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




당신의 취향은 어떤 그림입니까?(흐흐흐)
Somethig's gotta give
아주 치밀하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준비된 결론을 바라게 만드는 대단한 중년의 로맨스.
이 '올드'들은 사람이 없어서, 서로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질투와 오해, 그리움의 계단을 빼먹지 않고 다 오르면서
결국 마음이 원하는 단 한사람을, 정말 사랑해서 선택하게 된다.
보고 나면 그래, 같이 살 사람은 저런 사람이 좋아-라고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다.
  
주름진 얼굴의 다이언키튼,
골디혼의 팽팽한 얼굴보다 더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잭니콜슨의 변화무쌍한 표정들은 여러 번 놀랍고.
이 남자는 꼭 고양이 같다.
좀 음흉한 고양이^^

오랜만의 키아누, 반가운데, 다이어트가 너무 과하고 급했는지
좀 나이들어 보여서 안타깝다.

영화를 보면서 미국배우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갑이 다 되어서도 로맨스 영화를 이렇게 뽄 때 나게 찍을 수 있다니.


















[펌] 캠놀이 초보부터 고수까지


대략 초보. 캠으로 단지 멋을내기 위해 찍음. 한낱 초딩놀이
에 지나지않음.

하수. 캠의 묘미를 서서히 알아감.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함.
위 사진은 협동심이 중요함-_-

중수. 자신의 얼굴 대신 사물을 등장시킴.
약간의 기술이 필요함. 강아지의 저 햏맑은 눈빛*-_-*

고수. 상당한 수햏이 요구되며 한컷실패시 다시 찍는
고통을 겪어본자만이 안다.

초고수. 며느리도 모른다는 저 햏자의 대단한 실력.
오직 저것을 찍은 햏자만이 기술을 안다는
신중의 최고신 붕신의 싸대기를 세번 갈길만한 수행이 필요
 
 

 

우와 ,,

마지막에 두개 어떻게 찍은걸까 ?

 

정말 신기하다 //

 

 

근데 ,

첫번째 사진ㅇ_ㅇ

귀여운데 .. ㅇ_ㅇ*

----------------------------------------------------------------------------------------

대략 두개의 영상이 깨진 모양이다. 보고싶은데.

 

영화|얼굴없는 미녀



얼굴 "있는" 게 훨 낫다

김혜수는 드물게 어릴 적부터 연기를 괜찮게 하며 데뷔한 배우라고 기억한다.
데뷔작인 젊은 느티나무에서 들뜬 목소리로 일관했던 것 말고는   
초창기만 보자면 김희애의 데뷔시절과도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랬던 김혜수,
꽤 똑똑함을 자랑하기도 했던 김혜수가,
대본을 책 삼아 읽어주던 한심한 이쁜이들 몇몇 조차도 일취월장하는 동안
대체 뭘하고 지냈는 지.

한번의 인상 깊은 표정이 있다.
시작 즈음에 병원 복도에서 김태우의 아내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표정.
뭘보고 있는 지 확실히 느끼게 하는 아주 좋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저 배우는 자기의 연기력을 꽤나 믿고 있군.
하는 생각 밖에는 들지가 않았다.
끝날 무렵에는 예쁜 몸과,
화장품 포스터에나 어울릴 듯한 두툼하게 화장한 입술과 산발한 머리,
본인은 내면연기라고 믿었겠지만 영화의 삼분의 일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같은 표정과 거북스러운 저음의 대사톤만이 기억에 남았다.
   
사실 영화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면 미녀보다는 최면을 거는 의사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는 게 아닌가. 
얼마나 사랑하길래 그런 짓까지 하는 지.
여자의 과거니, 여자의 불안한 심리상태는 그래봤자 최면에 잘 걸리는 이유 중에 하나일 뿐인데.
이런 도발적인 여자는 누구나 최면을 걸어서라도 사랑하고 싶다는 게 꼭 하고 싶은 말인가?

언젠가 친구 하나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김혜수 머리 좋은 척은 다하면서 하는 짓 보면 전도연 머리만도 못한 것 같다고.
출연작 고르는 걸 보고 한 말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배우 김혜수가 걱정된다.
요즘 기사들을 보면 김혜수가 인간성이 좋다는 것은 알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연기를 그 많은 신문들이 이구동성 극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따금 아는 것 많다고 소문난 배우들에게서 나타나는 갭.
알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아는 게 나오고 있는지는 모르겠는 것.
배우는 표현의 선봉에 선 직업이니까 이 갭은 아주 치명적이다.

이 영화, 장희빈의 마이너스는 조금 살려줄 수 있겠지만 만일 이 정도로 자신의 연기가 재발견 된 거라고 생각한다면 
김혜수는 관객보다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배우다. 


















































델리스파이스|Deli Spice|날개 달린 소년|Espresso|2003




날개달린 소년-델리 스..

 
 
사랑한다는 말을 던져
이게 마지막일지 몰라
추락해버린 내 모습은
아픈만큼 초라하지만
날 믿는다면
그의 가슴을 겨냥해
황금으로 된 화살 하나로
기회는 단 한번이야
나를 믿어줘
너를 도울 수 있게

꺼져달라는 말을 던져
이게 마지막일지 몰라
검은 물밑에 손을 놓쳐
서서히 들어가고 싶니
날 믿는다면
그의 가슴을 겨냥해
납으로 된 화살 하나로
기회는 단 한번이야
후회 따위는 절대 모르길 바래

그의 가슴을 겨냥해
황금으로 된 화살 하나로
기회는 단 한번이야
후회 따위는 절대 모르길

내게도 이젠 힘이 돼줘
언제든 다시 큐피트가 될테니
 

요즘 인라인 레이싱(!)에 아주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 노래.

남자|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



어떤 남자는 웃는 모습이 귀여워서 쓰러지겠고
어떤 남자는 파워로 압도하고
어떤 남자는 섹시한 근육의 결로 현혹하고
어떤 남자는 이쁜 말만 골라해서 가슴을 설레게 하고
또 어떤 남자는 지치지 않는 "짱가정신"으로 감동을 준다.
그런데 사실 여자를 가장 강력하게 장악하는 남자는
이유를 알 수도 알고 싶지도 않게 만들면서 생각나게 하는 남자다.

이 남자.
우선 목소리 특이하다.
서유석의 목소리에서 바람을 조금 뺀 것 같은 목소리.
말투는 좀 느리고 발음도 그리 정확하게 하는 편은 아닌 듯 하다.
그런데 대화를 이어갈 때 치고 들어오는 타이밍이 달라서 사람을 좀 집중시키는 재주가 있다.

얼굴.
젊은 시절의 그는 모르겠다.
내가 처음 그를 봤을 때 그는 이미 얼굴 가득 넉넉한 주름의 소유자였고,
몸짱과는 거리가 먼, 표준 아저씨 규격 몸매의 소유자로서
대박과는 거리가 먼 영화들에서 종종 나타났었다.
가만히 있을 때의 그의 얼굴은 좀 난감한 표정으로도 보인다.
왜냐하면 너무나 진지하게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얘기 또한 아주 집중해서 들어주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를 처음 본 영화는 그의 35번째 영화였던 사랑의 행로(Fabulous Baker Boys)였는데,
사랑에 아주 서투르고 겁쟁이면서 쎈척하는 연애마초로 나타났다.
그에게 흔들린 여인은 미쉘파이퍼.
무심한 피아니스트 제프브리지스가 결국 서툰 기술로 마음을 들키던 그 로맨스가 좋았다.

이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40번째 영화 피셔킹인데,
이 영화에서는 제멋대로에 이기적인 인간의 탈을 쓰고 서서히 관계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찔러도 피한방울 안날 것 같던 인간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이 그로 인해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를 본 때 즈음부터 그의 다른 생활에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결과, 그가 쉬는 시간이면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하고(음반발매도 하나 했다하는데 평은 팬들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었다), 시도 쓰고, 사진도 찍고(사진집도 낸 적 있다), 그림도 그리고, 또 그림과 사진을 팔아서 미국 내 결식아동을 돕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배우들이 연기만 잘하면 됐지 사생활에서야 뭘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배우이니만큼 민간인들보다는 더 많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는 생각한다.
거기에는 뭐 이목구비를 여기저기 손 보는 것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이 남자처럼 멋지게 살아서 독특한 분위기를 갖는 것 또한 대단한 노력으로, 
이 남자가 어디서 나오든 매우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 역시 
그의 삶이 배우인 그에게 가져다 준 좋은 자산일 거라 생각한다.

나는 머리에 기름을 쫙 발라 넘긴 느끼한 헤어스타일의 그를 보고 첫 눈에 반했고,
불친절한 그의 연인으로서의 자세에 흔들렸으며,
100킬로는 너끈히 넘을 것 같은 육중한 몸에 생뚱맞은 반바지를 입고 볼링을 칠 때도
한심하게 보질 못했고,
백수건달이 되어 여자한테 기생해서 먹고 사는 디제이로 나왔을 때도
그 눈빛에서 애잔함을 느꼈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라고 망설임없이 대답하는 남자가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제프브리지스의 영화 보기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으로
지금 60편째를 기록하고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부끄럽게도 내가 본 영화는 
4분의 일도 안된다.
날이 갈수록 조연출연작이 많아져서 안타까움이 더하는데,
지금찍고 있는 모굴(Mogules)이라는 영화는 본인이 감독을 좋아라 하고
이상하지만 새로운 영화라며 만족스러워 하고 있으니 차기작이나 열심히 기다려 볼란다.
추신 얼마 전 케이블에서 배우다큐의 끝자락을 조금 봤다. 
과소평가된 배우 1위로 선정된 적이 있다는데 
세계적으로가 아니라 미국내에서도 역시 그렇단 말인가~! 
그러나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프 브리지스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가족과 가정을 꼽고 
남들은 외도-그닥 성공적이지도 않았던-라고만 생각했던 음악작업 자체에도 애정을 보임으로써 
내가 바라는 인생관의 샘플이 되어주었다. 
성공적인 커리어든 모험이든 인생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그래서 그 요소 중 어떤 것도 즐거운 인생이라는 더 큰 목표를 흩뜨려서는 안된다는.

공식홈페이지
나중에 홈페이지를 만든다면 성심성의껏 베껴보고 싶은 멋진 디자인의 제프브리지스닷컴.
기술적인 것은 모르겠지만 운영을 직접 하는 것이 분명하다.
메뉴를 찾아보는 것은 좀 불편하지만 직접 쓴 글씨들이 반갑게 느껴진다.
직접 전해주는 최근 뉴스같은 것도 맘에 들고.
   
내가 본 그의 영화

킹콩:King Kong (1976)
여기에도 그가 나왔었단 말인가-하고 나중에 놀랐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봐야지.
곧 DVD로 출시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어게인스트:Against All Odds (Special Edition) (1984) 
영화보다는 필콜린스의 주제가가 더 유명한, 그래서 영화 본 사람은 없는데 영화음악팬들은 다 알고 있는 영화이다. 줄거리는 도망간 여자를 잡으러 간 남자가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절절할 수 있는 러브로망이나 되게 지루했었다.  터커:Tucker - The Man and His Dream (1988) 자동차왕 터커. 그의 전매특허인 여유로운 웃음을 잔뜩 보여준 영화. 옛날 영화이고 오직 제프브리지스 때문에 봤지만 재미있게 본 영화로 기억한다.

사랑의 행로:The Fabulous Baker Boys (1989)

친형인 보 브리지스, 미쉘 파이퍼와 함께 출연한 영화. 삼류가수인 미쉘 파이퍼의 사랑을 외면하다가 결국 퐁당하는 피아니스트로 출연했다. 음악때문에도 좀 유명한 영화지만 이성적인 매력이 가장 물씬 풍기는 그의 영화. 
Can't take my eyes of you도 좋았던...
   
피셔킹:The Fisher King (1991)
가장 좋아하는 그의 영화. 테리길리엄이라는 감독을 좋아하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정상과 바닥을 오가며 방황하다가 결국은 다른 사람의 소중한 걸 되찾아주고 자신도 되찾은 어느 어른의 성장기. 깊은 눈빛이 인상깊었다.
  
산드라블록의 실종:The Vanishing (1993)
산드라블록이 스피드로 유명해진 다음에 산드라블록의 실종으로 비디오가 출시되어서 볼 수 있었다. 키퍼서덜란드까지 나오는 호화 캐스팅으로, 제프브리지스는 키퍼서덜란드의 애인인 산드라블록을 납치해서 죽인 살인범으로 나왔다. 영화가 워낙 엉성했다.

분노의 폭발:Blown Away (1994)
분노의 역류의 아류작같은 영화였다. 토미리존스가 싸이코 폭파범, 제프브리지스가 형사.
그럭저럭 볼만은 했지만 워낙 액션팬이 아니라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다.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 (1998)
코헨형제 영화의 신기한 점은 보기전에 얘기를 들을 땐 참 재미있을 것 같은데 볼 때는 의외로 지루하다는 것이다, 나에겐. 백만장자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한량 레보스키라-흥미진진했었다.
그러나, 코헨형제를 좋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참 보기 힘든 영화였고, 이해도 잘 안되는 영화였지만, 그의 연기는 아주 맘에 들었다.

Arlington Road (1999)
가까있는 적을 의심도 못해본 채 연인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남자. 오랫만에 연애물이라 극중 애인을 부러워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오랜만에 좋아하는 여배우 조안쿠색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비디오 제목은 까먹었다.

  
뮤즈:The Muse (1999)
아주 잠깐, 뮤즈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로 등장해서 황당한 테니스 시합을 펼치고는 사라졌다.

컨텐더:The Contender (2000)
드디어 대통령이 되다! 주인공은 부통령이지만 파워있고 쿨한 괜찮은 대통령을 연기했다.
영화자체도 괜찮은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K-PAX (2001)
K-PAX라는 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케빈 스페이시의 담당 정신과 의사. 닥터에서의 윌리엄 허트나 돈주앙에서의 말론 브란도를 연상시키는 배역이었는데 컨텐더의 대통령과 자꾸 겹치면서 잘 몰입이 되지 않았다.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였는데. 영화를 살리지 못한 연기파 배우들의 잘못인가, 연기파 배우들을 잘 써먹지 못한 연출의 문제인가...

씨비스킷:Seabiscuit (2003)
너무 오랫동안 그를 볼 수가 없었기에 그의 홈페이지에서 최근작 소식을 본 때부터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겨우 삼일만엔가 내리는 바람에 결국 비디오로 봤던 슬픈 영화였다. 원작이 워낙 미국에서 화제작인데다가 감동적인 영화라고 난리들을 쳐서 별로 기대안했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영화였다. 씨비스킷이라는 말의 주인으로, 호기가 좀 있긴 하지만, 기수인 토비맥과이어를 꽉 믿어주는 아주 괜찮은 남자로 등장한다.

그리고 볼 예정인 영화들: White Squall (1996)
 

 

곤충열전


딱정벌레
보통은 자는 시간인데 어쩌다 깨서 불을 켜보면 당황해서 어디론가 서둘러 달아나는 벌레들을 보게 된다. 잠결에 엄지손가락반토막 만한 검은 여러 발 짐승을 발견했을 때 어떤 벌레가 제일먼저 연상이 되는가.
그렇다. 나는 본능적으로 발딱 일어나 던져도 될만한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놈이 글쎄, 중간에 살짝 들린 장판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책도 필요없다. 그냥 꾸~욱.
너무 커서 버릴 걸 걱정하며 장판을 들춰보니 헉. 이것은 컴배트도 필요없는 딱.정.벌.레.
바보야, 그냥 평소대로 하지, 도망은 왜 가서 헷갈리게 만들어.
미안해도 너무 늦었다.
대신 휴지통에 버리지 않고 마당에 있는 나무 밑에...버렸다.
 
쥐며느리
이건 말로만 듣던 벌레인데 이 반지하방에서 실물은 처음 봤다.
움직임도 둔하고 아직 내게 별 해악을 끼치는 것이 증명되지도 않았으며 방바닥을 기어다닐때 책 같은 걸로 한번 쓱 밀어주면 한동안은 안나타난다.
 
거미
며칠 전자모기향을 안피우고 자도 아침에 별 사고가 없는 것이 얘들의 공이 아닐까 싶은데, 얼마 전에는 아주 경이로운 일이 일어났다.
자기전에 스탠드를 켜고, 며칠째 옆에 쌓아둔 만화책 중 한권을 드는데, 뭐가 자꾸 걸리적 거리는 것이었다. 손으로 몇번을 쓸어도 이 줄같은 게 없어지질 않았다.
이상해서 옆을 자세히 보니 세상에.
쌓아 놓은 만화책더미와 좀 떨어져 있는 쿠션 사이 허공에 전지현점의 사분의 일정도 되는 쬐끄만 벌레들이 대열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끼 거미들!
과연 그 거미줄이 에미가 장만해주고 나간 것인지 지들이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디지탈 카메라가 없는 게 정말 한이다. 평생 다시보기 힘든 광경인 것을.  
그래도 어쩌겠나. 최대한 조심스럽게 걷어서 얘들 역시 나무 밑에...버렸다.
 
지렁이
깨끗한 곳에만 산다는 얘길 들었는데, 왜 가끔 화장실바닥으로 기어들어오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뭐 흘린 줄 알고 주울 뻔도 했지만 이제는 가끔 보는 사이가 되고보니 그냥 두면 알아서 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뭐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고.
 
파리
난 파리만큼은 파리 채 없이는 안 잡는다. 무딘 도구로 덤비기에 놈은 너무 잽싸고, 맨손으로 덤비기엔 너무 드럽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왠만하면 창문으로 유인해서 살려보내는 경우가 많은데-반지하라 불을 끄면 어두우니까 커튼을 걷으면 파리들이 빛으로 인도되고, 이때 방충망을 열면 알아서 날아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외상이 전혀 없는, 잘 마른 파리의 사체가 창틀에 끼어있곤 한다. 물어보니 수명이 다해서 그렇다나. 벌레들의 자연사는 생각 못해봤는데.
 
매미
낮에 듣는 매미소리는 무척 시끄러워도 시원한 감이 있다.
그런데 밤에 우는 매미는?
사람되게 헷갈리게 한다. 우렁찬 매미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자꾸 낮같은 생각이 들어서.
매미가 원래 밤에도 우나? 며칠전 우리 마당에 있던 매미가 미친 매미였나? 
 
긴급추가-돈벌레
좀전에 내 발밑 가까이에서부터 꽤 긴 이 방의 가장자리 직선코스로 여러다리를 펄럭이며 잽싸게 질주하는 돈벌레 한 마리를 보았다!
흥. 아무리 생각해도 양지바른 부잣집에는 돈벌레 안 살 것 같은데, 돈벌고 싶은 사람들이 위안삼아 붙여준 이름이 아닐까 한다. 
 
놀라운 메뚜기
오늘밤에는 이 년 동안 이 집에서는 본 적 없던 메뚜기가 화장실 거울위로 기어갔다.
나의 곤충사랑(!)이 소문난 것인가.
견디기는 하지만 결코 좋아하지는 않는데!
 
뉴페이스-귀뚜라미
귀뚤귀뚤 소리는 안 들려주고 냅다 펄쩍 뛰어 달아난 이 녀석.
딴에는 자유를 주려고 방문을 열었는데, 방문 열리는 그늘에 놀래서 방 구석 가장 어두운 곳으로 숨어버렸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 귀뚤귀뚤 소리는 아직 안 들린다. 뛰는 거 봐서는 체력이 만만치 않던데. 들어온 길 잘 찾아서 재주껏 탈출하길 바란다. 너무 커서 때려잡는 거 생각만 해도 죄책감이 든다. 암튼 가을은 가을인가부다.

이윤수|그대 곁으로|1집|1989



 
귀여운 서정이라고 할까.
요즘 노래인지 아닌지는 가사로 알 수 있다.
독특한 음색을 가진 가수였는데
라디오든 티비든 못 본지 한참 된 듯.



 

인간에 대한 예의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특별히 만날 생각없는 사람에게
바빠서 못 만나라고 둘러대는 것과
만나기 싫다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덜 무례한 것일까.

오늘의 사건사고


들어나 봤나, 금 붙은 휴대폰!
 
 

오늘 드디어 사고를 쳤다.

(그러나 이 사고는 예견된 사고!)

휴대폰을 사던 그날부터 꿈꿔왔던(!) 나의 드림폰

모토로라 스타텍을 덜컥 사버린 것이다.

금딱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만

금딱지가 없는 스타텍은 반쪽 스타텍이라

스페셜 버전을 선택했다.

(그냥 스타텍은 폴더 안쪽이 다른 휴대폰하고 똑같고

스페셜만 옛날 스타텍처럼 검은 플라스틱 재질이라

전설로 내려져 온 스타텍만의 찰칵소리를 제대로 재생)

 

아.

이제 열심히 날품 팔 일만 남았다.