사람들은 이렇게 자폐가 되거나 멸종되어 버리면서 세상에 네가티브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면에서 둘의 만남은 정말 축복할 일이다.
그보다 더 완벽한 소울메이트를 만나는 일은 너무너무 어려울테니까.
 
영화속에서 두 사람은 초면에 스스럼 없는 질문들을 무례하게 느끼지 않으며 정직하게 대답하면서 정의할 겨를도 없는 순식간의 관계를 가깝게 느낀다.
당신이 뭔데-같은 대사는 없다.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피하지도 않으면서 알고 싶은 모든 것에 대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말 신선하다. 그레엄 정말 멋있다. 
스티븐 소더버그나 제임스 스페이더나 이 영화 이상의 영화를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새삼 안타까울 뿐.
 
누가 어디서 돈이 나냐고 물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 밑에서 난다 하고,
다 떨어지면 어쩔거냐 또 물을 때 절대 안 떨어진다고 당당하게 대답하는.
그레엄이 너무 부럽다, About a boy에서의 휴그랜트 만큼--;;

살인의 추억 영화와 실제사건 비교

오픈백과 : 살인의 추억 영화와 실제사건 비교
평점 :
+165 (211명)나도 평가하기wands7   조회: 67165  200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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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영화와 실제사건 비교

원래 이런 쟝르의 영화를 별로라고 생각하며 보았으나 상당히 치밀한 구성이 날 너무 놀라게 하더군요. 실제사건에서 범위를 벗어나지않은 최대한의 창작력또한 대단하더군요. 그래서 이 영화와 실제사건을 비교하여 보겠습니다.

1. 사건일지(시신발견일 기준)

1차 86년 9월19일 태안읍 안녕리 풀밭 이모(71)씨

2차 86년 10월23일 태안읍 진안리 농수로 박모(25)씨

3차 86년 12월21일 정남면 관항리 논두렁 이모(22)씨

4차 87년 1월11일 태안읍 황계리 논 홍모(18)양

5차 87년 4월23일 태안읍 안녕리 공장 축대위 권모(25)씨

6차 87년 5월9일 태안읍 진안리 야산 박모(29)씨

7차 88년 9월8일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 안모(54)씨

8차 88년 9월16일 태안읍 진안리 집 박상희(14) 범인 검거

9차 90년11월16일 태안읍 병점5리 야산 김모(14)양

10차 91년 4월4일 동탄면 반송리 야산 권모(69)씨

2.영화의 인물과 사건의 인물

(1) 영화에서 장애인으로 나오는 용의자

9차 사건 당시 연행됐던 30대 목공이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나 실제로도 열차에 뛰어들어 죽었습니다.

(2) 남편의 전화를 받고 우산을 쓰고 마중나갔던 피해자

87년 4월까지 5명의 피해자가 나왔고 나라가 들끓었다. 당시 밤의 태 안읍엔 주민보다 잠복 경찰이 많았다. 하지만 범인은 수사본부에서 불과 몇 백㎙ 떨어진 곳에다 남편에게 우산 마중 가던 젊은 주부를 발가벗겨 죽여 놓았다.6차사건의 피해자 영화에서는 인력부족으로 전경의 배치를 본부에서 요구하였으나 묵살당했죠. 하지만 실상 화성내에서는 대규모의 경찰들이 배치되고 있었죠.

(3) 영화속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받았던 회사원 청년

김상경이 연기한 실제주인공 B반장 한동안 잠잠하던 범인은 88년 9월 엉뚱한 용의자의 체 포기사가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인근 팔탄면에서 7차 사건을 저질렀다. “ 너네들 헛다리 짚은거야”라고 말하듯이. B반장은 조심스레 20대 남자 이야기를 꺼냈다.

연쇄살인 사건 이전 빈발했 던 강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했다. ‘손이 부드럽고 작은 키에 날렵 한 몸매, 꽤 높은 지능지수의 남자.’ B반장은 3년간 그를 주목했다고 한 다. 사건이 터지면 그의 집부터 찾았지만 그는 태연했다고 했다. B반장은 10차 사건 직후 처음으로 그를 연행했다. 하지만 혈액형이 9차 사 건 현장에서 나온 것(B형)과 달라 곧 내보내야 했다. 사슴 닮은, 선해보이 는 그의 눈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병원으로부터 연락 을 받았다. 교통사고로 그는 시신이 되어 있었다.

(4) 송강호가 연기했던 C반장이 해결한 화성사건중 하나 8차사건


지금은 퇴직해 사업체를 운영하는 C반장은 8차 사건을 잊을 수가 없다. 수 법이 달라 당시에도 연쇄로 보지 않았지만 그나마 유일하게 범인을 잡은 사건이었다. 현장에 떨어진 음모가 단서였다.

인근 철공소 등을 돌며 820 명의 음모를 뽑았다. 화장실로 불러놓고 으름장을 놓고선 한 사람마다 10가닥씩 뽑았다. “눈물 을 찔끔 쏟아낸 이들이 처음엔 황당해 하다가 거칠게 항의하기도 해 술 먹여 달래느라 고생했다”고 했다. 결국 음모 성분이 일치한 윤성여(22)를 검거했고 그는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다.

이사건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화성의 형사라면 누구나 8차 사건을 잊지 못한다. 10건 중 유일하게 범인을 검거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당시 경찰 입문 2년차였던 화성경찰서 말단 형사 최모 순경. 그는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남성 체모를 단서로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고 화공과와 보건전문대를 나온 최순경이 주목한 것은 체모에서 다량 검출된 티타늄과 염화칼슘. 그는 '용의자가 티타늄을 원료로 하는 일을 하며 몸을 자주 씻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고 군내 공장 근로자 465명의 체모를 일일이 검사했다. 결국 농기구 용접수리공인 범인 윤성여(당시 22세)를 검거해 경찰의 사기를 높이는 데 공헌했다.

(5) 영화에서의 유력한 용의자외에 또 한명의 유력한 용의자


앞에서 언급했던 B반장은 곱상한 손의 주인공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금까지 보아오고 있으나 10년동안 가장 오래 사건에 매달렸던 A계장은 또다른 용의자를 유력용의자로 보고 있었습니다.

-91년 이후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데. “범인은 죽었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단정적이었다. 근거는 9차 사건 현장에서 나온 흰 머 리카락 3가닥. 연쇄로 보이는 사건 현장에서 나온 유일한 범인의 유류물이 었다. 이전부터 나이 많은 이를 범인으로 추정하던 A계장은 무릎을 쳤다고 했다. 일가붙이 없이 혼자 살던 건장한 67세 백발 노인이 떠올랐고 급히 차를 몰았다.

하지만 노인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 노인은 93년 겨울 수원시 근처 빈 집에서 무연고 변사체로 발견됐다. A계장은 공동묘지에 묻힌 노인의 시신 을 발굴, 9차 사건 현장에서 확보된 범인 유전자와의 대조하려 했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당시 기술로) DNA감정이 어렵다는 얘기 를 듣고 삽자루를 놓았다”고 했다.

 “범인은 시신에 장난을 쳤다. 젊은 사람의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 A계 장이 ‘범인은 노인’이라고 주장한 근거였다. 하지만 지휘부에선 일소에 붙였다고 했다. 9차 사건 직후 현장 인근에서 초등학생 여아 실종신고가 또 있었다. A계장은 “흰머리 할아버지가 데려갔다”는 목격담을 접할수 있었다. 실종된 여아는 돌아오지 않았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다. 확인만 한번 했어도 후련했겠지만 어쨌든 그 노인 죽은 뒤에 사건은 없었다.-

(6)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많은 무고한 용의자들.

화성사건은 수사과정에서 많은 무고한 희생자들이 나왔는데 화성사건과 관련되었다가 풀려난 용의자들은 하나같이 죽거나 심한 고문으로 인하여 심한 정신착란을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10년간을 표현해야하는 영화로서는 장애인용의자와 변태용의자 이 두명에게 이런 모든걸 함축시키지 않았나 싶네요. 2003년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용의자들이 사망하였습니다.

(7) 과학수사 연구소에서 미국으로 보낸 DNA샘플


영화에서는 미국으로 보냈으나 실제로는 일본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과수소에 보관되어있고 지금도 그 일대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일일이 대조해보고 있답니다.

(8) 영화에서 김상경이 허리에 대일밴드를 붙여준 여학생


실제로 9차사건의 피해자였던 여학생입니다. 9차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결정판'으로 불린다. 피해자(13)가 가장 어린 데다 범인은 강간살인 후 피해자의 가방에서 꺼낸 포크과 숟가락, 볼펜을 음부에 집어넣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음부난행, 피해자의 물건 사용 등 화성사건의 특징이 고스란히 모여 있는 사건이다. 유일한 단서는 피해자의 교복에 묻어 있는 정액. 수사팀은 정액에서 범인의 DNA를 추출해 일본으로 보냈다. 당시 국내에는 DNA 분석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여기까지만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대단한 연출력이 돋보인 영화라고 하기엔 내용적으로 너무나 치밀한 구성이 감탄스럽습니다.

영화|S다이어리



사랑이란 게 안다고 다음 진도 나가는 건 아니지 싶은데
 
원래 '섹스다이어리'라는 제목으로 홍보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야한 장면들을 없앨려고 제목을 바꿨나보다. 
원래 제목대로라면 더 기발하지 않았을까 싶은.
포스터에서 세 남자들이 좀 칙칙해보여서 극장에서 보기를 포기했던 영화였는데 
의외로 세 명 다 자기 역할을 잘 보여준 듯.
 
추억이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힘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면 그녀의 시도는 높이 사줄만한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맘 상해서 좀 걱정스러웠다. 
혼자 만의 것이 아니면 망친 것도 반쪽 뿐이라 위안이 될 수 있는 걸까? 
스쳐갈 수 있을 만한 남자 세 명은 외견상 평범한 샘플링이었지만 
하는 짓을 봐서는 이 여자 억세게 운도 없지 싶은데. 
사실 표현이란 거 영원을 약속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순간의 기억 때문에 이쁜 거 아닐까.
그녀가 정작 힘이 될 추억은 아예 알지도 못하고 
스스로 파헤친 진실에 상처받는 건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
 
어쨌든 옛날애인만이 할 수 있는 '맞춤복수극'-재미있었고, 
오버하지 않는 김선아, 사랑스러웠다. 

영화|꽃피는 봄이 오면


영화속의 엔딩장면이 훨씬 더 멋지긴 하지만, 아쉬운 대로.

 
꿈을 이루지 못한 음악가, 연인을 놓친 여자, 떠나지 못하는 여자, 가진 것 없이 잃어가는 사람들과 꿈을 찾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한 아이들.
힘든 사람들이 잔뜩 나오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의 짬뽕이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장면 뿐.     

콘서트|허클베리핀|Yellow Concert

너무나 얌전해 보이는 사진이지만 그래도 어제 사진이므로--;;

(안타깝게도 내가 많이 바라본 드러머와 퍼커션 파트는 안보임)

 
3시간 동안의 속이 꽉찬 라이브.
올랭피오의 별과 타임을 라이브로 듣는 것은 정말 감동이었다.
음반과는 달리 영롱한 피아노 소리가 실로폰같은 소리로 바뀐 것은 좀 불만이었지만.
어제는 유난히 기타치는 손과 퍼커션을 연주하던 손에 시선이 많이 갔다.
손마다 표정이 있는 것처럼 파트 별로 다른 연주가 소리로는 구분이 잘 안되던 것이 손을 보고 있으면 들리는 것 같은 느낌.
밴드의 음악은 그래서 빈 자리가 덜 느껴지나 보다.
노래말고 다른 소리들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성실한 밴드.

영화|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아카데미 각본상에 빛나는 뷁...
 
내가 만나 본-물론 그 동네 사람 전부를 만나본 것은 아니므로 경험에 갇힌 시선이지만
-미국과 유럽으로 간추려지는 서양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왜 저러지'라고 생각한다.   
난 내가 익숙치 않은 서양 사람들의 행동을 봤을 때 
'저 나라에서는 저러나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동양문화에 이질감을 느끼는 서양인들의 관점에 아주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약간의 불쾌감을 남긴다.
모르고 익숙치 않은 것들에 대해 전혀 노력하지 않으면서 오만하게 구는 빌머레이, 
결국은 말이 통하는 미국 여자 하고만 소통을 하게 되는 이 남자, 
그의 고립감을 이해해주고 싶은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
통역이 무능하면 바꿔달라고 하지?
고기 부위마다 맛이 다른 것도 모르면 샤브샤브집에 가지 말지?
 
일본을 고른 건 일본이 문화적으로 아주 독특하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일본은 놀림의 대상이 되어도 별 액션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느 토크쇼에서 신디크로포드가 일본에서 포카리스웨트 광고 찍은 얘기를 
꽤나 우스꽝스럽게 떠드는 걸 봤었는데, 
그에 비하자면 세발의 피였던 맥라이언은 결국 특별인터뷰에서 
고개까지 숙여가며 사과를 했으니. 
아마 중국이었으면 더했을지 모르고.
 
그래서 이 영화는 인상 깊은 설정과 독특한 감성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소통하지 못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제목이 효력을 발하니 완벽한 영화인가^^
좀 척-하는, 미국스러운 영화.
그러나 스칼렛 요한슨의 독특한 이미지는 인상 깊다.
스무 살에 저런 얼굴을 보여주다니 다음이 궁금하다.

난중일기|이순신


을미년 7월 초7일-공의 유머감각
(김응서는 경상우병사)


앞 부분에 대한 인상은 '무신'의 일기답다는 것이었다.
아주 간결한 문체, 매일 쓰고는 있지만 누가 왔다갔다-만 달랑 씌어있는 날들이 많아 지루하기도 했다.
간간이 장계를 고쳐 쓴다는 대목들을 보면서 전쟁 중에도 보고서를 열심히 써야 했구나, 역시 장군이라 글발이 좀 밀렸었겠다 등등의 생각도 들었고.

중간 부분은 전쟁 중에 일어나는 의외의 사건들이 조금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스파이 색출, 왜군포로들 얘기 같은 것.
영화 같은 데서는 대인이 대인을 알아본다고 적군이지만 기개 있는 포로를 대접하는 적장의 모습이 종종 나오고, 충무공은 겨레의 영웅이기에, 일기에서는 뭔가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끝까지 항복하지 않은 왜군포로 망기시로를 '참으로 독종'이라고만 평가해서 약간 실망.

끝 부분은 중간부터 심해진 원균에 대한 험담이 정말 많다.
원균에 대한 표현 중에 제일 많은 것이 '흉측한'이다. 시작부분에서는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어느날인가 원균이 같이 술마시고 '해괴한 소리를 지껄인' 다음부터 원균과 술만 마시고 나면 흉측하다 하고, 언제부터인가는 원균을 직접 만나지 않고, 대신 남들이 한 원균 욕을 다 쓰고 있다. 심지어 전해들은 원균의 추잡한 스토리-하인을 육지로 심부름 보내고 그 아내를 덮치려했다는-까지 자세하게 적어 놓고 흉측해하고 있다.
이 뒷부분을 읽다보니 낡은 나무책상에 각각 다른 분단에 앉아서 열심히 고자질종이를 쓰는 두 어린이의 모습이 상상된다. 가끔 서로를 흘기기도 하면서.

난 존경하는 위인도 가져 본 적이 없고 감명깊게 읽은 위인전도 없어서 사실 이순신이 그렇게 위대한 영웅인지도 얼마 전에 알았는데, 그 또한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효심이 지극하고, 아들들의 뒤를 보며 마음 아파하고, 아내에게 무심하고, 왕의 잘못된 행동에 속으로 분노하지만, 그런 왕의 칭찬에 감사하고, 또 싫은 사람 욕을 일기에 써놓을만큼 인간적인 사람임을 금방 알게 되었다. 좀 섭한가^^
난중일기를 통해 보는 그는 좀 귀엽다. 표현이 적은 조선남자이기도 하고.
원균도 일기를 썼더라면 좋았을 걸. 난중일기에 이렇게 당할 줄 알았더라면 틀림없이 썼을텐데.  

25회 청룡영화제 내 맘대로 상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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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장풍대작전
강제규, 한지훈, 김성돈
태극기 휘날리며
정도안 - 특수효과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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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
유하
말죽거리 잔혹사
임재영 - 조명
얼굴없는 미녀
장진
아는 여자
김석원 - 음향
최동훈
범죄의 재구성

 
저대로 다 받았으면 좋겠다^^
시상식은 참 이상도 하지.
남 상 받는데 기쁘기도 하고 화도 나고.
 
시상식이 끝나고:
오, 놀라운 적중율.
12개 중 2개--;;

영화|누구나 비밀은 있다


웬지 따로 노는 듯한 카피-제목이 더 짜릿하다


 
어중간한 찌질이나 껄떡쇠들 말고 진정한 프로페셔널 에 대한 환상이 있는데, 가끔 이런 영화들이 그 환상을 부추기는 것 같아서 아주 안 좋다.
과연 이런 수준의 프로가 존재하기나 할까.
포스터만 봐서는 '아찔하게 빠'질 남자로 믿기가 망설여지지만 세 여자 앞에 선 그 남자는 진정한 프로다.
세 여자에게 각각 보인 그의 '썰'들이 다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순간의 진실'에 충실하도록 스스로를 열심히 길들였겠지.
단지 능수능란한 거짓말장이일 뿐 이었다면 단기목적이야 쉽게 달성했을지 몰라도 '비밀'의 힘을 이용하는 그의 전술까지 완벽하게 전수해줄 수는 없었을테니까.
한가지 이 '프로'에게 불만이라면 진지한 모습이 부족했다는 것.
프로라면 동시에 몇 명과 연애를 하든 그들을 정말 사랑할-혹은 그렇다고 믿을- 것이며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을 것이므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세 여자를 주무르는 이병헌은 어찌나 능수능란 한지, 
이병헌과 사귀는 여자라면 이 남자가 연기를 하는 건지 한번쯤 의심을 해봐야할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이병헌의 연기는 늘 만족스러운데 이병헌이 나오는 영화는 늘 망설이게 된다.

김효진은 천년호에서의 눈빛연기가 기억에 남았는데 여기서는 좀 실망이었다.

재미있는 대사들이 너무 강조되어서 촌스러워 지기도 했고 
카페노래장면 같은 건 립싱크인지 알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쓴 것 같고. 
어린 여배우 중에서는 표정이 많아서 좀 기대했는데 코믹보다는 멜로가 더 맞는 편인 건지도.

최지우는 역할이 역할이니만큼 얼빵한 장면들이나마 자연스러서 다행.
잘맞는 역할이어선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이 영화에서의 최지우는 좀 배우같기도 했다.
내가 최지우라면 이 정도쯤에서 발성연습 좀 하겠는데.
추상미가 그래도 세 여자 중 제일 색깔 있어 보였는데 비중이 적었다.
추상미가 벌써 큰언니 나이가 되었다니.
 

걸어서 하늘까지로 시작해서 게임의 법칙으로 대박을 냈던 장현수가 
싱글즈를 거쳐 이 영화를 만들었다.

아, 그 감독도 참 묘할세.
해피엔딩은 즐겁고, 프로는 아름답고~

영화|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나비의 날개짓 하나가 지구반대편에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고 한다.

 

카오스 이론과 인과응보의 만남.

오래 전 이휘재가 열연하던 인생극장의 초호화확대버전.

 

요즘 미국영화들 '메모리' 너무 좋아한다. 

메멘토 이후에 단기기억상실증이 암을 대치할 강력한 영화적 질병이 될 것만 같을 정도로.

아직 메멘토 만큼의 충격을 준 후배영화들은 없었지만, 나비효과는 메멘토 바로 다음 자리에 놓아 주고 싶은 영화였다.

'기억의 기억'과 인과응보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것 같은 느낌과,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상식의 틀 안에서 상식밖의 사건들이 일어나 준다. 

 

이터널선샤인에 좀 실망했던 나로서는 나비효과-음, 정말 굿이었다.

Island in the sun|Weezer|Green|2001


 
신나면서 편안한, 귀에 쏙 들어오는 박자.


 

새바람이 오는 그늘|좋은 날|새바람이 오는 그늘|1990


좋은 날-새 바람이 오는..
당신을 닮은 인형 하나 사러갔지
그곳에 한동안 서있었네 아무말 없이

내 마음에 숨어있는 내 모습이 싫어서
가늘게 눈뜬 하늘 보네

당신을 닮은 인형 안고 난 걸었지
어느새 불꺼진 창가에 나는 서있네
그렇게 사랑했던 내 마음이 미워서
허탈한 마음에 웃어보네

당신을 닮은 인형 내겐 소중했지
하지만 버리고 돌아왔네
나의 사랑도

음....
하늘엔 당신 모습
왜 이리도 많을까
눈을 감아도 보이네..

음....음...
안녕이라 하지마

랄라라라 좋은 날...

 
 
벌써 12년 전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무지개'와 '소중한 너'의 조규찬을 좋아했었다.
수줍음이 묻어나던 풋풋한 음악.
조규찬의 첫 무대인 유재하음악경연대회 1회를 못본 것이 아주 아쉬웠는데,
대신 그 아쉬움덕에 고찬용, 박인영, 강현민, 유희열, 나원주의 첫 무대를 볼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이소라도 만나보고^^
유재하음악경연대회도 벌써 16회라는데.
오랜만에 한번 가볼까.
 
ps. 혹시 관심있는 사람을 위한 팁.
http://www.yjh.or.kr (입장은 무료)  

다빈치코드|댄브라운


한 100페이지쯤 읽었을 때 책 괜히 샀다 후회를 좀 했었다.
짧은 챕터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궁금해죽겠지~' 코드들.
대단한 걸 보여 주겠다고 큰 소리 탕탕 치는 작가의 수법이 아주 빈정상해서
그 손에 놀아나고 싶지 않은 반항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빨리 읽고 남들 많이 빌려줘서 본전 뽑을 생각에 마음을 붙이고 읽다보니
200페이지를 넘어갈 즈음부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다빈치코드는 기독교문화인인 서양 사람들이 더 재미있어할 만한 내용이었다.
아마 오래 전부터 있었겠지만 정론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그러나 논리적인 '예수'의 또 다른 역사는 흥미로왔다.
마지막의 반전은 너무 빨리 짐작을 해버려서 뒷부분에 다시 느슨해지긴 했지만
읽어볼만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이라는 기독교를 소재로 한 프랑스 소설을 읽었는데
비교하자면 다빈치코드는 아주 미국적인 구성이었다.
사람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과 스토리로 밀고 나간다.
계속 궁금해하도록 미끼를 던지고 도망가면서 다시 이어가는 재주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정말로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블럭버스터를 꽤 매끈하게 만지는 론하워드 감독이 톰행크스와 함께.
윌리엄허트가 조금만 젊었어도 딱 이었는데.
아니면 조지클루니가 좀 섹시모드로 갔어도 좋았을텐데.
좀 아쉽긴 하지만 영화를 볼지 안볼지도 모르니까^^

남자|제임스 스페이더|James Spader

 
제임스 스페이더는 첫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맘에 쏙 들던 그 영화에서
좀 비겁하기도 하고, 매우 우유부단하게 보이며,
얌전한 척 호박씨 까는 청년이었던 제임스 스페이더.
그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변태'로 낙인 찍혀버리기도 했었다.

제임스 스페이더는 전형적인 미남배우의 외형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백인이고 부드러운 얼굴 선을 가진 꽃미남.
고전적인 미남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그런데, 꽤 젊은 시절부터의 그를 기억하지만
그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번도 섹시 해보인적이 없다.
그의 몸은 지금도 근육질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긴 하지만
16년 전을 생각해보면, 그땐 근육질이 각광받던 시절이 아직 아니어서
뭐 그닥 마이너스요인이 아닌데도
정말 섹시해 보인 적이 없다.
우리나라 신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문학청년,
고민 열심히 하고
나쁜 짓도 무슨 생각이 있어서 하는 것 처럼 보이도록 행동하는,
사실은 좀 재수없는,
그러면서 여자들한테 인기있는 청년,
그런 청년이 20세기에 나타난 것 같은.  
그의 표정은 늘 복잡하다.
망설이는 얼굴, 좀 귀찮은 것 같은 표정, 그리고 애원하는 것 같은 눈빛의 조합들이
매우 복잡한 표정을 만들어서 
환하게 웃을 때도 좀 피곤해 보이고, 눈빛 마저 우유부단하다.
그런데.
그런 복잡한 표정들이 왠지 끌린다.
잘 알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걸까.
 
제임스 스페이더는 멀쩡한 역할을 맡은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역할들이 대놓고 싸이코 아니면 멀쩡해보이는 싸이코였으니까.
어쩌면 매튜 매커너히처럼 젊을 때 적당적당 로맨스 영화들을 좀 찍었어야 했는지 모른다.
아니면 조니뎁 처럼 늙지 말던가.
 
올해 '세크리터리'에서 오랜만에 그를 봤다.
거짓말 안 보태고 장장 16년전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의 얼굴에 주름은 정말 안 어울리고
그의 주름은 안성기의 주름 같지 않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지만
여전히 자신의 '필'을 지키고 있는 그는 기대가 된다.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TV시리즈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축하, 축하, 축하!
'필'받을 신작을 기대하면서.
 
내가 본 그의 출연작
Endless Love (Drama, USA 1981) as Keith
Wall Street (Thriller, USA 1987) as Roger Barnes
 
Sex, Lies and Videotape (Drama, USA 1989) as Graham
알고보면 이상한 네 사람의 관계. 그때만 해도 미국사람들은 다 솔직한 줄 알았는데, 감추고 척하고 그러는 모습들이 신선(!)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욕망들. 그리고 그걸 찍는 더 특이한 남자. 여전히 제임스 스페이더의 베스트. 칸느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White Palace (Drama, USA 1991) as Max Baron
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포스터-가을 낙엽이 뒹구는 길에서 남자가 허리를 굽혀 여자의 신발끈을 매주고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그 장면은 낭만적이기는 커녕 남자가 아주 재수없어지는 장면이었다. 식당 웨이트리스로 나이도 많고 배운 것, 가진 것 다 없는 여자와 부족한 것 없는 전문직-변호사 였던가-남자와의 로맨스였다. 끝은 물론 해피엔딩. 여기서 그는 수잔 서랜든에게 끝까지 리드당하는 소심하고 똑똑한 남자로 나왔다.
 
Bob Roberts (Drama/Comedy, USA 1992) as News Anchor, Chuck Marlin
영화는 재미있었는데 나오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Dream Lover (Drama/Thriller, USA 1993) as Ray Reardon
그저 그런 음모, 그저 그런 반전. 제목만큼도 재미없던 영화. 
 
Wolf (Horror, USA 1994) as Stewart Swinson
잭 니콜슨과 미쉘 파이퍼 틈에서 고생했다. 위아래 없이 실력믿고 까부는 잭니콜슨의 후배이자, 나중에는 실력이고 뭐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비한 녀석으로 변신한다. 매력을 찾기 힘들 정도의 악역이었다. 늑대로 변했을 때 정말 너무 잘어울렸는데 그래서 싫었다.
 
Stargate (Sci-Fi, USA 1994) as Dr. Daniel Jackson
좀 귀여웠다. 동그란 안경. 공부벌레박사.
 
Crash (Thriller/Drama, Canada/France/UK 1996) as James Ballard
도대체 이게 뭔 소린지. 영화는 산만하고 배우들은 불을 뿜는데 정신없고 기억도 없다.
야하긴 충분히 야했던가. 이전보다 강도가 조금 더 높은 병적인 증세를 보였다.
 
The Watcher (Horror/Thriller, USA 2000) as Joel Campbell
호화캐스팅인데 극장 개봉을 못하고 비디오 가게로 직행했다면 그 영화는 의심해봐야 한다. '오죽했으면' 스티커를 붙여야 될 것이다. 만약 감독까지 유명한 사람이라면 그 영화는 100% 의심적중. 그래서 망설이다가 결국 TV로 본 영화. 몇몇 장면들을 생각해보면 프롬헬의 현대판 같기도 한데, 사이코 킬러 키아누 리브스와 몽롱한 형사 제임스 스페이더, 둘다 내가 좋아하는 매력적인 모습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다.
 
Secretary(Drama, USA 2002) as Mr. Grey
깜찍한 포스터 때문에 보게 된 영화였는데 의외의 대박, 제임스 스페이더를 다시 봤다.
여배우가 안 예쁘길래 뭔가 있을 거라 짐작은 했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SLV의 그레이엄이 결혼 안하고 혼자 늙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약간 완고해진 듯한 얼굴이지만 여전히 망설이는 이 남자, 반가왔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좀 비슷하다.
이 커플은 내가 축복을 아끼지 않는 천생연분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제임스 스페이더의 공식 홈
www.jamesspader.org

영화|주홍글씨



모든 유혹은 재미있다. 왜 피하겠는가.

겁없는 남자, 기훈의 유혹도전기, 주홍글씨.
알고보니 유혹에 도전한 사람은 기훈 뿐이 아니었다.
유혹에 손을 뻗는 순간을 행복해 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순간은 이어지고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어느 순간 유혹의 울타리가 현실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그들에게도 두려운 마음이 생기긴 하지만 
그 순간은 이미 도망칠 시간도 없이
아주 순식간에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그들만의 '결말'.

영화는 참 도덕적이다.
유혹을 즐기던 기훈은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잃고
유혹에 충실하며 진심이었던 가희는 행복을 되뇌일수는 있었고
(그러니까 사람은 사람에게 진실이어야 하고 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
가질 수 없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했던 수현은 원하던 한 가지만 잃는다.

내가 본 이 영화는 오랜만에 보는 아주 명확한 구조였고
매우 도덕적이며 좀 엄격하기까지 하다.
이 얘기를 만들어낸 사람들에게 호감이 생긴다.
이런 도전이 많아져서
'다양성'의 속을 꽉 채워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배우들의 재발견.
이은주는 이제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된 듯하다.
엄지원은 앞으로 뭐가 되건 주홍글씨가 중요한 프로필이 되어 줄 것 같다.
그리고 한석규.
역시 한석규.

개성있는 목소리를 가진,
진짜 재즈가수 같았던 이은주의 매혹...





콘서트|임재범|JB'S Vanguard

다음카페 임락알락에서 퍼옴

임재범의 첫 콘서트.
기대 정말 많이 했는데,
아-,
공연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노래 잘해서 좋아하는 가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이제 정말 임재범은 자신의 목소리를 아주 잘 연주하는 사람이 되었나보다.
노래마디 하나하나가 완전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듣다가 눈물이 나 버렸다.
생애 최초의 콘서트였던 이문세 첫콘서트 이후 처음이다.
여느 콘서트장 같지 않게
높은 연령층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환호를 보내 준 팬들에게 바친다면서 '고해' 부를 땐
그의 눈에도 눈물이 살짝 비쳤다.

처음 한 시간은 5집의 신곡과 비상, 그리고 귀에 익은 발라드로 홀리고
나중 한 시간은 락버전으로 흥분시켰다.
들려주고 싶은 노래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다 부른 거다.
내 살아 생전에
Same Old Story
크게 라디오를 켜고
그대는 어디에
그대 앞에 나는 촛불이어라
한꺼번에 다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 줄이야.

임재범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이쁜 옷도 여러 번 갈아입고 나오고
앞으로는 자주 찾아뵙겠다고 했으며(오늘 공연이 힘이 되었다고 했다)
그룹시절이 그립다는 말도 했다.

2시간의 발광타임이 끝나고 나니
땀도 많이 나고 목도 무지 아프고.
그런데 피곤하지 않았다.
배도 안 고프고.
정말 이상한 경험.
두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이따금 '감사합니다' 할때,
옷 갈아입는 시간, 물 마시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알차게 노래를 들어서 그런가?

보컬지존 임재범.
거대하고 거대하고 거대하도다.

ps. 앵콜 얄짤없음.
마지막 곡 끝나면 전 스탭이 다 나와서 인사하고 세트 바로 철수함.
가끔 앵콜볼때마다 이왕 할 거 그냥 하고 들어가지? 싶은 적 있었는데,
직접 당해 본 경험은 나쁘지 않았음.

불쌍한 김C



 
어제 지하철에서 만취한 어느 아저씨(할아버지로 봐도 무방)가 경로석에 앉으며
지하철 한 칸이 다 울리도록 고래고래
노무현 죽어야 돼,
나라가 썩었어...등등
김대중 정권부터 시작된
공공장소 전용 성토 퍼레이드를 엮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늘 하던대로 눈마주치지 않으려고
누군지 궁금했지만 꾹 참았다.
혼자 분에 못 이겼는지 쿵 소리를 내는데
깜짝 놀라 쳐다보니
아니, 이 아저씨가 경로석 옆에 붙은 김C 주연의 불가리스 광고판을
후려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리기 전까지 웃음 참느라 죽을 뻔 했다.
근데, 닮긴 닮았나?

남자|커트 코베인|Kurt Cobain


1993.7 Lost Interview with Guitar World
(해석없는 영문판)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
광신도들의 교주가 뿜어냄직한 묘한 에너지로 신경, 귀, 사람의 구석구석을 다 건드리는 음악.
늘 담배를 권하는 남자.
쓸쓸한 손가락들의 주인.
블론드헤어의 내추럴 히피스타일 재해석.
우울을 전염시키는 나쁜 남자.
그런데 끊을 수 없는 더 나쁜 남자.

Come as you are
Nirvana Unplugged in NewYork

Come
As you are
As you were
As I want you to be
As a friend
As a friend
As an old enemy
Take your time
Hurry up
The Choice is yours
Dont' be late
Take a rest
As a friend
As an old memoria

Come
Dowsed in mud
Soaked in bleach
As I want you to be
As a trend
A a friend
As an old memoria

And I swear
That I don't have a gun
No I don't have a gun
No I don't have a gun


PS. 이 노래, 죽음이 불러주는 것으로 해석하면 가사가 완벽하다.
원래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휴대폰 실종사건


잠시-이길 바란다, 진심으로-휴대폰이 실종됐다.
정직하게는 내가 어디다 흘렸다--;;
워낙 연로하신 폰이다 보니 누가 탐을 내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아마 다시 찾을 것 같기는 하다.
일단 발신정지만 해 둔 상태고.
있을만한 곳에 내일 아침 확인전화를 해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컴백인지 빠이빠인지.
 
근데,
전화 없는 게 되게 편하다.
-잃어버릴 게 하나 줄었으니까^^
 
전화 없어졌는데,
당장 급한 건 알람시계라니--;;
그간 내 전화는 너무 심한 캔디였나?

스웨터|Sweater|멍든새|Staccato Green|2002

 

멍든새-스웨터

 

 

가사 모르고 들을 땐 신선했고

가사 알고 들을 땐 슬펐다. 

제목을 다시 보니 더 슬픈...

 

단 한번도 널 웃긴 적 없어
단 한번도 널 울린 적 없어
단 한번도 널 기쁘게 한 적 없어
단 한번도 널 아프게 한 적 없어
나 티끌만큼도 네겐 의미없는 걸
나 티끌만큼도 위로가 되지 않아
단 한 개 단 한 개라도 추억이 있으면 말해봐
한 개 단 한 개라도 기억이 있으면 말해봐
말해봐 있으면 말해봐
말해봐 있으면 말해


너 한번도 차가웠던 적 없어
너 그렇다고 따뜻했던 적도 없어 없어
나 티끌만큼도 네겐 의미 없는 걸
나 티끌만큼도 나무가 되지 않아
단 한 개 단 한 개라도 설렘이 있으면 말해봐
한 개 단 한 개라도 떨림이 있으면 말해봐
한 개라도 기쁨이 있으면 말해봐
단 한 개 단 한 개라도 아픔이 있으면 말해봐
말해봐 있으면 말해봐
말해봐 있으면 말해봐

말해봐 있으면 말해


잊을래 그런데 잊을 것도 없어
떠날래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